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말레이시아

[Kuala Lumpur] 04. 먹자골목의 양대 산맥, 차이나타운과 잘란 알로

명랑쾌활 2014. 4. 16. 08:38

빠사 스니 역 앞엔 별의 별 버스들이 다 모여 있었다.

공짜 버스인 Go! KL 버스도 여기서 봤다.

 

오! 편의점이다, 편의점! +_+

편의점 뒤편의 만다린 퍼시픽 호텔이 Hotel Mandarin Pacific이 나름 차이나 타운의 랜드마크다.

 

생긴게 꼭 오이로 보이는 주스도 있다.

음... 오이가 갈증 해소에 참 좋긴 한데...

 

걍 사탕수수 주스를 골랐다.

밖에 돌아다닐땐 먹는거를 좀 조심하는 편이다.

예상치 못한 맛을 감당하기엔 너무 지치기도 했고.

사탕수수 주스는 걍 밍밍한 흑설탕물 맛이다.

사탕수수 액을 정제해서 단맛을 강하게 만든게 설탕이니 당연한 얘기다.

 

국민학교 때, 독서가 취미라 이것저것 아는건 많았지만 잘난척한다고 좀 재수 없는 취급을 받았었다. ㅋㅋ

(그래도 지금처럼 삭막한 시절은 아니라서 이지매를 당하거나 하진 않았다.)

한번은 황설탕이 백설탕보다 좋은거라고 했는데 애덜이 당최 믿지를 않는다.

백설탕은 황설탕을 표백한거라 몸에 나쁜거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눔들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며, 정말 죽어라고 안믿어서 참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외에도 분류법에 따라 오이는 과일로 분류될 수도 있다거나, 수박은 채소에 가깝다는 얘기 등등, 참 배척도 많이 당했다.

그런 경험들이 모인 끝에 나름 내린 결론이 있다.

진실은 다수결이기 쉽고, 인간은 자신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부정 당하면 자신이 부정당한듯 공격성을 보이기 쉽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서 발전하여,

'진실이란 단어를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은 인간의 행복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부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 라거나,

'진실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을 자유롭게 할 뿐이다',

'마음이 강한 인간만이 진실을 직시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이 강한 인간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까지 갔다.

그 이상으로 가면 종교관까지 가게 되니까 여기서 생략. ㅋㅋ

 

요즘엔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쓸데 없는 진실 공방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최근에도 술자리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는 러시아라는 내 얘기에 반론이 있었다.

옛날처럼 내 주장이 어째서 맞느니, 어디서 봤다느니 피곤하게 끙끙거릴 필요가 없다.

"그럼 검색해봐."

IT시대 만세다. ㅋㅋ

 

스리 마하마리암만 Sri Mahamariamman 사원이 보인다.

이름만 보면 '신성하고(sri) 위대한(maha) 마리암만(mariamman) 여신을 모신 사원'이라는 뜻인데, 우마 Uma 여신을 모신 사원이라고 한다.

힌두교에는 우마 여신은 파르바티 Parvathy 여신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여신은 파르바티 여신의 화신이라는 얘기도 있으니, 마리암만 여신과 우마 여신은 동일신인가 보다.

어쨋든 이 여신 자체도 중요하지만, 바뚜 케이브 Batu Cave 힌두사원이 모시는 전쟁과 승리의 신 무루간 Murugan의 엄마라는게 더 중요하다.

(참고로 아버지는 그 유명한 시바다. 힌두신 중에 짱 센 신, 열받으면 시바시바 거리며 다 뒤엎어 버린다는 그 신.)

무루간은 승리의 신답게 엄마를 이겨먹고 훨씬 으리으리한 집에 산다. (응?)

 

저기 나오는 관광객을 마지막으로 1시간 반 동안 관광객 출입금지였다.

그럼 뭐 안가지 뭐.

 

말레이시아에 유명한 한약재를 넣은 곰탕 요리 바꾸떼 Bak Kut Teh 의 뜻이 육골차 肉骨茶 라는걸 저 간판보고 알았다.

Teh가 인니어로 차라는 뜻이긴 하다.

 

관우를 모셨다는 관디 사원

 

대형 모기향이 주렁주렁~

 

서양 배낭여행자들의 아지트 역할을 한다는 레게바

 

차이나타운의 항 르끼 골목 Jalan Hang Lekir

 

차이나 타운의 메인도로라 할 수 있는 페탈링 골목 Jalan Petaling

비가 와도 맞지 않도록 골목 위에 파도 모양의 지붕을 씌웠다.

 

항 르끼 골목과 페탈링 골목이 만나는 삼거리에 있는 두부물 파는 포장마차

 

왼쪽 청년은 참 독특하게 생겼다.

 

목도 마르고 해서 두부물 함 사마셔 봤다.

1.5링깃 (500원 정도) 인데, 걍 두부콩맛이 살짝 감도는 닝닝한 단맛이다.

한국 시장의 콩물 갖다 팔면 아주 환장을 하겠구만.


**** 2018년 4월 23일 추가 사항

인니 대형마트에서 파는 두유를 마셔봤는데, 쿠알라에서 마셨던 두부물과 농도가 똑같았다.

아마도, 한국인 입맛에 닝닝한 정도인 두유 농도가 중화권에서는 일반적인가 보다.

 

어디서 뭘 먹어야 하나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마침 눈에 뜨인 한국 음식 코너

 

내부

 

쿠알라 룸푸르에는 이런 형태의 식당이 많다.

이용방법은...

1. 각각 독립적인 코너에서 음식을 주문한다.

2. 아무 테이블이나 앉아서 기다린다.

3. 주문한 음식을 갖다주면 돈을 지불한다.

4. 먹고 나면 그냥 가면 된다.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음)

 

대형몰의 푸드코너도 비슷한데 차이점이 있다면, 주문하면서 바로 계산해야 하고, 음식 나오면 영수증 내고 셀프로 갖고 가야 한다는 점 정도.

 

한국음식 코너

신라면 봉지가 보인다.

메뉴는...

떡볶이 7링깃 (약 2,500원)

김치전 6링깃 (약 2,100원)

불고기덮밥 7링깃

제육덮밥 7링깃

파전 7링깃

김밥 6링깃

비빔밥 6링깃

된장찌게 6링깃

라면 6.5링깃

순두부찌게 6링깃

잡채 7링깃

김치찌게 7링깃

잔치국수 6링깃

 

맛이나 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국보다 싸다, 젠장.

 

하지만 난 차이나타운에 왔으니 중국음식을 먹어야겠다.

하루에 대여섯끼 먹을 수 있다면 모를까, 말레이까지 와서 한국 음식을 먹는데 식사 기회를 쓰고 싶지는 않다.

(궁금하긴 하다.)

 

매운 돼지고기 국수를 시켰다.

얼큰 칼칼하고 의외로 깔끔했다.

역하거나 요상한 향 전혀 없다.

해장으로 딱 좋다.

하지만 건데기 중에 익힌 돼지간이 있으므로 그쪽 계열 잘 못먹는 사람에겐 비추.

돼지간이 의외로 국물에 잘 어울린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라면에 넣어봐야겠다.

 

빨간 화살표 부근이 식당

 

아고다를 검색해보면 저렴한 숙소는 주로 차이나타운 근처에 모여있다.

직접 가서 보니, 건물도 좀 후지고 그닥 안전하다고 할 순 없었다.

(말레이시아는 치안도 안전한 편이고, 뭔 할렘가처럼 음산한건 아니지만, 느낌이 그랬다.)

완전 헝그리 배낭여행자가 아니라면, 가급적 차이나타운은 피하길 권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값이 싸면 다 싼 이유가 있다.

 

뭔 대단한 건물이 들어서려는지, 차이나타운도 어수선하다.

쿠알라 룸푸르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빠사 스니 역에서 본 풍경

저멀리 국립 모스크의 첨탑이 보인다.

땡볕에 저기까지 걸어갔다 왔다니...

 

오후 3시 쯤, 도저히 힘들어서 안되겠다.

일단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션한 에어컨 바람으로 재충전 했다.

아무렴, 힘들면 쉬어야지.

극기훈련이 아니라 여행을 온거다.

 

오후 7시쯤의 부낏 빈땅 Bukit Bintang 모노레일역 사거리 (인니어로 bukit은 언덕, bintang은 별)

인니는 6시 전후로 깔끔하게 해가 뜨고 지는데, 그래도 약간이나마 적도에서 떨어졌다고 쿠알라 룸푸르는 아직 밝았다.

 

우측이 부낏 빈땅 모노레일역, 좌측의 큰 건물은 지하의 랏10후통 Lot 10 Hutong 푸드코너가 있는 HM 쇼핑몰

 

부낏 빈땅 길 Jalan Bukit Bintang 도 지하차로 공사라도 하는지 길 대부분을 막아 놓아 어수선하다.

 

뭘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걸로 보아 이 길로 들어가면 될듯

 

빙고~ 잘란 알로다.

 

일단 주욱 걸어가 본다.

양쪽으로 늘어선 좌판 사이로 차와 사람이 뒤엉켜 복작복작하다.

 

끄트머리까지 가니 좀 한적하다.

찍고 다시 올라간다.

 

여기저기 메뉴판을 들이밀며 호객을 하는데, 인니처럼 그악스럽진 않다.

가게마다 메뉴가 비슷비슷하다.

 

말레이 사떼 Sate (꼬치구이) 는 어떤가 먹고 싶어, 사떼 취급하는 가게에 앉았다.

오후쯤에 비 한 번 쏟아지기도 했고 아직 하늘이 꾸물꾸물해서인지, 가게마다 사각형 파라솔을 다닥다닥 설치했다.

 

사뗴맛은 뭐... 인니랑 크게 다를 바 없다.

땅콩소스가 좀더 달고 생강맛이 살짝 돈다는거 정도? (생강인지 확실하진 않음)

돼지고기 튀김은 흉악하게 진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좀 밋밋하고 짠맛도 그리 강하지 않다.

맛은 그럭저럭 무난한데 질긴 편이고, 무엇보다도 거칠게 토막난 뼈들이 고기마다 붙어있어 걸리적 거린다.

갈빗대인지 뭔지 비스듬하게 잘려, 푹 찌르면 찔릴 정도로 날카로운 부분도 있었다.

10여년 전 싱가폴 야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탕수육을 기대했는데, 꽝 났다.

전체적으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 가격 감안하면 4점.

 

열기는 오후 6시쯤부터 열기 시작하지만, 피크타임은 9시다.

 

따지자면야, 여행책자마다 빠지지 않고 소개될 정도로 대단한건 아니다.

치안 좋은 음주가무의 나라 한국에는 여기저기 널리고 널린 먹자골목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건, 혼자 앉아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 멀거니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한국은 바 같은 곳 아니면 혼자 술 마시면 좀 이상하게 보고, 남 빤히 쳐다보면 시비 걸린다. ㅋㅋ)

 

사탕수수, 코코넛 작은게 3링깃 (천원정도) 으로 싸진 않다.

보통은 300~500원 정도다.

 

육포 구워 파는 가게.

쿠알라 룸푸르 여행기들 보면 각자 호불호가 갈리는데, 잘란 알로 육포는 이구동성으로 강추길레, 꾸역꾸역 찾았다.

비슷한 간판도 많고, 사람 많아 복잡해서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바짝 마른 육포가 아니라, 반건조 육포를 바로 구워 파는거다.

소, 돼지, 양,  등등 종류도 다양한데, 주인 아줌마가 시원시원하게 이것저것 시식하라 내민다.

 

선풍기에 겨드랑이 말리는 중

 

숙소가 있는 푸두역 통로

으슥하지만 치안은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육교는 아까 낮에 경험 삼아 건너가 봤으니 됐다.

사실 나도 무단횡단을 선호한다. ㅋㅋ

 

닭고기가 아닌, 뭔가 다른 고기를 튀겨 팔 것 같은 분위기의 KFC.

 

밤 10시 반쯤.

현지인 식당인데 아직 밝고, 손님들도 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