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의 광복절 3일 전에 어떤 사람이 집에 찾아 왔습니다.
그는 친절한 미소를 띤 얼굴로 자신을 앞집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더군요. (전 이웃들과 대화 한 마디는 커녕 일면식도 없습니다.)
그리고, "국기를 아직 안다셨던데요."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웃으며 "아, 그렇군요. 달겠습니다."라고 순순히 답했습니다.
그는 제 집 옆집으로 순회를 떠났습니다.
그는 제가 외국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이니까 이해하기 보다는, 오히려 외국인이니 더욱더 인니 국경일 규칙을 존중하라는 마음이겠지요.
인니에는 때가 되면 남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이 애국자라는 걸 뽐내어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자연재해 이재민을 돕겠다는 취지로 멀쩡한 도로 한복판에 늘어서 비장한 얼굴로 모금을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네요.
근처 이웃집들 중엔 이미 국기를 단 사람들이 있군요.
그렇게 애국적인 문화지만, 딱히 국기 관리에 대한 규정은 허술한 편입니다.
대나무 작대기에 매달아 걸어도 상관 없습니다.
비가 와도 그냥 내버려 두지요.
다른 나라 국기 관리 규정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으니, 저로서는 다행입니다.
어쨌든 냉큼 국기를 사다가 집앞에 달았습니다.
애국심이라는 게 종교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건드리면 비이성적으로 반응하기 십상이지요.
태극기보다 더 큰 성조기를 나란히 흔드는 사람들이 애국을 부르짖는 거 보세요.
거기엔 이성과 논리 따위는 없어요.
그냥 대충 맞춰 주고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