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Bandung 소풍] 02. Saung Angklung Udjo 2/2

명랑쾌활 2010. 4. 5. 21:12
일찌감치 가운데 맨 앞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그저 생공연은 가장 가까운 정면이 최고다. ㅋㅋ

예쁜 진행자의 모습을 찍으려 했는데...
왠 사람들이 지 앞의 진행자는 안보고 내 카메라를 보고 있나. (나도 사진보고 알았다.)
그렇잖아도 존만한 카메란디. (아, 그나마도 이거 영이 꺼구나. -_-;)

사진 가운데 쯤의 두 아저씨는 BIPA 교수 이잘과 압두.
그 주변과 뒷편은 어디어디 고등학교에서 단체관람 온 애들.

와양골렉 맛배기 공연
와양은 인니의 전통인형극인데, 목각인형으로 하는 것을 와양골렉이라 하며 우리나라 모여라 꿈동산 개념이라 보면 되겠다.
또 하나는 동물의 가죽이나 종이로 만든 인형으로 하는 와양꿀릿(맞나 모르겠네)이 있는데 그건 창호지 뒤에서 그림자놀이 하는 거랑 비슷하다 보면 된다.
둘 다 반주는 앙끌룽으로 하기 땜시, 앙끌룽 소개에 맛배기로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왼편은 선, 오른편은 악으로 뭔가 전통적인 신화나 역사 내용인듯 하다.

어떤 식으로 이루어 지는가를 척하니 보여준다.
일상적인 배경음악은 뒷편의 앙끌룽이 하지만, 중간중간 효과음 (주로 퍽퍽 때리거나 짠하고 등장하는 음향효과)은 저렇게 조종자가 발로 쳐서 소리를 낸다.
아, 우리나라 꿈동산과 다른 점은 인형극을 혼자서 모두 조종한다는 것.
아, 그리고 또, 앙끌룽은 대나무 악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인니 전통악극(음악, 춤 등 모두 포함)을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새끼들이 갑자기 판때기로 만든 말을 타고 나타나서 까불까불 놀고 있다.
예전 족자카르타를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뭔가 축제가 있으면 저렇게 애새끼들이 저런 말모양을 타고 까불까불 노는 것을 봤다.
뭔가 전통이 있나보다.

움불움불 Umbul-unbul을 앞세우고 행렬이 등장한다.
인니의 축제 때 빠지지 않고 장식되는 움불움불은 갖가지 색깔로 치장한 세로깃발이다.
아마도 중국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우리 나라도 예전에는 세로깃발인 번이 주였으나(농자천하지대본 깃발 같은), 지금은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가로깃발인 기가 일반적인 깃발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은 번이 일반적인 깃발이다. (일본도 전국시대의 깃발은 다 번이었다.)
왜 서양은 기고 동양은 번이냐 하면, 동양의 글자는 세로쓰기가 가능하고 세로인 편이 바람이 없어도 펼친 상태를 유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고, 서양의 글자는 가로쓰기 밖에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역시 문화는 동양이 최고!!

얘네들이 이 앙끌룽 공연장이자 예술학교인 SAU(Saung Angklung Udjo)의 학생들.
전술했다시피, SAU는 그냥 관광객을 위한 전통문화공연장이 아니라 일종의 야야산 Yayasan이다.
야야산은 일종의 교육기관인데,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다 할 수 있겠다.
가령 예를 들어, 그냥 미용기술학원을 차려서 수업료를 받고 미용기술을 가르치면 학원이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미용업체(미장원)를 구축한 사업체가 교육기관을 열어, 무료나, 적은 수업료만 받고 미용기술이나 여타 기술을 가르치고, 졸업생을 채용하거나 배출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면, 이것이 야야산이라고 볼 수 있다.
아, 그리고 고아원에서 고아들에게 자립을 위한 실무적인 기술도 가르친다면, 이것도 야야산이라 할 수 있다.

애들이 애들이지만 제법 잘 춘다.
특히나 여자애들은 새치름하니 여성스럽게 췄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애들은 애들인지라, 그냥 잘하는 재롱잔치 수준이지만.

4-6살 정도?
아마도 최연소 학생인가 본데, 저렇게 공연 중간에 난입해서 까불거려도 그냥 웃으면서 박수치는 분위기.
엄격한 프로페셔널 공연은 아니란 얘기다.

그 꼬마애를 선두로 퇴장한다.
족자카르타의 비슷한 공연을 봤을 때, 원래는 저 자리에 왕이 앉아 가지 않나 싶다.

공연 때나 행진 때, 나이가 어린 애들이 전면에 나서고 큰 애들은 뒷편에 받쳐준다.
가장 제대로 배우는 애들은 맨 뒷편에 앙끌룽 반주를 맞고 있으며, 제법 점잖다.

뒤를 이어, 남자애 하나가 앙끌룽 반주에 맞춰 인니의 유명한 가요를 부른다.
앙끌룽의 현대음악 접목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노래 가사 내용은 대강 자기 결혼할 신부감 찾는다는 내용이라 다들 귀엽다고 웃는다.
가수들의 쇼맨쉽을 많이 봤는지, 여기저기 마이크를 들이대며 관객의 반응을 유도한다.
막판 후렴 부분에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정면 맨 앞에 앉은 외국인인 내가 제법 노래를 따라하는 것 같으니까 느닷없이 마이크를 들이댄다.
짜식, 이 형아는 인니 가요에 제법 일가견이 있단다.
덕택에 현지 고등학생들에게 환호 좀 받았다. ^^

찌레본 Cirebon 지역의 전통 가면극 공연.
특이한 점은, 맨얼굴로 추다가 가면을 쓰는데, 가면 안쪽에 돌기가 있어서 그걸 입에 물어 가면 쓴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가면에 눈구멍이 거의 없다시피하여 시야 확보가 안되는 가운데, 무용수들은 끊임없이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같이 춤을 춘다는 것.
이 공연 역시 중고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이 했다.

인니 각 지역 가장 유명한 민요의 메들리 공연.

저 예쁜 진행자 아가씨의 손동작들은 각각 하나의 음계를 뜻한다.
사진 참... 이럴 때 정말 피부 땀구멍까지 잡아내는 좋은 카메라를 갖고 싶다. -ㅂ-

그에 맞춰 관람객들은 나눠받은 앙끌룽 중에서, 자신에게 해당되는 동작에 맞춰 흔든다.
정말 재미있었다. (BIPA 교수 리아 씨와 누눙 씨의 눈에서도 광선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앙끌룽은 혼자서 연주할 수 있는 완전한 학기이면서, 동시에 파트를 나눠 합주를 통해 완성되는 악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 참관한 고등학교의 앙끌룽 클럽의 공연.
각자 두 개 내지 세 개의 앙끌룽을 맡아, 자신의 해당 음에 흔들어 연주를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양손에 종 들고서 흔드는 공연과 비슷하다.
맨 좌측의 마이크 잡은 학생이 독창자.
노래 참 맛깔지게 잘했다. 뭐, 그러니까 독창자겠지만.
다른 학생 연주자들과는 달리 피부도 하얗고 곱상하니, 원피스도 예쁘게 차려 입었다.
춘향이와 향단이는 꼭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마도 부잣집 아가씨에 학교에서도 인기 많겠지. ^^
그 때가 좋을 때다...라고 내려봐 주고 싶지만, 인니에서 상류층은 별 일 없으면 평생이 다 좋은 때다.
뭐... 한국도 점차 그런 판이 되가고는 있지만.

작년 비파 졸업식 때 BIPA 학생들의 앙끌룽 공연 때도, 공연 중 한 명이 노래를 불렀었는데, 앙끌룽 공연 형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나 보다.

다같이 춤추며 원을 이뤄 도는 시간.
저것 덕분에 제대로 원을 이뤄 돌지 못하고 꾸역꾸역 밀려서 혼란이 있었다.
그냥 돌기나 할 것이지 왜 쓸데 없이 동대문 놀이는 해가지고 ㅋㅋㅋ

저 뚱뚱한 아저씨는 BIPA의 행정직원이다. (아마도 책임자가 아닌가 싶음)
평소 아이들을 무지 좋아하는지, 같이 추는 애랑 시종일관 정말 즐겁게 추었다.

춤은 계속되고...

돌연 음악이 바뀌며 생일축하 노래가 나왔다.
그와 함께 생일축하 행사가 있었다.
뭐 나름 좋다면 좋은 이벤트이기도 한데... 진심이 아닌 축하가 뭐 그리 의미가 있을까?
요컨데 진정성의 문제란 거다.
BIPA 학생들만이 아닌, 모두의 행사에 곁다리 축하도 좀 그렇고...
특히나, 하필이면 수녀님인 바람에, 같이 관람했던 인니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지며 수근거리는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안좋았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80% 이상인 나라이며, 그다지 타종교에 열려있진 않다. 뭐 그래도 한국 기독광신도보다 100만배는 관대하긴 하지만.)

수녀님에게 뭐라는 거 아니다.
수녀님을 너무 존경한 나머지, 이런 이벤트를 그 순수하신 마음으로 멋지게 추진하신 어떤 개인에게 뭐라 하고 싶다.
좋은 일이라고 아무데서나 좋은 일이 아니요, 저 좋다고 남도 좋은 거 아니다.
개인적인 행사를 공식 행사에 넣고 싶다면 공식행사 참가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할 일이며, 그게 곤란하다면 최소한 참가자의 성향 정도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요컨데, 생각 좀 하고 살자는 거다.
내가 너무 비뚤어진 건가?

모두 인사하며 (의례 그렇듯) 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돌아오는 길의 반둥 거리.

돌아오는 고속도로 변의 농가.
지붕으로만 이루어진 건물이 아니라, 집터 부분만 주변 논에 비해 지대가 낮다.
그리고 집이 아니라 축사다.
왜 저런 구조로 지었을까?
인간은 불편함을 개선해가는 생물, 모든 특이한 모습엔 분명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