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모스크를 직접 보면서 느낀 점은 아 덥다, 죤나게 지친다 였다. -_-;
원래 국립 모스크는 패스하고 이슬람 예술 박물관에 갈 계획이었는데, 지쳐서 안되겠다.
대개의 이슬람 회당은 시원하게 설계되어 있다.
한자, 일본어, 한글, 그리고 그 밑으로 영어.
차례로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순서대로 돈이 좀 되고, 서양것들은 돈이 안되나 보다.
이럴 때 반갑고 자랑스런 마음이 드는거 보면 나도 아직 덜 비뚤어진 모양이다.
역시나 시원~하다.
국립 모스크 내에 입장하려면 신발을 벗어야 한다.
기쁜 마음으로 양말까지 벗었다.
맨발에 느껴지는 대리석의 차가운 기운만으로도 힐링 팍팍이다.
본당
비무슬림은 못들어가게 통제한다.
어쩐 일인지 나는 들어가는걸 안막는다.
인니 생활 어언 5년,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익숙하듯 회당 내에서의 내 행동도 자연스러워 보이나 보다.
어쨋든 들어갔다가 무슬림이 아니라는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어 공개 돌팔매 처형이라도 당할까봐, 입구 근처만 슥 보고 다시 나갔다.
구석의 대리석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쉰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 방향인 국립 모스크 옆문 쪽으로 나섰다.
저 멀리 홉홉 관광버스 Hop on Hop Off City Tour Bus 가 보인다.
이층의 지붕 절반이 훌러덩 까진 관광버스를 타고 관광버스 춤을 추며 쿠알라 룸푸르 시내를 다니면... 참 더울거 같다.
상점이라곤 눈을 까뒤집고 찾아도 없는 국립 모스크 주변에 고마운 오아시스인 이동차량 매점
음식들이 꽤 불량해 보이는게 맛있을 것 같았지만 참았다.
이 휑한 거리 땡볕 아래에서 몸을 비비꼬며 분신을 낳을 곳을 찾아 헤매는 추억은 사양이다.
똥 얘기 여자한테 해줘봐야 재미있게 듣고 나서는 더런 놈 취급 받게 마련이다.
안전한 공산품을 하나 골랐다.
말레이에서 제일 대중적인 이온음료인 모양인데, 탄산이 들었다는게 특징.
이온음료에 왠 탄산이냐 싶겠지만, 급하게 들이키지 말라는 마을처녀 나뭇잎 같은 배려일 수도 있다.
어쨋든 맛은 그냥 그럭저럭 그지같음
국립 모스크를 우측으로 끼고 대략 150m 가량 가면...
이슬람 예술 박물관이 나온다.
아, 덥다, 덥다, 더럽게 덥다.
쿠알라 룸푸르는 보도블럭이 잘 깔려 있다는게 인니의 수도 자카르타와의 차이다.
인니는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극악이다.
마침 무슬림 캘리그라피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2013.10.10~2014.5.10)
돌아가신 좁스 형의 디자인 감각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는 그 캘리그라피 맞다.
어른은 14링깃, 6세 이하 아동은 무료, 그 외에는 7링깃이랜다.
청소년이나 학생은 이해하는데, 개나 고양이, 외계인 보다도 비싸게 줘야 한다는게 좀 불만이긴 하다.
나는 철이 덜 들었고 무책임하며 가끔 자다가 오줌을 싸기도 하기 때문에 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 없으니 7링깃만 받으면 어떻겠느냐고 협상을 제안하고 싶었지만, 고작 2천원에 팔기엔 아까운 비밀인거 같아 그냥 말없이 14링깃을 내밀었다.
...아 물론 자다가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싼다.
중국 무슬림의 한자 작품
이 미로 퍼즐 같은 작품은 아랍어 캘리그라피다.
여성용 지갑과 백의 형태는 이미 17세기에 완성되었다.
이 회당에서는 신도들에게 찐빵을 나눠줬나 보다.
사우디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는 이렇게 생겼다는걸 처음 알았다.
이슬람 예술 박물관은 기대보다 그리 대단하진 않았다.
어쩌면 다리 아프고 지쳐서 그랬을 수도 있다.
뭐든 몸 상태가 좋아야 누리는 법이다.
국립 박물관은 패스하고, 차이나 타운에 가서 점심이나 먹기로 했다.
이 땡볕을 걸어 다시 왔던 길로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 하다.
한국에 살 땐, 여름이면 땀을 줄줄 흘리며 살았다.
나만큼 흘리는 사람은 가끔 봤어도, 나보다 더 흘리는 사람은 못봤을 정도다.
인니에 몇 년 살면서 땀도 별로 없고 더위도 안타길래 열대 기후에 꽤 적응한게 아닌가 했다.
아니었다.
열대 기후에 생활 패턴을 맞췄을 뿐이었다.
늘 에어컨 끼고 살고, 가급적 몸을 안움직이고, 움직일 일 있어도 여유있게 느릿느릿 움직여서 그랬던 거였다.
인니라서 가능한 생활 패턴이다.
한국은 어지간히 부자가 아닌 이상, 제 스스로 움직여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어지간한 부자가 되어야 겠다.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은 죽어도 안한다. ㅋㅋ)
사진 중앙에 보이는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쿠알라 룸푸르 역이다.
하지만 출입문이 아니기 때문에 왔던 길로 빙 돌아가야 한다. 젠장.
저 빨간 처마가 쿠알라 룸푸르 역과 빠사 스니 역으로 이어지는 육교 통로의 입구다.
그 흔한 간판 하나 없다.
쿠알라 룸푸르 역 개찰구에서 바라본 빠사 스니 역
저기까지 또 걸어가야 한다. ㅠ_ㅠ
끌랑 강 Sungai Kelang 과 곰박 강 Sungai Gombak 이 합쳐 쿠알라 룸푸르를 가로지르는 끌랑 강...이라지만 한국의 지방하천 수준 아닌가.
역시 한강만큼 규모가 큰 강을 가진 수도는 드물다.
강 규모 큰게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나긴 육교의 끝이 보인다.
아으, 더럽게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