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UI 대학 고양이들, 개, 그리고 찌짝

명랑쾌활 2010. 5. 13. 20:10
인니 사람들은 길거리 동물에게 관대합니다.
음... 관대하다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겠군요.
그냥 못살게 굴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일단은 더 정확하겠습니다.
그들이 왜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지 속내를 모르니까요.

적어도 많은 한국인들처럼 가만히 있는 동물 쫓아가 겁주고 돌 던지면서 낄낄 거리는 정신이상자 같은 인간들은 없는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태국의 길거리 개들도 참 느긋한 모습이었죠.
아마도 먹을 것이 풍족하니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은 척박했던 나라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괴롭히면서 낄낄거리는 행태 만은 이해가 안됩니다.
쫓기만 하면 될 일이지... 미친 놈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인니의 고양이, 개들은 그닥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양이들이 그렇습니다.
개는 이슬람에서 부정한 짐승이기 때문에 약간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입니다만,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죠.

한국의 들고양이들은 영역 다툼이 아주 처절합니다만, 이 곳의 고양이들은 느긋하기만 합니다.
뒹굴거리면서 같이 노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아, 물론 뭔가 먹고 있으면 와서 빼았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엄마와 아기 고양이.
사진기를 들이 댔더니 엄마 고양이가 째려봅니다.
아기 고양이는 신경도 안씁니다.
나중에 저 아기 고양이는 훌륭하게 홀로서기를 합니다.

뭔가 야성이 발동했는지 나무를 긁어대는 고양이.

이 반딱거리는 타일을 관리하는 청소부도 고양이를 쫓거나 하지 않습니다.

아까의 그 아기 고양이입니다.
3월 즈음에 인문대 지역에 새롭게 데뷔했죠.

당시 크기가 주먹보다 약간 컸습니다.

그닥 사람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따르지도 않습니다.
먹이를 주니까 조금 먹고서 발치에 몸을 옹송그리면서 붙이지만, 그렇다고 쫄랑쫄랑 쫓아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로부터 두어 달 뒤의 아기 고양이.
어느새 주먹 두 개 정도로 컸습니다.
건물 현관 입구 한 가운데의 신발털이 카펫을 떡하니 차지하고 뒹굴고 있더군요.
그러나 지나다니는 사람들 누구도 이 고양이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피식 웃으며 옆으로 돌아서 들어갈 뿐입니다.

밴치 밑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고양이.
이 사진을 찍은 후 저 밴치에서 셋이서 점심을 먹는데, 다 먹고 일어날 때까지 저대로 꼼짝도 않고 계속 자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던, 바로 위 의자에 짐을 놓던 꼼짝도 않합니다.

볕을 쬐는 고양이.
저 곳은 많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주요통로 중 하나입니다.
저 고양이 때문에 마주 지나가는 사람들이 약간의 정체를 일으켰지만, 그래도 쫓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동안 봤던 고양이들 중에 가장 독특한 포즈로 자고 있던 고양이.
처음엔 뭐하나 싶었습니다.

지나가는 학생들도 이런 광경은 처음 봤는지 모두 웃더군요.

학생식당에서도 쫓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느긋하게 다닙니다.
물론 일반 식당이라면 이렇지 못하겠죠.

이런 일도 흔합니다.
그렇다고 먹고 있는데 테이블에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끔은 먹고 있는데 엉덩이 부분에 지 엉덩이를 붙이고서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뼈다귀도 대충 발라 먹습니다.

정경대 M 건물의 터줏대감인 개.

언제나 저 곳에서 늘어져 자고 있더군요.
비록 이슬람에서 부정한 짐승이지만, 쫓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사진 우측 상단 구성을 잘 보면 찌짝이 보입니다.

요녀석이지요.
수줍음을 많이 타는 녀석이라 기척이 느껴지면 후다닥 숨어버립니다.

바로 요자리에 요렇게 붙어있는 녀석을 발견하고는, 손으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모자나 책 따위로 툭 떨어뜨리고 발로 뻥 차면서 낄낄 거리던, 20대 초반의 한국인 미친 변태병신같은 남학생들이 생각나는군요.
작년 8월 초, 처음 수업 듣던 무렵이었습니다.
세 놈이었는데, 두 놈은 초급 끝날 무렵 즈음에 도태되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고, 한 놈은 중급 올라갈 실력이 안되어 이번에 초급 한 번 더 들었는데 실력은 여전히 한심스러운 수준입니다.
걸어서 15분, 택시로 10여 분 정도 걸리는 학교를 늘 택시 타고 다니는 멋진 근성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괜히 외국 나와서 국가 망신이나 시키지 말고, 한국에서 부모 등골이나 빼서 내수 경기에나 이바지 했으면 좋겠는데...
하긴, 저런 것들이 있으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비교되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니 존재 가치가 없지는 않군요.
광어도 무채가 있어야 보기 좋은 법이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