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인니인의 공공질서 의식

명랑쾌활 2014. 5. 5. 08:31

애석하지만,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인니인들은 전반적으로 공공질서 의식이 부족한 편이라고 느껴집니다.

각자의 작은 양보로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는 공익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죠.

그리고 그런 태도는 한국에 있다 모국인 인니에 오는 순간 바로 되살아 나는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해서, 짐 나오는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속이 일찍 끝난 편이라, 짐 나오는 입구 근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죠.

한국처럼 가이드 라인은 없지만, 그래도 컨베이어에서 한발짝 정도 떨어져서 서있습니다.

너무 바짝 서면 뒤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 다들 몸을 앞으로 숙여 고개를 빼야 다가오는 가방들을 볼 수 있게 되거든요.

이건 상식이죠.

그리고 한발짝 정도 물러서는건 아무런 불편도 없습니다.

 

왠 멀쩡한 행색의 인니 현지인이 오더니, 제 시선과 짐 투출구 사이를 떡하니 가로 막습니다.

이유 따윈 없습니다.

설마 제가 미워서 그러는 걸까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러는 겁니다.

자기 그러는게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무 의식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저런 식으로 행동했다간 한국사람 성질에 욕 수도없이 바가지로 먹었을테니, 저절로 고쳐집니다.

모국 인니에 오는 순간 현지 스위치가 켜지는 겁니다.

비행기 탈 정도면 일정 수준 이상은 되는 사람일텐데 이렇습니다.

 

공공질서, 공익의식 형성엔 사회 구성원들의 교육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야하지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 혼자 만의 단편적인 손익이 아닌, 집단 전체에 이익이 발생하여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폭넓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타인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질서나 공익의식이 잘 형성되었다고 해서 개개인의 삶이 더 행복한 사회가 되느냐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런 복잡한 사고가 골치 아플 수도 있는거고, 일일히 그런 거 따지고 지키는데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습니다.

효율=이익=행복 이라는 등식이 항상 옳다고 할 수는 없죠.

행복은 상대적이고 개인적인 개념입니다.

 

뭐 어쨋든 내 시야를 막고 난입한 현지인의 궁둥이를 걷어차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닥 나쁘진 않았습니다.

제 짐이 먼저 나와서 후련해졌거든요.

공공질서니 공익이니 거창하게 떠들어봐야, 결국 제가 이기면 낄낄 만족합니다. ㅋㅋ

그 현지인의 짐이 아주아주 늦게 나오기를 바라며 유유히 자리를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