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어리석음에 대한 자비심

명랑쾌활 2019. 12. 13. 08:19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 어리석음을 측은하게 느끼는 마음이 강해진다.


망각과 기억 왜곡, 자기 합리화가 없다면, 거의 대부분의 인간이 스트레스에 미쳐 버릴 거다.

사회 생활을 하는 이상, 자기 뜻과는 다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양심을 아예 자신이 속한 조직에 맡기고, 스스로 몽둥이를 들고 나서는 적극적 전향자도 있겠지만, 차마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라도 직접적으로는 폭력에 대한 굴복, 간접적으로는 타인의 횡포에 대해 침묵이라는 소극적 동조 정도는 하게 마련이다.

그 때마다 사실은 자신의 비겁함 때문이라는 내면을 직시하고 자책한다면 정신이 남아나기 힘들다.

그래서, 회사 방침이 원래 그렇다느니, 처자식을 위해서 그랬다느니 합리화를 하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해서 타인이 받은 피해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척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어설프게 비겁한 사람은 아예 피해자가 멍청하거나 나쁜 거라고 욕을 하는 거고.


다시 말해, 망각과 기억 왜곡, 자기 합리화는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택하는 자기 방어 수단이란 얘기다.


그런 거 보면, 어리석은 중생에 대한 자비심을 설파한 불교가 정말 대단한 종교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어리석음이 측은히 여겨야 할 인간 본성이라는 걸 약 2,500년 전에 이미 간파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2,500년이 지나도 중생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