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시사

어쩌면 사회적 취약계층은 우파를 더 지지할 수도 있다.

명랑쾌활 2013. 4. 3. 17:17

선거 결과를 보면, 이해가 가지 않게 있다.

진보 성향 후보의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정책이 더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은 보수 성향 후보을 더 지지한다.

과연 그게 이념이나, 보수 진영의 조삼모사식 복지 정책에 속아 넘어가서 그런 걸까?

사람은 예상 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어리석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멍청하지 않다는 내 평소 지론에서 출발하여,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봤다.

설마 원숭이가 아닌 바에야, 그리 당하고도 또 찍는건 당최 이해가 안간다.

아무렴, 아무리 우매한 대중이라지만 지적 수준이 원숭이 정도일리는 없지 않겠는가?

 

 

1. 그들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진보는 기본적으로 현 체제의 변화를 원한다.

(요즘 20대들 성향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대게 젊은 세대는 진보 성향이다.

먼저 사회에 진출하여 이미 자리를 잡은 윗세대들은 어떻게 보면 젊은 세대의 방해 세력이기도 하다.

윗세대들은 이미 적응한 기존 룰에서 싸우는건 젊은 세대들에게 불리하다.

젊은 세대들은 다른 룰을 원한다. (보통 더 공정한 룰이라고 표현한다.)

젊은 세대들은 변화를 원한다.

변화 안에서, 바뀌는 룰 안에서 자신들이 기득권을 쟁취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사회취약 계층도 변화를 원할까?

변화 자체가 알아서 누군가의 삶을 개선시켜 줄거라 믿기엔 사회가 삭막하다.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능력, 최소 둘 중 하나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취약 계층이 왜 취약 계층이겠나.

 

'노력에 따라 합당한 결과가 따르는 사회'

취약계층에게는 그 '노력에 따라'라는 표현이 싫을 수도 있다.

그들은 합당한 결과를 받을 그 노력 자체가 자신 없을 수도 있다.

타인과 경쟁하여 이길 수 없다는걸 자각하는 사람은 '정정당당'이라는 말이 싫을 수도 있다.

 

변화는 그들에겐 공포다.

스스로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사회 체계의 변경에 매달려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차라리 지금 체계라면 예측이라도 할 수 있다. (실은 그렇지도 않다는걸 그들은 모른다.)

변화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자본이나 능력, 특히 의욕이 그들에겐 없다.

변화의 끝에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결과는 현상 유지다.

그럴거라면 차라리 현 체제의 유지가 낫다.

 

 

2. 같이 가난한 편이 차라리 낫다.

 

내가 가난해서 수제비, 라면으로 겨우 연명할 때, 옆집도 라면 먹으면 위안이 된다.

저 강 너머 남쪽 마을 사람들은 매일 쌀밥에 고깃국 먹는다는건 먼 얘기라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옆집이 중요하다.

옆집 사람은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은 것 같은데 가난하다.

사회 구조가 불공평해서 그렇다고 하는 소릴 곧잘 하곤 한다.

아는척 가르치려는게 많아 좀 재수없다.

그렇게 잘났는데 왜 나랑 같은 처지래?

 

좀 있으면 선거가 있다.

옆집 사람 말로는 2번 후보가 되어야 공평한 세상이 오고, 그러면 자기 같은 사람도 노력하면 나아질 거랜다.

내가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다.

2번이 되면 옆집 사람은 잘 될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거 잘 모르겠다. 그럴거 같지 않다.

옆집 사람이 잘 되서 가난을 벗어나면 기분이 나쁠거 같다.

아는척 가르치려는게 많아 좀 재수없기 때문이다.

 

사실 난 누가 돼도 상관 없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다.

내가 나아지고 말고 할게 없다.

1번 찍게 되면 강 건너 남쪽 마을 사람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먹던걸 고깃밥에 고깃국을 먹게 되고, 가진 자가용이 두 대가 세 대가 된다는데, 나랑은 별 상관 없는 일이다.

그냥 2번 찍게 되면 옆집 재수없는 사람이 쌀밥 먹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다.

공정한 경쟁, 공정한 결과?

솔직히 재수 없지만, 옆집 사람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잘난 옆집 사람이 지금은 나랑 같은 처지다.

그냥 그렇단 얘기다.

 

 

" 정치란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 김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