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주변에 피해를 끼치며 사는 착한 사람

명랑쾌활 2020. 5. 1. 10:27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가족을 끔찍히 위하는 사람입니다.

타인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자기 부르는 자리엔 어떻게든 참석합니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돕습니다.

그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합니다.

회계도 모르고, 법률도 모르며,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의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착한 사람입니다.


"서로 도와가며 사는 거지."

그가 잘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금전적 도움을 준 적은 몇 번 있어도, 그가 내 도움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딱히 그가 나를 돕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저 그가 내게 도움이 될만한 일이 없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는' 나를 도울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도움을 받는 것에 대범합니다.

그는 착한 사람입니다.


일처리가 허술하고,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니까 좀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도 남달리 뛰어난 점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줄 것 같은 사람을 포착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걸 잘합니다.
그 도움으로 호의호식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면 착한 사람이 아니지요.
근근히 버티고 사는 정도입니다.

지금도 종종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어 가족과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더군요.

50살 가까이 그런 식으로 살아가면서 결혼도 하고, 자녀도 키우는 거 보면, 세상 사는 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걸 느낍니다.

주변의 도움에 기대어 살아가면서도 자존을 지킨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재주지요.

아마도 그는 평생 그렇게 그럭저럭 살아갈 것 같습니다.


착하다는 건 의도를 뜻합니다.

능력이나 결과가 아니예요.

마음은 착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며 사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착하진 않지만 폐 끼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