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전환 문제로 말레이시아 다녀 왔습니다.
비자만 목적이라면 싱가폴이 낫습니다만, 주말연휴 끼고 여행 겸해서 갔습니다.
특별히 신기할 것도 없고, 남들 다 가는 곳 위주로 갔다 왔는데, 의외로 느낀 바가 많은 여행이었습니다.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뭐 그 얘긴 여행기 정리하면서 말미에 풀어 놓기로 하겠습니다.
이런게 여행기 쓰는 일의 장점 중 하나죠. :)
여행기를 보면 인니와 비교하는 부분이 종종 나옵니다.
말레이와 인니가 역사와 인종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고, 언어도 거의 동일한데다 종교도 이슬람으로 문화적인 동질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말레이가 이렇다고 인니가 꼭 그러라는 법은 없지만, 아무래도 비교를 하게 되고, 그 안에서 느끼는게 많았습니다.
서로 그렇게 다를수가 없는 한국과 일본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요.
2시간 타고 갈 말레이시아 항공 비행기
말레이 항공기가 실종됐다고 온 매스컴이 난리인데, 별 신경 안쓴다.
작년 11월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로 뒷좌석에 탄 사람들만 사망했었을 때도, 그로부터 1달 안되어 평소 타던 대한항공 말고 아시아나 항공에 뒷좌석에 탔었다.
전적으로 운에 달린 일은 신경을 안쓴다.
오히려 사람들이 비논리적인 군중심리로 기피하는 쪽을 더 선택하는 편이다.
인터넷 아이디에 666이 들어간 이유도, 남들이 불길하다고 기피하길래 '그럼 남들이 잘 안쓰니까 편하겠다' 싶어서다.
어차피 죽으려면 골프공이 하필 뒤통수 숨골에 맞아서도 죽고, 살려면 볼링공 맞아도 사는 법이다.
더군다나, 담배 피우는 사람이 건강, 수명 관련해서 따지는건 우스운 일이다. ㅋㅋ
대한항공, 아시아나, 케세이 패시픽, 베트남항공, 타이항공, 에어아시아, 라이온에어, 스리위자야에어...
이제 한 군데만 더 타면 항공사 10군데 채우겠다.
나도 이제 어디가서 나름 비행기 좀 타봤다고 깝짝거려도 되나? ㅋㅋ
이제 뭐 하도 비행기를 자주 타서 그런가 (엣헴~) 이륙 전에 깜빡 잠들었다.
문득 깨서 비몽사몽에 창문 밖을 보고, 저 회색이 활주로 아스팔트인줄 알았다.
그러다 안전벨트 착용등이 해제되는 버저음에 깜딱 깼다.
비행기 이륙하는지도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자고 있었다.
근데 기분 탓인지, 깨어 있는 채로 이륙하는 것보다 귀의 기압차 적응이 더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느낌이다.
나름 말레이시아 국영항공이라 2시간 비행이지만 밥은 먹인다.
하지만 그 외 시설면에선 저가항공사와 별 차이를 못느끼겠다.
시트 간격도 좁고, 비즈니스석도 저가항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슬람이 국교라 어떨까 싶었는데, 맥주나 와인도 다 제공한다.
그래, 종교도 좋지만 장사는 장사지.
왼편은 부루섬 Pulau buru, 오른편은 까리문브사르섬 Pulau Karimunbesar 이다.
싱가폴 가까이 남서쪽에 위치했다.
까리문브사르섬은 바땀섬 Pulau Batam 처럼 싱가폴이나 말레이 관광객들이 놀러들 온다고 한다.
비행기 내 시설도 좀 허접한 편이라 인니랑 뭐 큰 차이 있겠냐 생각했다가, 공항 시설보고 깜딱 놀랬다.
이정도면 인천공항보다 약간 못한 수준 아닌가?
말레이 국제 공항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출발과 도착 플랫폼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착한 사람도 공항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직접 이용해 보진 않아서 모르겠는데, 혹시 출발 항공권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
(누구 아시는 분 코멘트 부탁합니다~)
입국 심사는 인천공항보다 더 간단하다.
여권 확인하고 양손 검지 지문 스캔하는걸로 끝.
출입국 카드도, 세관신고서도 요구하지 않는다. (인천공항은 세관신고서를 요구함)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라는데 자부심이 있었는데, 좀 겸손해진다.
인니는... 비교 자체가 한심하다. ㅋㅋ
공항 외부도 자카르타 공항과는 차원이 다르다. +_+
말레이나 인니나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던게 말레이한테 미안해졌다.
비자업무 대행사 측에서 픽업을 나와줘, 돈도 아끼고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일단 아고다를 통해 미리 예약해둔 푸두 플라자 호텔 Hotel Pudu Plaza에 갔다.
*말레이-인니어 차이점 1.
표기는 동일하나 발음은 영어에 좀더 가깝다.
p는 ㅍ발음 약간 섞인 ㅃ, k는 ㅋ가 섞인 ㄲ, 마지막 r발음은 안한다.
그래서 쿠알라 룸푸르 Kuala Lumpur도 사실, '꾸알라 룸뿌'로 발음해야 한다.
한국 국어원의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야 한다면 뭐 할 수 없지만, 거긴 자장면이라고 발음하라는 웃기는 짬뽕들이니 뭐.
언어는 사용자 위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자기들이 지정한대로 대중더러 따르라는건 우습지 않나.
한국은 하여간 무슨무슨 협회들이 문제다.
사진 출처 : 아고다 www.agoda.com
파란원으로 표시한 죤만한 방에 묵었음
원래 부낏삔땅 Bukit Bintang 에 묵고 싶었으나, 좋은덴 비싸고 가격이 적당하면 후져서, 고심 끝에 좀 떨어졌지만 저렴하고 깨끗한 이곳으로 결정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1박만 예약)
동남아는 창문 없는 방도 얼마든지 장사해 먹는 개념인지라, 최저가 보다 3천원 정도 더 비싼 대신 창문 있는 방으로 골랐다.
싸면 다 싼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단 센서에 카드키를 대면, 해당층 단추만 눌러지는 시스템
좀 과하다 싶은데, 이런걸 보면 한국이 참 치안이 안전한 나라구나 싶다.
경찰 많아봐야 치안과는 별개다.
일 터지고 잡는 것과 일 안터지게 예방하는건 다르다.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들의 보편적인 윤리의식이 좋아야 한다.
미국은 초강대국이고, 미국 경찰은 즉시 발포권이 있을 정도로 권한이 강하지만, 아무도 미국의 치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 알뜰살뜰한 방 구조다.
꾸알라룸뿌 부동산 값도 만만치 않나 보다.
하긴, 중국인은 땅이라면 환장하고, 유태인은 돈놀이라면 끝내준다고 하지 않던가.
말레이 경제는 화교가 꽉 잡고 있으니 부동산 상황이야 뻔하다.
오오! KL타워와 쌍둥이 빌딩이 보인다!
큰 기대 안했는데 이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_+b
특히, 버자야 타임 스퀘어 Berjaya Time Spure라는 'ㅂ'자 모양으로 양끝이 올라간 건물이 KL타워와의 일직선상에 정확히 위치하여, 양끝에 선 두 건물의 정가운데로 절묘하게 KL타워가 보인다.
역시 한국사람은 방에 창문이 있어야 한다.
애초에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게 당연하다.
하다못해 골방이라도 작은 창 하나는 밖으로 창이 뚫려있는게 한국의 집 구조다.
사글세 단칸방도 반지하까진 있을지언정 지하는 없다.
짐 풀어놓고 휴대폰 SIM카드를 사러 같은 건물 1층의 상가에 갔는데... 말레이 용팔이들한테 당했다. ㅠ_ㅠ
통로 좌판에 셀콤 트라벨러 SIM이 있길레 달라고 했다.
말레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통신사 브랜드는 셀콤 Celcom 이다. (쩰쫌 아니다. ㅋㅋ)
뭔가 등록하더니 지금 당장 개통은 안되고 30분 뒤에 다시 오면 선불요금과 3G 인터넷 등록을 해주겠단다.
어라... 이상하다, 바로 될텐데.
어쨋든 1시간 뒤에 다시 찾아갔다.
용팔이넘 뭔가 눈치가 이상하다.
뭐 좀 만지작거리는데 건성건성 내 눈치를 더 보는 느낌이다.
그러더니 10여m 떨어진 입점 매장으로 데려간다.
거기에 있는 20세 전후로 보이는 용팔이2에게 중국말로 뭐라뭐라 한다.
그리고 나한테는 지금 셀콤 시스템 에러라 기다려야 하고, 여기서 기다리면 용팔이2가 해줄거라고 한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자기 매장 비었다며 서둘러 가버린다.
제대로 엿 먹인 용팔이2의 매장
상가 내인데 매장에 재떨이가 있다.
기다리면서 담배 피우는데 기분 묘하다.
한국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버스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종종 있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그 사이 용팔이2넘은 뭔가 깔짝깔짝, 다른 사람 상대하다, 가끔 나한테 좀만 기다리라는 말만 한다.
그러다 1시간이 넘게 지나, 드디어 작업질을 한다.
아무래도 시스템 에러가 풀릴 것 같지 않다면서 다른 SIM을 쓰는게 어떻겠냐고 내민다.
그럼 방금 전에 산 셀콤 SIM은 어떻게 되는거냐 물으니 그 액수만큼 입력해주겠단다.
인니도 원래 환불 따윈 안해주고, 특히 중국계들은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돈으로는 안토해내는 걸로 유명하다.
지쳤다.
점심도 굶어서 어질어질 하다.
빨리 잘란 알로 Jalan Alor 에 가서 맥주나 들이키고 싶다.
알았으니 빨리 해달라고 했다.
용팔이2 색히는 새 SIM을 넣더니 전파가 안잡힌다며 건물 밖에 나갔다 와서 이제 다 됐다면서 내 휴대폰을 건낸다.
그리고 영수증 따윈 없이 계산기 툭툭 두드려 내민다. (아으~ 용팔짓!! ㅋㅋ)
셀금 SIM 20링깃 + 다른 SIM 20링깃 + 인터넷 및 선불요금 48링깃 = 88링깃... 한국돈으로 3만원이다.
장난하나? 아무리 비싸도 2만원은 절대 안넘는다.
여기서 함 뒤집고 싸울까 하는 생각이 1초간 끓어올랐다 가라앉는다.
그래, 여기서 이 색히랑 싸워봐야 어쩌겠나. 이 색히가 바가지든 뭐든 정말 88링깃 넣었으면 나만 ㅄ되는건데.
알았다고 돈 주고 밖으로 나왔다.
오후 6시 좀 넘었는데, 소나기가 주룩주룩
용팔이2 가게에서 1시간 낭비만 안했어도... ㅠ_ㅠ
하지만, 기껏 잘란 알로 갔다가 비 쫄딱 맞느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아픈 마음에 싸바른다.
어차피 이리 됐는데 어쩔 것이여? ㅋㅋ
휴대폰 개통 기념으로 비자대행사 사장에게 전화 한 통 넣었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비빌 언덕을 만들어 두는건 타국 여행하는데 중요한 일이다.
...그러고 다음날 아침에 알게됐는데, 이 통화가 새로 개통한 SIM으로 한 마지막 통화였다.
그렇다는건, 이 통화마저도 새 SIM에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공짜 통화였다는 얘기다.
용팔이2 색히는 통화 20링깃도, 인터넷 48링깃도 아예 안넣었다.
다음날 아침 쫓아갔지만, 용팔이2 색히는 매장에 없었다.
집에 일이 생겼다고 3일간 휴가를 냈단다.
어쩐지 그눔의 색히, 매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더러 말레이시아에 며칠이나 있을거냐고 계속 묻더라... -_-;
의사소통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다 보니, 자꾸 방심을 한다.
바가지나 사기를 당하는건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외지인이냐 아니냐, 만만하냐 안하냐의 문제다.
한국사람이 한국 내 관광지를 가도 바가지나 사기 당하는게 드물지 않다.
그래도 소지품이나 짐에 대한 긴장은 아예 인이 박혀서 다행이다.
그럴만도 한게, 인니에서는 소지품 주의하는게 일상이다.
심지어 내 방에서조차 지갑 등은 아무 곳에나 놓지 않고, 꼭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일부러 뒤져서 훔칠 정도로 나쁜 사람은 드물어도, 눈에 뜨이면 '자기도 모르게' 돈에 손을 대는 사람이 널리고 널린게 인니다.
이슬람은 하루 다섯번 기도를 하고, 매년 한달간 금식을 해야 할 정도로 생활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강력한 종교라지만, 그래도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인가 보다.
생활 속 윤리에 대한 강제력에 관한 한 한국의 유교적 전통이 더 강력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 자신이 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자각은 하지 않던가.
KL타워와 쌍둥이 빌딩이 희미하다.
호텔 건물 내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맥주와 닭고기 쏘세지를 샀다.
맥주는 한 캔에 6.6링깃(2,300원) 비싸다. +_+
그래도 판다는게 중요하다.
인니는 공식적으로는 따로 국교가 없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못팔게 강제하는 지역도 많다.
자유 의지가 없는 숭배가 개가 주인을 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얼마든지 그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바른 행동은 비로소 빛이 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실함은 스스로 선택한 방탕함 보다도 하잘 것 없다.
닭고기 쏘세지를 커피포트에 데워 맥주와 함께 먹으며 이런 생각이 문득 든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여행 안가고 그냥 숙소에 있었으면 돈 쓸 일도 없고 이거보다 훨씬 맛난거 편하게 먹을텐데.
그래, 그래서 더더욱 여행이 좋다.
못된 여자들 만나 봐야 내 여자친구가 꽤 괜찮은 여자구나 행복을 느끼는 거고, 괜찮은 여자들 만나 봐야 내 여자친구가 참 개떡같구나 자각하고 분발(?)하게 되는 거다.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을 바라본다.
그게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