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elitung II] 04. 등대섬 주변 섬들

명랑쾌활 2014. 2. 6. 10:20

자신보다 작은 작은 배 하나 타고 나온 현지인.

관광은 절대 아닌거 같고, 고기 잡으러 나온 모양이다.

 

왼편의 바위로 이루어진 섬이 작은 돼지 섬 Pulau Babi Kecil.

 

바위만 있는게 아니라...

 

나무들이 제법 울창한 곳도 있다.

 

한가하면 여기서 수영이나 스노클링 해도 뭐라 할 사람 없다.

배는 오후 5시까지 빌린 거다.

음식과 이런 저런 것들 준비해 온다면 하루종일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 수도 있겠다.

혼자 온 나야 뭐... ㅋㅋ 

 

섬들 중에서 제법 큰 끄빠양 섬 Pulau Kepayang.

 

무슨 건물인가 했더니 식당이다.

제법 많은 여행객들이 여기에 들러 식사를 한다.

신선한 해산물 바베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원한 맥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 플라스틱 박스에 밥과 반찬 두어 종류가 다다.

여기 관광 올 정도면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사람들일텐데, 당연하다는듯 맛있게 먹고 담소를 나눈다.

 

돈이 많다고 비싼 곳 가고, 돈이 없다고 허름한 곳 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니에서는 이런 정도가 '보통'이고, 이런 곳 밖에 없다.

아니, 이 정도도 없는 관광지들도 많다.

돈이 제 아무리 많다해도, 여기에 없던 근사한 해변 레스토랑이 생기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1박에 60~70만 루피아 짜리 아스톤에 묵는 사람들이, 여기서 별 불만 없이 밥을 먹는다.

검소함의 문제라기 보다는 적응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가이드가 이 섬에 조그만 리조트가 있다길레 가본다.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런게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생겼다.

 

정말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숲 사이의 작은 오솔길을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인가가 보인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그나마 길 이정도로 만드는 데도 고생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도 다이버 센터에...

 

다이버샾도 있다. ㅋㅋ

 

왼편은 '레스토랑'이랜다.

 

마나도 부나켄 섬의 악몽이 떠오른다.

왜 다이버 대상 숙박업소들은 이렇게 심하게 검소할까?

 

리조트(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지만) 앞 작은 해변

 

거북이를 볼 수 있다는 곳

어김없이 입구엔 기부함이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관계로 그냥 통과.

 

참 검소한 분위기다.

 

오, 거북이가 있다.

 

음??

 

이눔덜, 사람이 오니까 와글와글 모인다.

 

혹시나 싶어 반대쪽에 가보니...

 

다들 쫓아 온다.

먹이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이래서야 이눔덜 험난한 야생 생활에 적응 하겠나.

 

기웃기웃 하고 있는데 마침 코티지 쪽에서 관리인 아저씨가 왔다.

구경 왔다고 하니 흔쾌히 안내해 준다.

 

매우 내추럴 해보이는 코티지.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줘도 리조트는 좀 아니잖능가!?!

 

No TV, No 냉장고, 선풍기 하나가 전기시설의 전부다.

콘센트가 하나 있긴 한데, 그마저도 발전기로 공급하는 전기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다.

현대 사회의 복잡함을 떠나 자연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게 이 리조트의 컨셉이라고... 관리인 아저씨가 그러더라.

글쎄, 돈이 충분히 많았어도 굳이 일부러 이렇게만 지었을 거냐는 의문이 든다.

 

 

소박하지만, 그래도 좌식 변기다.

 

바다 쪽으로 나있는 문을 여니...

 

경치나 분위기는 정말 좋다.

 

관리인 아저씨 말로는, 지은지 4년 됐는데 주로 서양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작곡가는 열흘 동안 묵으며, 아무 것도 안하고 뒹굴거리다, 산책하다, 스노클링 하다, 내키면 기타 치고 곡 쓰고, 그러다 다음에 다시 꼭 오겠다며 갔댄다.

조용한 휴식은 개뿔, 친구들 끼리 먹을거 바리바리 싸들고 엠티로 오면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ㅋㅋ

1박 35만 루피아.

관심 있는 사람은 0821-7570-4250으로 전화해 보시길.

 

모래섬 Pulau Pasir 은 밀물 때는 없어졌다 썰물 때 나오는, 섬이라기엔 좀 애매한 곳이다.

모래가 다 쓸려 나가 없어질 만도 한데, 유지하고 있는게 신기하다.

저기서 몇 발짝만 바다로 들어가면 꼬로록이다. ㅋㅋ

 

손님 온게 신기했는지 뜬금없이 기어 올라온 불가사리 한 마리. ㅋㅋ

 

슬슬 먹구름이 몰려온다.

우기에 운 좋게도 섬 관광하는 동안엔 날씨가 좋았다.

 

가까이서 보니, 거북이 바위는 한 덩어리가 아니라 두 바위 사이에 큰 바위가 하나 얹어져 있는 신기한 모양이었다.

 

좋구나~

 

딴중 끌라양 해변의 가게에서 샤워와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2천 루피아.

시설은...

 

예민한 사람에겐 난이도가 좀 높다.

전등도 없기 때문에, 문 닫으면 깜깜한 중에 씻고 옷 갈아 입어야 한다.

 

온 김에 해변 옆 코티지 구경 좀 했다.

1박에 2십만 루피아라는데...

 

사진이 좋게 나와서 그렇지 영 아니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사진이 왜 이리 그럴듯하게 나왔는지. ㅋㅋ

 

다음에 오게 되면 남부 쪽을 여행해 볼까 한다.

 

블리뚱은 지도나 여행 정보를 정말 구하기 힘들다.

혹시 블리뚱 여행 계획이 있다면, 이 사진을 적극 활용하길 강력히 권한다.

 

새끼 고양이 한 녀석이 쭐래쭐래

 

피부병 걸린 개도 한 마리 어슬렁 어슬렁~

 

열대지방이라도 물놀이 후엔 따듯한 거 먹어주는게 좋다.

옷 갈아 입은 해변 가게에서 커피 한 잔 시켰는데, 할아버지가 땅콩이 담긴 작은 봉다리 두 개를 접시에 담아 스윽 놓고 간다.

먹으면 당연히 돈 내야 한다.

다 먹고 계산하려니, 1만 루피아를 달랜다. (보통 2천~5천 루피아)

어차피 예상했던 바라, 웃으며 뭐 그리 비싸냐고 하니, 땅콩값 포함이랜다.

그러냐고 그냥 1만 루피아 줬다.

치우러 온 할아버지는 테이블에 자기가 놓고 간 땅콩이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있는걸 보더니, 아주 잠깐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는, 나더러 그걸 갖고 가랜다. ㅋㅋㅋㅋㅋㅋㅋ 

됐으니 다른 사람 주라고 하고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이번엔 한국 담배냐며 너스레를 떤다.

한 개피 주냐 물었더니 사양 한 마디 없이 냉큼 받는다.

넉살이랄까, 뻔뻔함이랄까, 차원이 다르다. ㅎㅎ

 

예전엔 자의식 과잉이 심한 편이어서, 날 만만하게 봤기 때문에 이런 되도 않는 수작질을 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인니 생활 10년이면 해탈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ㅋㅋ)

매사가 그런 식이니, 그 때 당시는 인니를 진저리 치게 싫어했다.

지금은 그저 그네들의 문화와 가치관이 다르고, 선악과 폐 끼침의 기준이 다르다는걸 이해하니 그러려니 한다.

 

저 할아버지의 심리를 분석해볼까?

땅콩 봉지 놓고 감 -> 혹시나 손님이 먹고 싶을 수도 있으니 친절 서비스 해준 거임.

1만 루피아 달라고 함 -> 저 외국인은 멋모르고 땅콩을 먹었을 거임.

땅콩 봉지 발견 -> 땅콩 값을 돌려준다거나, 외국인이 땅콩을 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무시함. 자신이 땅콩 값을 얘기했고, 외국인은 그 돈을 주었으므로 거래는 이미 성립되었음. 그 땅콩을 외국인이 가져가면 되는 거임.

외국인이 땅콩 가져가는거 거절 ->자신은 이미 권했고, 외국인이 거절을 한 것이므로 자신은 아무 문제 없음. 이미 '외국인의 것'이 된 땅콩을, 외국인이 자신에게 다시 무상양도 한 것이므로 이제 이 땅콩을 다른 사람에게 판다 해도 괜찮은 거임.

결론 : 외국인에게 고마워 할 것도 없고, 미안할 것도 없음. 모든 일은 정당한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 거임.

순수하게 주관적인 분석이다.

 

한국인들이 인니인들(외국인들)과 교류하면서 특히 갈등이 많은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은혜와 감사'다.

한국인들은 보통 타인에게 보탬이나 양보를 해줬을 경우, 베풀었다고 인식하고 그 '은혜빚'을 뇌 장부에 기록해 둔다.

물론 상대방도 그를 인지하고 감사를 표하며, 갚아야 할 '감사빚'으로 뇌 장부에 기록한다.

원래 그런 문화권이고 같은 정서이기 때문에, 이 채권과 채무는 암묵적인 상호 동의 속에 대부분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오차도 있다.

사람 마음이 다 제각각이고, 남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갈등과 다툼의 제 1 순위 원인이 바로, '니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너랑 나 사이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등등 다 비슷한 레파토리다.

가족, 친구, 연인, 직장 관계 어디든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신입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과장보다 스카우트로 들어온 과장이 급여가 높은 경우는 흔하다.

회사는 아무 것도 못하는 넘 뽑아주고 일 가르친 은혜가 있으니, 좀 적게 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직원은 그 은혜는 이제 충분히 갚았고 지금껏 회사와 동고동락한 기여가 있는데, 굴러 들어온 놈보다 적게 줘서 섭섭하다.

충 사상을 극단적으로 강요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일본과 한국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이다.

같은 문화권과 정서를 가진 한국인 사이에서도 그런 갈등이 흔한데, 인니인과는 오죽 심하겠나.

 

베푸는 것은 자신의 의지일 뿐이고, 상대방의 감사는 상대방의 의지이니,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내 생각이 옳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타의에 의해 한 푼이라도 손해 보면 분해서 견딜 수 없는 성격이라면 뭐 어쩌겠나.

나도 그랬었다. 진심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관대해지면서, 마음이 굉장히 편해진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니 생활 10년이면 부처가 될 수 있다. ㅋㅋㅋ)

내가 그렇게 변하게 된건, 기존 가치관으로는 매사 극단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인니에서 살기 힘들다고 판단한 무의식이 작용하여, 생존을 위해 적응하게 된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다들 나처럼 변하는가 하면 그건 아닌거 같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감사를 모르는 원인을 무지와 미개함으로 규정하고, 절대 우위에서 선 자신이 은혜가 뭔지도 모르는 우매한 현지인들에게 관대함을 베풀고 있다는 식으로, 한국 정서를 보다 견고하게 하는 쪽으로 심적 스트레스를 해결하는듯 하다.

 

이해한다.

갈등의 원인(잘못)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본능이다.

자신이 옳다라는 확신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자신이 변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잘못 되었다는 인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당연히 심적 고통을 수반한다.

친구 사이인 두 명이 밤 늦게까지 놀고 헤어졌는데, 한 명은 집에 잘 들어갔고, 나머지 한 명은 다음 날 오전 내내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들어왔다.

객관적으로 보면 심플하다.

집에 잘 들어간 사람이 착한거고, 외박하고 연락 두절된 사람이 나쁜거다.

하지만 외박한 사람의 엄마는 집에 잘 들어간 사람이 꼬여낸 거라고 탓을 한다.

한 술 더 떠서, 자식을 꼬여내 외박하게 방치하고 자기는 집에 들어가서 자는 나쁜 놈이라고 원망을 한다.

이해한다.

자기 자식이 잘못했다는걸 인정하면 받게 될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외부 요인(자식 친구)에 잘못을 돌려 자기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거다.

덧붙여, 외박한 사람은 후일, 외박하는건 그 나쁜 친구 탓이라고 욕하면서 같이 놀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 해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해한다.

역설적이지만, 가족에 연락두절하고 외박하는 일이 종종 있는 이 사람은 효심이 깊다. ㅎㅎ

엄마의 생각이 틀렸다고 밝힘으로써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자기 스트레스를 느꼈을 거다.

20대 초반에 내가 겪은 일이다.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객관적인 사실도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왜곡할 수 있는게 인간 본성이며, 이것은 사람이 착하고 악하고의 문제와는 별개가 아닐까 하는 고찰을 시작했던게 이 때부터였다.

 

 

예전에 맘에 들어라 했던 그랜드 하띠까 호텔 Grand Hatika Hotel 옆 카페는 옷가게로 바뀌었다.

아쉬운대로 딴중 쁜담 해변 Pantai Tanjung Pendam (딴중 빤단 시내에 있는 해변) 의 비스트로 카페에 왔다.

이정도 선택지가 있다는 정도만 해도 인니 여행지 중엔 정말 괜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데도 없어서, 맥주 마시고 싶으면 할 수 없이 중국식 가라오케나 음습한 현지 당구장에 가야 하는 관광지가 흔하다.

 

* 인니는 이슬람 문화권답게 주류 판매허가 받기가 쉽지 않은데, 통상적으로 당구장에선 어김없이 맥주를 판다.

그런만큼 놈팽이들이 모이게 마련이니, 대부분 위험하다.

 

고양이 가족이 구걸을 왔다.

 

한 녀석은 대담하게도 떡하니 테이블에 올라왔다.

 

다음 날 공항 바깥 매점.

여기서 기다리다 비행기 내리는거 다 보고서 타러 들어가는 시스템, 너무 좋다. ㅋㅋ

마중 나온 사람들도 사람들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다 지켜볼 수 있다.

 

뉴스에 자카르타 지역 홍수로 난리라더니, 여기저기 물에 잠긴 마을이 보인다.

 

홍수는 홍수고, 수출입은 수출입이다.

 

잘 사는 지역은 홍수도 걱정 없다.

자연재해도 빈부를 가리는게 자본주의의 마법이다.

 

 

블리뚱 여행에 관한 몇가지 Tip --

1. 지도나 관광지 정보를 구하기 힘들다.

현지에서 정보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구글이나 인터넷에서 활용해서 최대한 미리 준비해야 한다.

2. 딴중 빤단 지역이 무난하다.

추천 숙소는 저가로는 먼다나우 호텔 Hotel Mendanau가 있는데, 시설이 낡고 관리가 좀 부족한 편이다.

먼다나우 호텔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새로 지은 럭스 믈라띠 Lux Melati가 중급 정도로 추천할만 하다.

고급이라면 아스톤 블리뚱 호텔 정도면 아주 괜찮을듯.

숙소 정보 및 예약은 아고다가 가장 낫다.

3. 차량기사 렌탈해서 투어하는건 공항의 여행사를 통해서 할 것.

시내엔 여행사라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소형 승합차가 1일 35만 루피아 정도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럭저럭 한달 분량 정도는 충전된듯 합니다.

기계도 쉬어줘야 하는데, 사람을 뭘로 보는 건지.

타인의 입장을 신경쓰지 않는 인간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도 딱히 사는데 지장 없을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입니다.

저 스스로도 그렇진 않은지, 늘 돌아보고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