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가 저녁형 인간인줄 알았습니다.
자정 전에 자는 일이 드물었지요.
나이 들면서 점점 하루 종일 찌부둥 하고 업무가 힘에 부쳐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그러다 어떤 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어떻게 그렇게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난다"라는 대답을 하는 걸 듣고 깨달음(?) 같은 게 왔습니다.
그 후로 밤 8시든 9시든 10시든, 심지어 저녁 7시라도 졸음이 온다 싶으면 애써 버티려 하지 않고 잤습니다.
그리고 4시든 5시든 눈 떠지면 일어나서, 출근 시간까지 남는 시간에 원래는 밤에 잠 안자고 했을 것들을 했지요.
정말 좋더만요. 알람에 맞춰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잘만큼 자고 깨면 일어났을 때의 그 개운함이란...
수면 시간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릅니다.
10시간 잘 때도 있고, 6시간 잘 때도 있고요.
세간에 떠도는 소위 적정 수면 시간이란 건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고, 실제로는 딱딱 정해진 게 아니란 얘기죠.
사람마다 체질따라 다른 정도가 아니라, 한 사람만 놓고 봐도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필요 수면 시간이 다른 데 어떻게 정하겠어요.
10대 20대 쌩쌩하신 분들은 잘 이해가 안가실 거예요.
신체 회복력이 좋기 때문에, 오전에 잠 좀 부족해도 오후쯤 되면 상태가 회복 되거든요.
신체 기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는 30~40대가 되면 슬슬 자각이 오기 시작합니다.
뭐라 콕 찝을 순 없는데 하여간 하루종일 몸이 뭔가 개운하지 못하고 찌부둥 하고, 머리도 맑지 못한 상태가요.
옛말 틀린 거 없다더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 어린이'라는 말에도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내키시면 한 번쯤 해보시길 권합니다.
물론, 아침에 출근이나 등교를 해야 하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얘깁니다.
일찍 일어나야 할 의무가 없다면 반드시 일찍 자야 할 이유도 없지요.
밤새도록 게임하다 새벽에 자고... 오후 느지막히 일어나 밥 먹고... 해 떨어지면 근처 술집이라도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술 마시며 책도 읽고...
아이고, 부러워라.
저런 삶 누릴 수 있을 만큼만 돈 벌고, 어서 빨리 은퇴하고 싶네요.
훈늉한 사람이니, 존경 받는 위치니, 사회적 성공이니 다 부질없고, 그저 안빈낙도가 최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