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근황

2009년 연말 철산 상업지구의 여기저기

명랑쾌활 2010. 2. 17. 21:47
광명시에 사는, 혹은 광명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 상업지구'가 어딘지를 압니다.
지금은 하안동에 한 군데 더 생겨서 광명시에 두 군데지만, 여전히 그냥 상업지구를 얘기하면 ' 철산 상업지구' 지요.
전 한국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이 곳이 떠오릅니다.
문득 그리움이 들 때 떠오르는 곳도 집과 이 곳이구요.

연말, 연초에 한국 다녀갔을 때, 여기저기 사진 찍었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겠습니다만, 외국에 근거지가 있다보니 이런 짓도 하게 되네요.

(하단부터는 문장 끝을 짧게 쓰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왜 굳이 어체를 바꿨냐면... 내용이 약간 비비꼬는 식이다 보니 도저히 경어체로 쓰기 힘들더군요.
비꼬는 내용을 경어체로 쓰면 부드러워지기 보다 오히려 더 비아냥 거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어쨌든 양해 바랍니다.

경찰서 옆 정류장

자수정 사우나 앞 건널목.

2001 아울렛과 자수정 사우나 사이의 보행자 전용 넓은 도로에 들어서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낮에 본 풍경

반대편에서 본 풍경

미스터 피자와 (구) 오뎅바 건물 사이의 일방통행길.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중에 맛없기로 세 번 째 안에 들었던 (군대 포함!) 오뎅바는 기껏 없어지더니, 육회집이 들어설 줄이야.
갑자기 여기저기 비슷한 업소가 생기는 곳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손님 나눠먹어도 충분히 마진이 있기 때문에 마구 생기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소비자 고발에서 육회집 문제 터졌다.
세상에 손해보는 장사 없고, 단가가 낮으면 물건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상업지구의 중심부 ' 광장'
상업지구 중에서 권리금,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밤이면 나이트 웨이터들이 꽉 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때가 때이니 만큼 구세군도 등장했다.
웃기는 것은, 원래 모금하기 좋은 목은 저 원형의 반대편인데,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이건 상업지구 토박이 전문가 아니면 모른다. ㅋㅋ) 거기에는 무슨 무슨 교회에서 나와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면서 불우이웃돕기 모금하고 있었다.
착한 일도 경쟁하는 아름다운 나라다.
모금액 더 많은 쪽이 천국 가는 거냐?

여담으로, 그 뒤로 구세군이 혼자 모금하던 때도 있었고, 또 다른 교회랑 같이 모금하던 때도 있고 그랬었다.
이왕 불우이웃을 도우시려면 저희 교회를 통해서 도우세요 인가?
할렐루야~

광장에서 2단지 방향 골목

광장에서 12단지 방향 골목

광장에서 2001 아울렛 방향 골목
광장은 세 방향으로 길이 뻗어 있다.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커피전문점의 등대 간판.
가장 먼저 생긴 곳은 아니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되고 있는 집이다.

저기 약국과 병원 등이 있는 두 건물은 상업지구가 배추밭이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건물들이다.
특히 오른쪽 건물의 병원들은 가히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라 할 만한 곳들이다.
그나저나 난 저 건물 위의 십자가들을 볼 때마다 유치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저거야 말로 우상숭배의 멋진 예 아닌가?
저거 만들 돈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생각은 없을 것이다.
성전을 아름답게 꾸미고 키워, 한 사람이라도 더 하나님의 품으로 전도해야 하시는 분들이라, 도와봤자 나아지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불우이웃은 부득이 후순위로 밀려야 하겠지.
모쪼록 그들이, 그들이 흠숭해 마지않는 그 분은 찌를듯이 높은 십자가 위 하늘에 있지 아니하고,
춥고 배고픈 낮은 이들 속에 있음을 속히 깨닫기를 바란다.
교회 안다니는 나도 아는데, 그 좋으신 성경 말씀 공부하시는 분들은 모르시나?

배추밭이었던 지역과 상업지구 조성 이전에 세워졌던 건물 지역의 경계선이 되는 도로
이 도로를 경계선으로 권리금이 1억 정도, 월세가 백만원 정도 차이난다.
권리금이라는 것이 형성되는 것이 의외로 무서운 것이, 이 도로 하나를 차이로 유동인구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상업지구에 대해 잘 모르고 들이대는 투자 점주들이 싸다고 선택하다가 잘 낚인다.
새로 생기면 한 번 쯤 가보기는 하지만, 어지간히 음식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지 않는한, 불쌍할 따름이다.
권리금 장사로 폭탄 넘기고 튀는 가게 빼고, 내 예상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렇다고, 있을수록 더 까먹을 뿐이니 지금 접으란 소리를, 오픈한지 얼마 안되는 가게에 해줄수도 없지 않은가. -_-;

상업지구와 12단지 사이의 주차장 길
시의 재정에 막대한 보탬이 되는, 광명시에서 가장 비싼 주차장이다.
여기 일하는 주차 관리원 아자씨, 할아버지들이 삥 뜯으려는 장난질을 가장 많이 친다.
그래도 주차된 차 앞으로 잠깐 세우고 일 보는 정도는 야박하게 뭐라고는 하지 않는다.
(광명시는 민원이 가장 날카로운 도시이기도 하다.)

광명 시민회관 옆 편에 설치된 뜬금 없는 돈지랄 루돌프.
나 20대 초반 때만 해도, 요 근처가 20대 남녀 헌팅 장소였었는데... ㅋㅋ
지금은 모든 학교가 남녀공학인 관계로 여기는 노인들도 안모이는 장소가 됐다.
남중, 남고 출신인데, 여자 후배가 있다.
어색하다.


서울 영등포에서 넘어오는 고척동 길, 인천에서 넘어오는 부천길과 1번 국도 수원-서울의 중간에 위치한 관록있는 위성도시 안양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광명 사거리가 번화하던 시절, 이곳은 밭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저도 학교 늦으면 배추밭 가로 질러 가다가 주인한테 쫓겼던 기억이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그 후로, 상업용지로 전용되고, 이런 저런 유흥 시설들이 들어서 상권을 이루어, 이른바 상업지구라는 대명사로 불리게 된 지역이지요.
상업지구가 비약적으로 활성화 됐던 때는, 걸어서 고작 20분 걸리는, 구로공단의 공순이, 공돌이들이 구로공단의 유흥가를 벗어나 좀더 새로운 곳을 찾으면서부터였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조금만 깔짝 거리면 넘어오기 쉬운 공순이들 많다고, 강남 오렌지 족들도 색다른 재미 찾으러 심심찮게 오는 뜨는 지역이 됐었지요.
(기분 상하거나 반발하실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상업지구에 관한한 저 토박입니다. ^^;;)
이때만 해도 상업지구 나이트 물 제법 좋았습니다. ㅋㅋ
게다가 젊은 친구들이 와글와글 하면서도, 상업지구 지역을 아파트와 빌라촌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라 가족들도 외식하러들 부담없이 나왔었지요.
그 뒤로 환경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구로 공단의 업체들이 인천 남동 공단과 시흥안산 시화 공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급격한 매출 감소에 맞닥뜨린 상업지구는 한 두 업소씩 변신을 시도합니다.
바로 불륜 조장 성인 나이트로요.
그때부터 상업지구의 물은 급격하게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장사 잘된다고 천정부지로 뛰었던 권리금과 월세는 한 번 오르면 떨어지질 않더군요.
그 때문에 싸고 맛있는 집들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맛있으려면 재료가 좋아야 하고, 그걸 싸게 판다는 것은 마진을 줄인다는 건데, 그래서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거든요.
쓸데 없이 비싸기만 하고 맛은 별로인, 마진이 높은 가게들만 남게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상업지구에 싼 곳은 없습니다.
그래도 전 상업지구가 좋습니다.
조금만 벗어나도 여기보다 싸고 좋은 곳은 많습니다만, 아직은 여기 저기 쌓여있는 좋은 기억들이 편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