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남에서 한국으로 땡초 고춧가루가 수입된 걸 본 게 10여년 전이다.
인니도 땡초(=Cabe Rawit)가 한국의 김치만큼 흔한 나라라 고춧가루가 있을 법도 한데, 인니에 10여년 사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현지인들이야 생고추를 갈아서 삼발 Sambal 이라는 양념을 만들어 먹는 식문화라서 그렇다 쳐도, 쌀농사 짓고 두부며 김치도 만들어 파는 한인들이라면 벌써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그렇다.
무궁화라는 한인 마트에서 자체 유통하는 인니산 고춧가루는 당최 맵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벳남제 땡초 고춧가루를 사와서 먹곤 했다.
싸요 Ssayo 라는 한인 마트가 무궁화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인니 한인 소기업들이 제조한 식자재들을 제법 다채롭게 취급하고 있다.
무궁화에서 취급하는 제품에 비해 저렴하고 품질이 좋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얼마전 드디어 땡초 고춧가루가 보여서 냉큼 샀다.
포장지에는 누가 봐도 한국산 고추 그림이 인쇄되어 있지만, 아주 매운 고춧가루라고 하는 걸로 보아 땡초를 썼을 거다.
Java Super Food 라는 한인 업체가 만드는 제품이다.
제조 공장이 있는 수까부미 Sukabumi 지역은 은퇴하고서 소박하게 농사 지으면서 사시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근래 한류 바람을 타고 뭔가 묘하게 아마추어스러운 한식 제품들이 심심찮게 나오는 지역이다.
한인보다는 현지인을 타겟으로 한 포장 디자인이다.
매운 정도가 대만족이다.
일반 고추가 아니라 땡초 맞는 거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가격도 5만 루피아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다른 한국식 고춧가루에 비해 절반 수준)
앞으로 한국에서 벳남제 고춧가루 사올 필요가 없어졌다.
근데 도대체 그 동안은 왜 만들지 않았을까?
인니에서 일하다 은퇴하고 계속 눌러 살면서 이런 저런 것들 소소하게 사업하는 한인분들이 적지 않으니, 누군가 만들어 봤을 법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