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근황

요즘 재미가 없어요.

명랑쾌활 2013. 2. 9. 13:56

오랜만입니다.

글 올리지 않은지 거의 2달이 다 되어 가네요.

이러저러 참 바쁘면서도 힘들고 재미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산다는게 늘 재미있는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힘든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장기간 끊임없이 터지니 지쳐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특히나, 누군가를 부양해야 한다던가 하는 절박한 동기부여 보다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아 동기부여를 하는 저로서는, 참 견디기 힘든 시간입니다.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이렇게 글을 남기는 심적,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우울한 기분 만은 그대로 남아 맴도네요.

이럴 때는 그저 어디로 훌쩍 떠나서 현재 처해진 상황을 남일 보듯 돌이켜 보는 것이 딱 좋은데, 그정도 여유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래요... 너무 오랫동안 여행을 굶어서, 현재 처해진 상황에 코를 처박고 끙끙 거리며 노려보고 있군요.

 

 

1. 제법 먹은 나이에 만난 귀한 친구가 한국에 갔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허물없는 친구를 사귀기는 정말 드문 일인데, 참 우연찮게도 서로 '학생'일 때 만나는 바람에, 귀한 인연이 된 친구입니다.

언어가 통하는 사람은 많아도 마음 터놓을 곳이 없는 타국에서, 참 귀한 존재였지요.

그 친구의 부재가 우울하게 합니다.

 

 

2. 일이 재미가 없어요.

그렇다고 이대로 아등바등 해봐야, 근본적으로 나아질 리가 없는 구조구요.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전 일 자체에 재미를 찾아 동기부여를 하는 편입니다.

모든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지켜야할 여우와 토끼가 없는 저로서는, '엿같아도 참아야 할' 당위성이 희박합니다.

그리고 제게 직장생활을 '엿같아도 참아낼' 동기부여는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의 미래, 그에 대한 내 역할, 그리고 더불어 나의 미래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특히, 몸 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몸 담고 있는 곳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심각한 일입니다.

60년 넘게 사는 사람은 흔한데, 60년 넘는 기업은 아주 드뭅니다.

기업은 몸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이 60년 갈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기업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내 평생을 책임져 줄 것처럼 매달리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 착각하고, 내 평생을 책임져 주리라 기대하고 매달리는 러브 스토리는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듯이요. :)

더불어 행복할 수 없다면, 미움의 골이 깊어져 나쁜 추억이 더 쌓이기 전에, 서로의 행복을 빌며 각자의 길을 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다시 만났을 때 웃을 수 있도록요.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면, 결국 언젠가 헤어지게 마련입니다.

매달려서 그 기간을 좀 연장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결과는 같다면 부질없는 짓이죠.

 

 

3. 믿을 마음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하는건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위 2번과 상관이 있는 얘기인데요.

신뢰가 없다면 모든 언행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 없는 행동을 계속 하는 것 만큼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게 없지요.

더군다나, 똑같은 얘기를 직급이 높은 사람이 하면 받아들이는 현실이라면 더욱 암울합니다.

어차피 그 얘기의 출처는 저라는걸 뻔히 아는 사람들이 말이죠.

 

 

4. 한국사람의 천박한 본성을 자꾸 맞닥뜨려야 하는 것도 견디기 어렵네요.

동남아 사람들 무시하는 것도 보기 싫은데, 저까지 현지인과 비슷한 취급을 해버리니 어이가 없습니다.

'한국사람'인 자기들이 설 쇠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왜 제가 설을 쇠지 못하는게 당연한 걸까요? ㅎㅎ

제겐 연차가 없는게 왜 당연한 걸까요?

 

 

 

해외 공장 직영 경험 없이 주먹구구 마인드인 회사의 폐단을 아주 제대로 배웠습니다.

해외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에 영어할 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협력업체 사장이 대신 조율해주는 진귀한 상황도 구경했습니다.

이 공장이 모두의 미래라면서, 본사 직원들 중에 그 흔한 인도네시아를 소개한 책 한 권 읽어 본 사람이 하나도 없는 멋진 상황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아직도 인도네시아의 줄임말이 인도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말 다했죠.)

이런 한심함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 그래도 닥치면 다 하게 돼있어. 너만 똑똑한줄 아냐?"

네네, 아무렴요. 뻔히 사고 터질 짓 하는 사람도 결국 터지면, 어떻게든 해결합디다. 참 똑똑하기도 하시네요.

이만하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패턴을 보아하니 나중에 터지면 제 탓으로 뒤집어 씌울게 뻔한 시나리오이겠지만, 그리 놀랍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습니다.

남 깎아서 자기 살아 남는 거, 소위 한국의 사회생활에서는 나쁜 짓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닌데요, 뭐.

한국에서 사회란 '원래 그런 곳'이죠. :)

 

새로운 곳에서 새로 고생하는 것이 설렙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봐요.

별로 들고 싶지도 않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