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쁠라부한 라뚜 Pelabuhan Ratu ~ 가는 길 시골 풍경~ 1/4

명랑쾌활 2010. 5. 27. 17:45

Pelabuhan 항구, Ratu 여왕.
여왕의 항구라는 뜻의 아름다운 해변도시이다.
여기서 여왕은 자와섬 남쪽 바다(인도양)을 다스린다는 여신 니 로로 키둘 Nyi Roro Kidul을 일컫는 말이다.
녹색 옷을 입고 바다에 나오는 사람은 여신에 의해 바다로 끌려 들어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카르타에서 차로 4시간 가량 걸린다.
교통편이 마땅치 않으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가용이나 렌트카를 이용해 가야한다.
보다시피 대양에 바로 맞닿아 있는 곳이라 파도의 힘이 좋아, 서핑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파도가 끌어 당기는 힘도 대단한데, 여신의 전설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관광객은 내국인 비율이 약간 높으나, 서양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동양인 관광객은 일본인이 대부분인데 서핑을 즐기기 위해서 온다고 하며, 한국인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걸로 나도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3대양을 모두 경험하게 되었다.
(더불어 지중해도도. 음하하!)

보고르 Bogor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전체 여졍의 3분의 1 가량이다.
도로가 좀더 발달한다면 인니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텐데, 현재 계획된 고속도로도 언제 완공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나마 보고르까지라도 뚫려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장군 차량.
군부의 힘이 강력한 나라답게, 일반도로에서도 군부 소속을 뜻하는 번호판을 단 차량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장군 차량은 처음 봤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나서 일반 도로를 달리는데, 왠일인지 무전기를 든 경찰들이 쫙 깔렸다.
어느 정도 달리다 보니, 경찰이 차를 길 옆에 세우라고 한다.
그 이유는...

두둥!
위의 회색 차가 현 인니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의 차량이다.
이 차를 중심으로 몇 대의 차량이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거침없이 지나친다.
대통령 행차를 위해 경로의 모든 길을 통제하는 것도 신선했지만, 육로로 4시간 이상이 걸리는 길을 헬기가 아닌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도 의외였다.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은 허름한 건물이지만, 엄연히 이슬람 회당이다.
옆에 기도시간을 알리는 확성기도 눈에 뜨인다.
한국처럼 교회가 무슨 동네구멍가게인 양 다글다글하지도 않고, 네온으로 시뻘겋게 빛나는 십자가 따위도 없다.
이슬람 회당은 헌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돈통 돌리면서 성스러운 찬송가를 부르지도 않고, 누가 감사헌금 했다고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도하러 가는 곳이다.

산허리를 살짝 덮은 구름 조각.

저런 위험한 포즈로 잘도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다.
앞사람 허리에 오른팔을 살짤 두른 것을 보아, 둘은 부부 사이다.
만약 부부가 아니라면, 위험하더라도 저 아줌마는 그냥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옆으로 앉아 갔을 것이다.

몇 번 말했지만, 이 곳에서 야자는 널리고 널린 과일이다.

이런 시골에도 앙꼿 Angkot은 어김없이 있다.

포카리스웨트 공장.
뭐 알아 보기는 쉽지만, 왠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런 길이 일반 국도도 아니고 주요 국도다.
한국의 도로망이 얼마나 잘 돼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인니의 도로엔 중앙선이 없다.
중앙선을 만들고 싶다면 중앙분리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냥 노란 선으로 만들어봐야 지켜지지도 않을 것이다.

이 열대 지방에 비닐하우스일까?
당연히 아니다.
아마도 양계장이 아닐까 싶다.

빨래를 이렇게 길 옆에 대충 널어 놓는 것은 흔한 일이다.

뭐가 됬든 판다.
생활유지비의 최저선이 낮기 때문에 괜찮다.

기름집이다.
먹는 기름이 아니라 오토바이용 기름.
물론 싸지만, 당연히 제대로 된 기름은 아니다.

선거철이라 여기저기 벽보가 눈에 뜨인다.
그래도 풀로 처덕처덕 발라 붙이지는 않는다.
여기는 대나무 말뚝을 세워 설치했다.

이런 꼬불길이라도 있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비포장인 곳도 많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심은 것인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사람 한 명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농장은 아닌듯 한데...

아이들이 눈에 뜨인다는 것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뜻이다.

길 가로 뜬금없이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하루 종일 얼마나 팔릴까가 의문이다.

그런 곳에 멀거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른편의 쬐꼬만 아이의 언니일 수도, 엄마일 수도 있다.
시골에서는 아직도 조혼 풍습이 있어서 심할 경우 15살이 안됐는데도 결혼시키기도 한다고 한다.

계단식 논.
인니는 삼모작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농한기가 따로 없다.
한국보다 힘들까?

이정도면 제법 큰 운동장이다.
한가롭게 앉아 담소하는 아이들이 좋아 보인다.
애들은 그저 애들답게 뛰어 노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뛰어나고자도 아니고,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학원을 몇 군데나 다니는 한국 아이들의 현실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내가 이상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