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으로 나온 오믈렛과 토스트, 과일. 토스트 사이에는 '나름' 치즈도 들어있다.
1박 3만원에 이정도면 훌륭하다.
내가 어젯밤 하도 우렁차게 코를 골아서 옆방 한국 커플에게까지 울려 퍼졌나보다.
아내가 그러는데, 아침에 문 밖에서 한국 여성이 남자에게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ㅋㅋㅋㅋ
와씨, 엄청 미안한데 이게 불가항력이라 참...
예전에 엄청나게 살이 쪄서 비행기 옆좌석 내 자리까지 넘쳐 흘렀던 그 아가씨가 지금 나같은 기분이었을까.
이봐요, 바로 옆에서 자는 내 아내는 그러려니 하잖아!
난 당신 아내가 아니잖아!
그럼 내 아내가 되면 되잖...응!?
보온통에 뜨거운 물 넉넉하니, 커피든 차든 원하는 대로.
조식 시간 아니더라도 늘 갖춰져 있다.
원두 가루인데 거르지 않고 그냥 물에 타는 게 어색할 수도 있겠다.
가만 냅둬서 가라앉히고 마시면 되고, 입에 좀 들어가도 그냥 먹어도 괜찮다.
뭔 쓰레기라도 되는 것처럼 펫펫 뱉느라 호들갑 떠는 게 쪽팔린 행동이다.
한국에서는 커피 내리고 걸러진 걸 커피 '찌꺼기'라고 하면서, 화분이나 재떨이에 방향제처럼 버리니까 그런 인식을 갖게 된 거다.
두부콩 곱게 갈면 미숫가루듯, 커피 콩 간 것도 일종의 콩가루다.
먹어서 큰일나는 거면 우려먹지도 말아야지.
팬데믹 기간에 올라온 유튭 영상에 우붓 도로가 한산하더니 이제 다시 정체가 기본 옵션인 상태가 됐다.
여긴 시간 따로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정체다.
아내가 우붓에 꼭 들르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 가네샤 헌책방 Ganesha Bookshop.
서양 하드커버 원예 도감이 있을까 왔는데 실패다.
기대는 안했다.
여행자 대상 헌책방에 그런 무거운 책이 있을까. 소프트커버 소설이나 발리 문화예술 소개서 같은 거나 있겠지.
말해봐야 소용 없고 두고두고 섭섭해하기만 할테니 직접 겪고 납득하는 편이 낫다.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한 아쉬움을 보석돌로 푸는 아내. ㄷㄷㄷ
보석돌은 중복 표현이긴 한데 영어보다 정감이 있어서 그렇게 쓴다.
어차피 영어로도 젬, 젬스톤이라고 하는데 뭐.
손에 쥐면 서늘하거나 따듯한 기운이 돌아서 좋댄다. 난 잘 모르겠던데, 그런 쪽으로 예민한가 보다.
다이아 안찾는 게 어디여... ㅎ
가공하지 않은 보석돌은 저렴한 편이다. 30만 루피아부터 다양하다.
점심으로 시원새콤한 비빔국수, 정 아니면 쌀밥에 매콤한 빠당 음식이 땡기는데...
아내가 웨스턴이나 이태리 음식이 먹고 싶댄다.
아니이이잇! 완전 대척점이잖아. ㅋㅋ
아내를 위해 온 우붓이니 뭐.
와룽 찌타 오페스트 Warung Citta Ovest 에 갔다.
여기 가격 저렴하고 음식 제대로다.
식당 가격이 비싼 건가 싼 건가 구분하는 그럴듯한 기준 중 하나는 빈땅 맥주 가격이다.
빈땅 맥주 큰 병 5만 루피아 이상이면 비싼 곳, 이하면 저렴한 곳이다.
작은 병만 파는 곳은 음식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서 식당 범주에 들지 않는다.
아내가 시킨 뻰네 까르로나라. ...이런 걸 원했던 거였군?
까르보나라 별로인 내가 먹어봐도 맛있었다.
오냐 느끼해 죽어보자 하고 선택한 알리오 올리오인데 마늘 풍미가 제대로라 맛있게 먹었다. ㅎ
엔초비도 들어있는 모양.
우붓은 워낙 미식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어 있어서 그런지, 현지인이 조리하는 콩만한 가게 음식도 어지간하면 수준이 높다.
특히 이태리 음식이 그런데, 장기 거주하는 이탈리아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기네 원조 음식들에 예민하기로 유명하지 않나.
발리 지역 피자와 젤라또가 맛있는 이유도 그래서라고 카더라.
두어 시간 나갔다 들어왔더니 그 사이 객실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다.
2박 머무는 거라 기대도 하지 않았다. 나가면서 요청도 안했다. 그래서 개인 물품들도 대충 뒀었다.
근데 개인 물품 있는 언저리는 아예 손도 대지 않은 거 같다.
아무렇게 놨어도 물건 놓인 위치 습관적으로 기억해두는데 이동한 흔적이 전혀 없다.
이 숙소 감동이다.
아내는 우붓 올 적마다 반드시 가는 단골 스파에 풀 코스 받으러 가고...
그동안 나는 몽키 포레스트 옆 트로피컬 뷰 우붓 Tropical View Ubud 에서 시간 보내기로.
오랜만에 음악 듣고 책 읽고 글 끄적이는 시간을 가졌다.
집에서는 가만히 책만 읽으려 해도 아내나 괭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갈구작 거려서 집중하는 시간이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끊겨서 스트레스다.
겉보기엔 아무 일도 없는 거 같지만 책에 한참 빠져 집중하는 사람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막 한참 달리다 그 흐름이 툭 끊기는 게 얼마나 짜증나는지, 아내는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거 같다.
누가 만화책이든 책이든 읽고 있으면 가급적 방해하지 않는 집안 분위기에서 커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고작 그냥 집에서 조용히 책보는 것 정도는 별 어려움 없는 소소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리 만만치 않은 복락이었을 줄이야.
당연하게 누리는 모든 좋은 것들은 당연해서 흔한 줄 알지만, 잃고 나면 비로소 그게 당연하지 않은 귀한 것들이었다는 걸 깨닿게 마련이다.
그나저나 이 카페 바람 지나가는 길목인가 보다.
한낮 야외인데도 바람이 1초도 끊이지 않고 솔솔 지나가니까, 1시간 반쯤 지나서는 머리가 띵하고 오한이 든다.
심지어 시원한 음료도 아니고 따듯한 롱 블랙이었는데.
처음엔 좋구나 하고 앉아 있었다가 추워서 도저히 못버티고 일어났다. ㅋ
향이나 뭐 기념품 좀 살겸 아내와 코코마트에 들렀다.
발리 향 사다가 가끔 집안에 피우면 병풍 뒤에 있는 거 같고 분위기 좋다.
인도미에서 일본 라면 시리즈를 출시했다.
경쟁 업체들이 너도나도 한국 스타일 라면 출시해서 다구리 치니까 일본 라면으로 대응하는 모양이다.
세 가지 다 먹어봤는데 토리 미소 라면은 제법 잘 나왔고 쇼유 라면과 타코야키 볶음면은 망.
순전히 내 추측인데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제품 개발 꼬셨을 거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예산 들여 자국 문화 퍼뜨리려고 노력하는 걸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뭔 사꾸라 축제니 뭐니 중소도시에서 개최하는 것도 일본 정부 지원 단체와 대기업 스폰서가 줄줄 붙는다.
그에 비하면 한류 붐은 기적이다. 민간이 각개 전투해서 올라온 거에 정부는 뒤늦게 숟가락질 하는 거다.
그나마도 자잘하다 싶으면 괜히 이름 올렸다 잘못되면 엮일까 아는체도 안한다.
이런 건 이쪽 당이든 저쪽 당이든 상관 없다. 정치가 아니라 온전히 공무원 조직 집단의 문제다.
한국의 행정 서비스 수준이 세계적이 된 건 공무원이 세계적 수준이라서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맘에 안들면 조져대는 국민들 때문이다.
반면 해외 공관 행정 서비스 수준은 그대로다. 어차피 불편한 사람들은 재외 국민 극소수고, 절대 다수는 자기랑 상관 없어서 관심 없기 때문에 사각지대다.
오히려 개선하려다가, 국내에도 할 거 많은데 엄한데 세금 쓴다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이제껏 각개 전투로 살았는데 이제와서 정부 지원 바랄까.
인니 10여년 살면서,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정부 도움 1도 받아 본 적 없다.
팬데믹 때도 마스크 지원한다며 직접 받으러 오라는 수준이다. (거기 사람 모이게 되는 거다.)
백신 접종할 방법 물어봤더니 알아서 찾으라던 눔들에게 뭘 바라나. ㅋㅋ
팩 포장된 달걀 10개 22,000 루피아.
우붓 중심이니 그나마 비싼 걸텐데도 내가 사는 찌까랑 보다 싸다.
연금 생활하는 서양인들이 발리에 많이 거주하는 이유가 있다.
코코 마트 나서면서 본 하늘
돈도 갈쿠리로 버는데 저 전선들 지하 매설은 언제나 하려나.
시골 마을 아메드 있는 동안 정전 한 번도 없었는데, 여기서는 정전 30분 겪었다.
아내가 어제 가기로 했다 말았던 타코를 먹자고 한다.
아니이잇! 오늘은 피자나 먹을까 했단 말이닷. ㅋㅋ
퀘사디아
부리또
둘 다 가격, 맛, 양 훌륭하다.
역시 우붓은 햄버거 같은 개성 없는 웨스턴 음식은 그저 그런데, 어느 나라 음식 전문이라고 정한 곳은 어지간하면 평타 이상이다.
손님이 거의 없어서 주문 밀리지도 않았는데 40분 넘게 걸린 건 아쉽지만, 발리가 대체적으로 그런 편이니 뭐.
근데 라이브 가수 수준이 좀...
노래 좀 한다 하는 밴드들이 발리에 몰리다 보니 수준이 높은 편인데, 저 분은 좀 떨어진다.
아메드 와룽 아궁 주인 아저씨도 이 바닥에서 좀 노셨을라나?
빨간 옷 입은 아저씨가 사장이거나 매니저인 거 같은데 우리에게 아락 한 잔씩 가져다 주셨다.
근데 저 아저씨... 10여년 전 우붓 처음 왔을 적에 이 근처 로터스 레인 피자 Lotus Lane Pizza 라는 레스토랑 (지금은 없어짐) 매니저였던 거 같다. (https://choon666.tistory.com/287)
얼굴은 어렴풋한데 체구가 비슷하고, 특히 친절하긴 한데 건들건들 하는 태도가 기억을 일깨운다.
만약 그 분이 맞다면, 그 당시 동양인 깔보는 거 같다고 느꼈던 건 내가 잔뜩 위축된 상태에서 자격지심 피해의식 같은 게 있어서 그렇게 느꼈나 보다.
이제 보니 그냥 원래 스타일이 그럴 뿐 딱히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하긴,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타인이 내게 다른 의도를 갖고 자시고 할까.
우리 피자 맛있지. 맛있네요. 이런 피자 아무데서나 못먹는다. 와, 그렇군요. 끝.
어이, 너 아락 한 잔 해라. 아락 줘서 고마워요. 끝.
당시의 난 매우 찌질했다. ㅋㅋ
뭐 지금도 딱히 나아지진 않았지만, 최소한 뭘 자꾸 남에게 대단해 보이려고 아등바등하는 걸 내려놓기는 해서 다행이다.
여유가 없는 건 뭐가 없어서가 아니라, 없는 걸 있어 보이려고 무리해서다.
없는 걸 있어 보이려고 무리하면 할 수록 결핍과 괴리, 부자연스러움만 더 심해진다.
타인은 내게 뭐가 있든 없든 딱히 관심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 거의 모든 타인은 하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찮다는 걸 인정하면 비로소 여유가 생긴다.
유성펜 갖다 주며 뭘 쓰라고 자꾸 권해서 쓰기는 썼다.
제법 많은 외국인들이 한글을 보면 한글인 줄 알아보는 멋진 시절이 왔다.
이런 시절이 진짜로 온 게 신기하다.
밤 10시, 우붓 마지막 날 밤거리를 천천히 걸어 숙소로 돌아간다.
아까 파스타 먹었던 이태리 식당은 일찌감치 문 닫았네.
짱구에 잘 도착한 친구 동생 녀석은 어제 오늘 어디서 뭐 먹었는지 계속 사진을 보내온다.
좋은 데 가서 폼나게 잘 쓰고 다니나 보다, 나랑 있을 적엔 그렇게 검소하던 녀석이.
'혼자서도 씩씩하게 재미있게 잘 놀아요'라는 뜻이겠거니 하지만, 눈치가 있다면 좀 검소한 사진을 보내던가, 문자만 보내던가, 철딱서니 없는 눔. ㅋㅋ
이제 서로 나이 먹을만큼 먹어서 같이 늙어가는 동지나 다름없는데, 막내는 나이 먹어도 막내인가 보다.
공항까지 뭘 타고 갈까 고민하다 이번엔 클룩 Klook 앱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우붓 지역에서 사설 택시 이외의 교통 수단이 이용 가능한가 불안했지만, 이미 이용했다는 한국인 후기들이 있어서 시도해봤다.
클룩 기사가 예약한 시간 15분 전에 숙소 앞에 도착했다며 사진을 전송해왔다.
만족스럽다.
공항 가는 길에 클룩 기사에게 확인해보니, 우붓은 이제 고젝이나 그랩도 가능하다고 한다.
단, 우붓 지역에서 콜을 받을 수 있는 기사들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어쩐지 거리당 요금도 사설 택시 시세와 큰 차이가 없어서, 인니 다른 지역 그랩의 시세와 몇 배의 차이가 있었다.
공유 교통 시스템이 우붓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담합했던 집단의 주축과 그랩이 협상한 결과인 모양이다.
다른 지역 그런 거 없을 때 유일하게 담합 통제가 가능했던 집단답다.
그런 식으로 풀면 자기들 이익은 지키면서 편해지고, 우붓 내 영업은 가능하지만 그랩에 등록은 못하는 비주류 사설택시들보다 유리해질테니, 통제만 가능하다면 득만 있고 실은 없을 거다.
역시 약자가 대자본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합과 집단 행동이다.
우붓은 진짜 지독했다. 외부 차량이 오면 어디든 감시의 눈이 있었다.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어느새 나타나 지금 사람 태우는 거냐고 확인하고 그랬다.
아이러니한 건,우붓이 제한하던 시절엔 아무 제약 없었던 다른 지역들은 오히려 이제 다들 제한하고 있다.
아직 우붓 정도의 통제 역량이 되지 않아서 우붓의 과정을 뒤따르는 모양이다.
공항 도착.
차량 내외부 깨끗하고, 기사 태도도 깔끔하다.
공항 입장료 달라느니 하는 개수작 부리려고 간보는 행동 일절 없었다. (사설 택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도착해서 딱 내려서 트렁크에서 가방들 내리고, 비용도 이미 결제된 상태니 깍듯이 인사하고 끝.
이런데 사설 택시나 그랩보다 저렴하기까지 하니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
이권을 위해 뭉친 집단에게는 불가능할 거다.
자정 노력이나 매너 교육을 해서 수준을 높이기 보다는 경쟁자들을 깎아 내려 상대적 우위를 잡는데 노력을 쏟아붓겠지.
인니에 오래 살아서 물정 좀 알고 현지어 잘하면 외국인 여행자가 모르는 싸고 괜찮은 루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소통이 좀더 원활해서 호감 얻기 쉽지만, 인니어 잘한다고 좋다며 박수치고 깎아주고 그럴 일 없다.
외국인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를 알 수 있다는 정도다.
공짜는 없다. 현지인 만큼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면, 현지인 수준의 서비스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나 발리는 발리 외 지역에서 오는 내국인 여행객이나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 여행객이나 다 외지인이다.
제주도 가면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공평하게 바가지 쓰는 거나 같다.
외국인에게 더 바가지를 씌우면 씌웠지, 내국인이라고 싸게 해주는 건 없다.
여행 상품 역시 외국인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차라리 외국인 여행자들끼리의 정보 네트워크가 더 빠르고 유용한 거 같다.
발리 공항 국내선 흡연 구역
난 여기만 오면 비흡연자와 동등하게 흡연자 권리 존중 받는 거 같아서 마음이 편하더라.
혐연자(비흡연자가 아니라)는 질색팔색 경멸하겠지만. ㅎㅎ
혐연자의 심리는 마치 미국 백인이 흑인 혐오하는 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둘 다 혐오라는 감정이다)
혐오의 근거는 길빵이나 간접 흡연 등 비매너에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건데, 결론은 모든 흡연자에 대한 혐오다.
그렇지 않은 흡연자도 있다는 의견은 묵살한다.
'좋은 흑인은 죽은 흑인 뿐이다', '좋은 흡연자는 죽은 흡연자 뿐이다' 비슷하지 않나.
혐오를 표출하는 게 정의 구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
요즘 같이 혐오 자체가 죄악시 되는 세상에, 마음껏 대놓고 혐오해도 된다니 얼마나 좋을까.
혐오를 표출하는 행위는 정신적 쾌감이 있다.
공항 내 식당 음식 가격은 시중의 두 배인 게 뭔 규칙이라도 되나 보다.
발리 오기 전 공항에서 바소를 먹고, 돌아갈 때 다시 바소를 먹었다.
이번엔 정상적으로 짜서 다행이다.
인니는 국에 밥을 말아먹지 않고 끼얹어 먹기 때문에 그에 맞게 짜다. (생각해 보니 한국 말고 국에 밥 말아 먹는 나라가 없다.)
국물은 맑지만 찌개로 봐야 한다.
인니에서 왠지 답답한 속 뚫으려 국물이 먹고 싶은데 향신료 예민하다면, 경험상 바소가 가장 무난하다.
바소 국물에 채썬 고추 넣어서 먹으면 속이 어느 정도 뚫린다.
뭐 제일 직빵은 인니 전역 어느 편의점에 가나 있는 한국 컵라면이지만.
이 탁월한 너비.
올 때도 그러더니 갈 때도 고맙게 비상구 옆좌석을 줬다.
덕분에 다리 쫙 펴고 편하게 왔다.
이륙할 비행기들이 줄을 섰다.
그나마 이정도면 아직 양호한 거다. 팬데믹 이전엔 발리 공항도 혼잡하기로 유명했다.
내가 탄 비행기도 출발 시간에서 '20분 밖에' 늦지 않아서 놀랐다.
올 적엔 할림 Halim 공항으로 왔다.
한국으로 따지면 인천 공항 생기기 전 김포 공항 비슷한 곳으로, 도심에 있다.
착륙할 적에 엄청 가까이 보이는 민가들이 박진감 넘친다.
김포 공항과 다른 건 외국 항공편 없는 순수한 국내 공항이라는 점이다.
김포 공항은 국내선 갖고는 도저히 수요가 안나오니까 그런 거고, 땅덩어리 넓은 섬나라 인니의 할림 공항은 차고 넘친다.
1985년까지는 여기가 국제 공항이었다.
당시 이 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들은 특유의 '안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으로 기반을 잡고 성공했다.
후속으로 진출한 기업들 역시 그 본을 받아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인니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직원에 대한 인권 의식이나 복지 수준이 80년대에 멈춰있다.
...국뽕 얘기 할 줄 알았나? ㅋㅋ
여느 지방 공항들처럼 내부 시설도 소박하다.
국내선이라 면세점도 아닌데 주류 판매점이 있다.
발리를 제외하면 주류 판매점이 워낙 드물어서 그렇다.
비행기 이용할 정도면 돈 좀 있을테니 비싼 술 살 손님들이 많으니까.
종교 때문에 술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종교 명분으로 세금을 많이 걷는 정책 기조의 단상이다.
바깥도 소박하다.
집까지 거리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앞으로도 할림 공항을 자주 이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