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통역하면서 느낀 말, 대화, 의사소통의 의미

명랑쾌활 2013. 4. 10. 11:32

" 1,2,3번 제품은 감는 작업을 20번 하지만, 4번 제품은 24번 하잖아.

20번 감는 것과 24번 감는 것은 육안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으니까, 색상 표시를 해야 돼.

안그러면 잘못하면 섞여서 잘못 쓸 수 있거든.

그러니까 20번 감은 것과 24번 감은 것을 색상을 다르게 해야해.

지금 20번 감은 거 쓰는게 1,2,3번 제품에 쓰니까 그걸 검은색으로 표시하고, 4번이 24번 감은 거 쓰니까 녹색으로 표시하라고 해.

그렇게 해야 서로 구분이 가고, 안섞여."

 

... 통역 했다.

" 20번 감는 1,2,3번 제품엔 흑색, 24번 감는 4번 제품엔 녹색으로 표시해라. 이유가 뭔지 알지?"

" 예."

" 뭔데?"

" 제품 구분하려구요."

" 오케이. 그렇게 해."

끗~

 

 

보통은 한국말을 인니어로 통역한 문장이 더 길다.

한국어의 함의적인 부분을 똑같이 인니어의 함의적으로 표현할 만큼 실력이 안되기도 하고, 잘못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쓸데 없이 말이 긴 사람이 있다.

통역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아니, 굳이 통역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게 대화가 아닌 지시와 복종에 익숙해져 있다.

통역을 하면서, 말이란 무엇인가, 의사소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느끼는 것들이 많다.

대개의 경우,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가장 효율적인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런 경우도 상대방이 모르면 모른다고 물어봐야 하는데 무조건 대답만 넙죽넙죽 하면 말짱 도루묵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