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

학생비자로 들어와서 KITAS 받는 방법 -1부-

명랑쾌활 2010. 1. 20. 21:01
학생비자나 비지니스비자와 KITAS를 헷갈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_-;)
간단히 말해서 비자는 ' 입국'을 허가하는 증명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KITAS는 ' 장기체류'를 허가하는 증명서구요.
입국에는 관광, 취업, 학업 등의 목적에 따라 체류 기간이 주어지는데, 6개월 이상의 장기 체류를 허가하는 비자들은 (취업, 학업 등) 보통 최대 1년이고 연장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KITAS 역시 1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비자와 KITAS를 동일시 생각하는데, 6개월 이상의 장기체류 비자로 입국하는 경우, 꼭 KITAS를 받아야 하므로, 뭐 같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6개월 이하의 비자, 즉 광광비자나 사회문화비자로 입국하는 경우는 KITAS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 그렇게 입국하면 저절로 KITAS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1주일 이내에 꼭 관할 이민국에 신고를 하고 필요 서류를 제출해야 하므로, 전혀 별개의 개념이기도 합니다.
만일 1주일 이내에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1일 당 20만 루피아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누군가 두 달 가량을 늦게 신고하여 천 몇 백만 루피아의 벌금을 물었다던 전설이 있더군요.)

자아, 얘기가 길었습니다.
장기체류 비자로 들어온 분의 KITAS 처리에 관한 프로세스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1. 관할 이민국에 서류 접수
2. 관할 경찰서에 서류 접수 (1번과 동시 진행 가능)
3. 관할 이민국과 경찰서에서 서류 처리 완료되어 발급되는 증빙서류와 함께 관할 Wali Kota(구청이나 시청 같은 곳)에 서류 접수
4. 자카르타 슬라탄의 경찰본부에 서류 접수 (1번 완료되어 KITAS 발급되면 진행 가능... 하다고 함.)

... X발 X나게 복잡하죠?
게다가 누가 깔금하게 정리해서 조목조목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뭐 챙겨가야 할지 몰라서 퇴짜 맞고 허탕치고 다시 가야하는 경우 다반삽니다.
그러니 욕나오시는 분들은 이쯤에서 그냥 에이전트에게 맡기시길 권합니다.
수수료 한 백오십달러 정도(서류 접수비, 차비 등 실비 제외)인데, 수고와 시간을 고려하면 그닥 비싼거 아닙니다.
저도 한 번 쯤은 경험 삼아 맨딩해 보자고 들이대고 있습니다만, 돈으로 바르는 거나 그닥 남을 것도 없다 싶네요.
경험에 후한 값을 치는 분들에게만 직접 해보길 권합니다.
저도 두 번은 안할랍니다. (이래놓고 아마 다음 번엔 해봤다고 안다고 또 할듯... -_-;)
-- 2010년 7월 추가사항 : 결국 또 직접 했습니다. 에이전시 수고료가 너무 비싸요. -_-;

우선, 모든 일처리를 하기 전에 BIPA 사무실에 KITAS를 위한 스폰서 서류를 신청해야 합니다.
신청하면 다음 날 두툼한 봉투를 건내주더군요.
(아침 일찍 신청하면 점심 즈음에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서류를 잘 보면 수신인들이 적혀 있는데, 이민국 것 두 장, 관할 경찰서, Wali Kota, 중앙경찰청 것 각각 한 장씩 해서, 총 다섯 장입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서류의 윗 부분에 Yth. 라고 써있는 곳을 보면, 각각 Imigrasi(이민국), Wali Kota, Polisi Repor(관할 경찰서), Kepala BAINTELKAM(자카르타 슬라탄 중앙경찰청) 이라고 써있습니다.

* 권장사항 : 모든 서류는 두어 장 씩 복사해 두길 권합니다.
서류가 많다 보니 어디선가 흘려서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당했습니다.)
그리고, 가끔 멀쩡히 서류 제출했는데, 빠졌다며 달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제가 당했습니다.)
뭐 분명히 냈다고 우길 수도 없고, 우겨봐야 소용 없습니다.
그때 복사본이라도 제출하면 일단 통과됩니다.(제가 그렇게 해결했습니다.)


1. 관할 이민국에 서류 접수 -KITAS 발급-

KITAS 는 Kartu Ijin TinggAl Sementara 의 약자로서 임시거주허가증 이라는 뜻입니다.

소요일 4~5 영업일, 총 세 번 가야함.

필요 서류는,
비자
비자 복사본 *2 - 신상 명세 부분과 학생비자 부분
BIPA의 스폰서 서류 - 사무실에 KITAS 신청할 거라고 하면 발급해 준 것 중 두 장.
BIPA에 다니고 있다는 증명서류 두 가지 - 이전에 학생비자 스폰서 서류 발급 받았을 적에 같이 줬었음!!
출국카드 - 자카르타 입국하는 비행기 내에서 작성하는 입출국 카드 중, 입국카드는 입국 심사 시에 제출하고 출국카드는 떼어서 돌려준다.
증명사진 2*3 size *2
증명사진 3*4 size *2 - 증명사진 배경은 빨간색으로!
접수비 77만 루피아 - 2010.01.13 기준. 두번 째 방문 때 지불.

이상을 가지고 이민국에 가서 제출하면 됩니다.
BIPA 스폰서 서류 중 이민국에 제출해야 할 것이 어떤건지 잘 모르시겠으면 걍 몽땅 내밀어도 됩니다.
그러면 서류 검토해보고 필요 없는 건 돌려 줍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학생비자 스폰서 서류 발급 받은 중에 있는 Pendidik 어쩌구 하는 서류(스테이플러로 찍혀 있으며, 두번째 장은 학생들 이름 리스트가 있음) 두 가지를 빼먹곤 합니다.
인니 국외에서 학생비자 받을 시에는 필요없다며 돌려주는 서류입니다.
그렇다고 버리진 않았겠죠.(전 버릴까 하다가 혹시 몰라 챙겼었다는... ㄷㄷㄷ)
그리고 출국카드 역시 빼먹으시는 분들이 종종 있더군요.
저같은 경우, 입국 심사시 떼어서 주면 비자에 항상 끼워두기 때문에 다행히 다시 오는 수고는 피했습니다.
제출 요령과 진행 과정은 비자 연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회문화 비자의 비자 연장 절차 참조)
빨간 봉투 사서 넣어서 줘야 하는 것이라던가, KTP 복사본 또 복사해서 제출해야 하는 거라든가.
아참,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3장이고, 항목에 영어가 병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틀리군요.
인니어를 잘 모르시는 분은 작성하는데 꽤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테니 대비하시길.
서류까지 다 작성하여 봉투에 몽땅 담아 제출하면, 직원이 검토해보고 이상 없으면 다음 날 오라고 합니다.
비자 연장 때는 접수증을 주던데, 이번엔 안주더군요. 바빠서 그런건지...

다음 날, 다시 창구에 가서 이름 대면 서류 주면서 돈 내라고 합니다.
그럼 돈 내는 창구 (역시 사회문화 비자의 비자 연장 절차 참조)에 가서 77만 루피아(2010.01.13 현재)를 지불하고, 영수증 끼워 주면 다시 원래 창구에 가져다 줍니다.
그러면 좀 기다리라고 하는데, 창구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불러서 창구 사무실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사람이 없는 경우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돈 내는 창구 맞은 편의 좁은 복도가 창구 사무실로 들어가는 복도입니다.
들어가면 디카로 사진 찍고, 지문인식기로 열손가락 지문 등록하고, 태블릿팬으로 싸인 등록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등록 담당하는 아저씨가 저한테 사진 찍을 준비하라고 하고선, 졸더군요. 세상에...)
자아, 그럼 두 번째 날 할 일은 끝났습니다.
비자 연장할 때와는 달리 3영업일 후에 오라고 하는데, 접수가 많이 밀렸을 경우 4영업일 후에 오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역시 접수증이나 영수증 따위는 주지 않았습니다. (사실 주던 말던 별 상관은 없습니다.)

대망의 찾으러 가는 날!
3일 후라고 했으면 모를까 3일이나 4일 후에 오라고 했으면, 급하지 않다면 4일 째에 가는 것이 낫겠죠.
허탕치면 기분 더럽습니다. 그렇다고 항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별 이상이 없으면 비자와 Buku Biru(비자 크기의 퍼런 수첩), KITAS(거주허가증. 주민증같은 주황색 카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위의 세 가지와 KITAS 신청시 작성했던 신청서 석 장 중 한 장을 각각 두 장씩 복사해서 줘야 합니다.
(왜냐고 묻지 마세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ㅠ_ㅠ)
하는 김에 신청서를 제외한 세 가지를 각각 두세 장씩 복사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어차피 필요하기도 하고, 나중에 원본보다는 복사본 휴대하고 다니는 편이 나으니까요.
여기서 안하고 관할 경찰서에 있는 복사 가게에서 해도 됩니다.
가격은 관할 경찰서 복사 가게가 반값으로 쌉니다만, 이민국 복사 가게가 좀더 꼼꼼합니다.
(이민국 복사 가게 : 장당 500루피아, 관할 경찰서 복사 가게 : 장당 250루피아)
참고로 출국카드는 돌려주지 않습니다.
물어보니 이제부터 이민국에서 출국을 관리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민국에서 보관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국 시에는 최소한 출국 일주일 전에 이민국에 가서 출국 신고와 허가서를 발급 받아야 합니다.
이거 안받아서 가면 150불인가 벌금 내야 합니다.

드디어 이민국 업무는 끝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시점에서 이미 KITAS는 발급 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외국에서 산다는게 쉽지만은 않군요.

자랑스런 전리품들
원래 저것들을 모두 휴대하고 다녀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이고, 왼쪽의 저 주민증 같은 KITAS만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면 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냥 앞뒤 복사본을 휴대하고 다니길 권합니다.
좀 있으면 학교에서 학생증이 발급되는데, 그게 신분증으로 아무 문제없이 인정되기 때문에 그것과 같이 휴대하면 됩니다.
이거 재발급은 복잡하고 돈이 필요하지만, 학생증은 아무래도 더 수월하겠죠.


2. 관할 경찰서에 서류 접수 -STM 발급-

장기(6개월 이상) 채류할 목적의 외국인은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여, 발급받은 증명서를 휴대해야 합니다.
그게 STM입니다.
STM 은 Surat Tanda Melapor의 약자로, 출두증서 라는 뜻이군요.
(출두는 쥐뿔...)
참고로 Sekolah Teknik Menengah의 약자도 STM인데 이건 공업고등학교 라는 뜻입니다.

전술했다시피 이민국 서류 처리와 동시에 진행해도 됩니다.
단, 동시에 진행하고 싶다면 이민국에 가기 전에 접수해야 합니다.
비자 복사본과 대조하기 위해 원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민국에 접수하면 서류 처리하는 동안 비자 원본도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비자 원본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소요일 : 2~3일

필요 서류는,
비자 원본 - 복사본과 대조만 하고 돌려 줌.
비자 복사본 *1 - 신상 명세 부분과 학생비자 부분
BIPA의 스폰서 서류 - 사무실에 KITAS 신청할 거라고 하면 발급해 준 것 중 한 장
접수비 무료 - 뭔가 문제가 있다면 글쎄...

이상을 가지고 Wali Kota 건너편 Depok 경찰서에 제출하면 됩니다.
(이민국, Wali Kota, 경찰서가 그 근처에 모여 있어서 다행.)
경찰서 사진을 곁들여 설명하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경찰서라 여기저기 사진 찍기 후덜덜이라 생략하겠습니다.
(꼬투리 잡아서 벌금을 가장한 뇌물 요구하면 빼도 박도 못할거 같아서리... -_-;;)
한 번 가보면 상당히 간단한 구조입니다만, 말로 설명하긴 애매하네요.
우리 나라처럼 민원처리 부서가 따로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절하게 어디로 오라는 안내판 따위는 없으니...
그냥 아무나 붙잡고 물어물어 찾아 가세요.
그냥 물어보는 것 가지고 돈 달라거나 때리진 않습니다. -_-;;

별일 없으면 접수증 한 장 써줄겁니다. 잘 챙겨 두세요.
빠르면 2일 정도 소요됩니다.
이민국 서류처리와 같이 진행하시는 분은 이민국 처리가 완료되는 시점(3~4일 후)에 찾으러 오겠다고 해도 됩니다.
괜히 경찰서 것만 찾으러 번거롭게 한 번 더 갈 필요는 없죠.

참고로,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은 원래 접수비 따위는 없습니다만, 은근히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민국 서류 처리와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에 그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아니면, " 언제까지 해주길 원하냐." 고 묻고서, 빨리 해달라고 하면 급행료 격으로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부패경찰 어쩌구 하면서 괜히 까칠하게 나갔다가는 엿되는 것 정도는 아시죠?
현명하게 대처하는 거 의외로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겪어 보질 않았을테니까요.
아무리 공손하게 말해봤자 대놓고 싫다고 말하는 것도 현명한 처사가 아닙니다.
고수에게 조언을 듣는 등, 마음의 준비(?)를 해두길 권합니다.

며칠 후, 접수했던 곳으로 가서 접수증을 내밀면 A4 사이즈보다 작은 서류 한 장을 줄겁니다.
이것으로 관할 경찰서 등록도 끝났습니다.
아, 끝은 아니군요.
Wali Kota에 접수하기 위해서 복사를 해야 하는데, Wali Kota에는 복사 가게가 없습니다.
서류 받는 사무실에서 경찰서 정문 반대 방향으로 10여 미터 정도 가면 조그맣게 복사 가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방금 받은 서류를 두어 장 복사하세요.
이민국에서 받은 것들도 복사하지 않았으면 여기서 복사해야 겠군요.
자아, 이제 경찰서 건너편 Wali Kota로 갑시다!

자랑스런 전리품 2
이것도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데, 당연히 복사본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겠죠.


* 2010.02.03 추가 사항!!

보통 KITAS는 입국일 기준으로 1년 단위로 나옵니다.
가령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일자가 1월 1일이면, 허가 기한도 내년 1월 1일까지입니다.
(KITAS 접수일과는 무관합니다.)
그런데... 전 7개월 짜리가 나왔습니다. -_-;;
도대체 왜 그런 건지 여기저기 알아보았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는 군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서류 진행했던 사람들은 모두 1년 짜리 별탈 없이 받았습니다.
BIPA 사무실까지 쫓아가서 알아 봤지만 허사였습니다.
모르겠다, 할 수 없다 이 말 뿐이더군요.
젠장, 드는 비용만 10만원이 훌쩍 넘고, 얼추 한 달은 걸리는 일인데, 6개월도 아니고 7개월이라니요.

어차피 이 나라 돌아가는 꼴이 돈 먹이면 안되는 거 없고 돈 안먹이면 되는 것도 귀찮다고 모른다 발뺌하는 곳입니다만, 이대로 멍하니 있을 순 없죠.
KITAS 진행했던 사람들을 만나서 제가 진행했던 것과 다른 부분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해봤습니다.
다른 부분이 딱 하나 있더군요.
바로 <Departemen Pendidikan Nasional> 이라고 하는 BIPA에 다니고 있다는 증명서류 두 가지 가 문제였습니다.

보통은 학생비자를 위한 스폰서 서류를 신청하면 두어 달 뒤 나오고, 그걸로 바로 비자 진행을 합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학기를 끝내고 한국에 가서 비자를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전학기에 받은 재학 증명을 제출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저도 이 부분이 이상하다 생각되어, 이민국에 서류 접수 전에 BIPA 사무실 담당 직원에게 확인했습니다만, 괜찮다고 상관없다고 해서 그냥 접수시켰습니다.
(사실 재학 증명이래봤자 그냥 같은 반도 아닌 학생들 리스트 대충 붙여서 이렇게 다니고 있다 하고 적혀 있습니다.)
그랬는데 접수 다음 날, 이민국 직원이 바로 그 서류가 날짜가 이상하다면서 어떻게 된거냐고 묻더군요.
다행히 (사실 다행히가 아니었습니다 -_-;) BIPA 사무실의 담당 직원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에, 그 직원이 괜찮다고 했었다, 이상하면 그 직원과 통화해 보라 하면서 전화해서 바꿔 주었습니다.
이민국 직원이 BIPA 직원이 3~5분 간을 통화하면서 이것 저것 서류에 적더니, 제게 전화를 돌려 주면서 접수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이 다른 KITAS 신청자들과 저의 다른 점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조합해 본 결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BIPA는 예전부터 학생비자 스폰으로 비합법적인 이윤을 취해왔습니다.
학적만 올리고 다니지 않는 학생에게도 스폰서 레터를 발급했었죠.
그러다 문제가 드러났고, 그래서 지금은 예전보다 비자 심의가 훨씬 강화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 학기 재학 증명을 들고 KITAS 신청을 한 외국인이 떡하니 나타난 거죠.
서류만 다 있으면 어지간하면 통과 시키던 이민국 측에서도 이건 좀 골때리는 상황입니다.
한 두달 차이도 아니고, 하필이면 년도가 바뀐 재학 증명을 나 몰라라 넘어 갈 순 없겠죠.
그렇잖아도 벼르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서류가 맞지 않을 뿐, 이 외국인이 실제로 학교에 다니는 것은 확실하댑니다.
뭔가 구리다면 BIPA 직원이 서류 다시 제대로 발급하겠다고 슬슬 발뺌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다니고 있는 학생이거든요.
그렇다고 이민국 직원이 BIPA 직원 말만 듣고 오케이 하고 발급해 줄 순 없죠.
이민국 직원은 호구입니까?
게다가 미흡한 서류로 처리 서명하게 되면, 가뜩이나 벼르고 있는 문젠데 나중에 이거 문제 터질 시에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BIPA 직원에게 물었겠지요.
" 좋다. 하지만 그대로 1년 짜리는 끊어 줄 수 없다. 작년부터 다녔다는 얘기니까, 지금은 중급이겠네? 그러면 언제 졸업하는 거냐?"
6,7월의 특강은 정규 과정이 아니므로 제대로 졸업하려면 천상 연말까지 다녀야 하지만, 미비한 서류 괜찮다고 했던 BIPA 직원의 켕기는 입장에서는 연말에 졸업이라는 얘기는 할 수 없겠죠?
그건 그냥 제대로 1년 짜리 끊어 달라는 소리나 다름 없으니까요.
그래서, " 중급은 5월에 끝나고, 6월부터 7월까지의 특강을 수료하면 끝날 것이다." 라고 대답했겠지요.
그 답변에 이민국 직원은, " 좋다, 그러면 개월 단위로 끊어서 8월 7일이면 (제 입국일이 1월 7일) 문제없겠네? 그렇게 진행하겠다." 라고 했을테고, BIPA 직원으로서는 그냥 오케이지요.
이민국 직원으로서는 나중에 문제가 터져도 빠져나갈 근거가 생긴 것이고, BIPA 직원으로서는 지가 괜찮다고 한 서류 문제 터진거 잘 해결해서 통과 시킨 것이니까요.
문제는 그 와중에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처리하고 있던 외국인의, 한 학기를 더 들을 것인지, 특강은 쉴 것인지에 대한 입장 따위는 쥐밤톨 만큼도 고려되지 않은 것이고요.

여기까지가 제가 조합한 사건의 전모입니다.
이 이상 상황과 결과가 맞아 떨어지는 추리는 없군요.
(6개월도 아니고 8개월도 아니고 9개월도 아니고, 특강이 끝나고 며칠 뒤인 딱 7개월입니다.)

그 뒤로도 BIPA 사무실에 몇 번 찾아가서 뭔가 해결책이 없을까 문의 해봤습니다.
한 번은 BIPA 학장이, 제게 정말 연말까지 다닐거냐 확인하면서, 그렇다면 이민국에 알아봐 주겠다는 얘기도 들었구요.
그리고 그 결과를 제게 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락이 없길레 며칠 뒤 다시 직원을 찾아 갔더니, 내일 연락 오니까 다음 날 오라더군요.
많이 겪어 봐서 이 패턴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이민국에 연락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학장이 말만 하고 잊었는지, 학장이 해결하라고 했는데 직원이 안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이런 경우 후자입니다.
아무리 후진적인 부분이 있는 나라라지만, 학장 정도 되는 높은 직급의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거든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그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 날, 다시 찾아갔지만, 역시나 어쩔 수 없다, 이유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하더군요.
안쓰럽다, 걱정된다는 표정이지만, 그 와중에도 미안하다는 얘기는 절대! 없습니다.
(이 나라에서 미안하다는 표현은 실제로는 미안하지 않을 때만 인사치레로 씁니다. 정말 미안한 상황에서는 절대 쓰지 않습니다.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거든요.)
만약 내기를 걸라면, 전 이 BIPA 직원이 이민국에 전화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데 걸겠습니다.

황송하옵게도 내 이름까지 기억해주고, 서투룬 말로 하는 여러 가지 문의에도 답답해 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던 직원인데요.
하지만, 결국 내가 외국인이고,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만드는 존재네요.
그 난처하고 걱정스럽다는 표정과 제가 접근한 사건의 실체의 괴리감이 소름끼칩니다.
도대체 왜 말이 서툴다고 해서 머리도 멍청할 것라는 생각을 하는 걸까요?
이걸 한 번 뒤집을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BIPA 학장에게 점잖게 이런 저런 얘기만 해도, 제법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 있을듯 한데요.
(해봐야 나한테 득 될게 없으니까 안할거라 예상합니다만.)

잡설이 길었습니다.
당부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이겁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특별한 경우, 서류도 좀더 특별하게 신경쓰자.
모든 서류는 규정날짜를 맞춰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뭔가 이상하다면, 괜찮다는 말을 믿지 말자. 괜찮다는 말 해봤자, 그 말에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 나라 사람들의 책임감이라는 개념은 우리 나라와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상황에 따라 안지킬 수 있으면 없던 것도 되는... 그런 덕목인 모양입니다.

--2010년 7월 19일 추가사항--
제 추측이 거의 맞는거 같습니다.
이제 고급반 들어가고 비자도 반 년 밖에 안나왔는데 이번에는 KITAS가 1년 짜리가 나왔네요. -_-;;

--2015년 변경사항--

자카르타 슬라탄 경찰 본부에서 받는 SKLD는 이제 없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