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한국

[한국 방문 2023] 4. 이것 저것. 복귀

명랑쾌활 2023. 9. 13. 12:00

이번 한국행 저녁 술자리는 거의 대부분 광명사거리에서 가졌다.

철산 상업지구는 맛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몰개성한 프렌차이즈 체인점들이 대부분이라 땡기는 곳이 별로 없다.

배추밭이었던 구역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던 시작부터 함께 해왔던 단골인데 안타깝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맛집 <장가네 닭한마리와 닭갈비>

주인 할머니가 예전에 철산 2동 쪽에서 닭한마리 칼국수 가게하셨던 내공 깊으신 분이다.

닭한마리에 칼국수, 후식으로 남은 국물에 죽 만들어 먹으면 예술이다.

닭갈비는 그냥 흔한 닭갈비.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시다.

고생 많이 하셔서 무릎,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는데, 워낙 일상적으로 통증을 달고 사셔서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하시는 게 당연해져버린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맞이하시는데, 정겹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그렇다.

 

아우, 근데 내부 인테리어 그림은 끔찍하더라.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엄지척이라니, 너무 끔찍하잖냐... @_@;

 

상업지구 한가네 닭갈비를 안가게 되면서 대체로 찾은 닭갈비집.

이번 한국행에 가장 자주 갔던 가게다.

음식 맛있고 친절하다.

사장님이 좀 특이했다.

음식 장사 전혀 해본적 없는듯, 친절하려고 애는 쓰시는데 되게 어색하다.

평생 공무원 하다가 은퇴해서 장사하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은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셨다.

 

어느 날은 친구들과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아내가 스파게티가 드시고 싶다고 한다. (한국 음식이 물릴 때가 됐다 ㅋ)

다들 소주파인데 스파게티집에서 소주 마실 순 없으니, 하나 포장해서 이 집에 왔다.

일주일에 나흘 이상 왔을 정도라 이미 친해져서 괜찮을 거 같았다.

오랜 단골인 친구가 양해를 구했는데 사장님이 상당히 난감한 표정이다.

안된다고 하고 싶은데 차마 거절은 못하겠다는듯 아주아주 곤란한 표정이다. ㅋㅋ

주문은 인원수대로 4인분 할 거고, 구석 자리에서 잘 안보이게 조용히 먹겠다고 하니까 허락하셨다.

일단 양념 안한 닭갈비 2인분 시켰는데 사장님 표정이 이상하다. (일단 2인분 먹으면서 추가로 양념이나 닭목살 시킬 생각이었다. 지금껏 늘 그렇게 시켰다.)

'아니, 이건 약속이 다르잖아!'하는, 되게 억울한 표정이 너무 적나라하다. ㅋㅋㅋㅋ

그래도 일단 한 마디 하실 걸 꾹 참고 가져다 주셨다.

2인분 절반쯤 먹다가 닭목살을 1인분 추가로 시켰다. 사장님의 이게 아닌데 표정이 더 진해졌다.

테이블 왔다갔다 하면서도 가끔 우리쪽을 보면서 안절부절 하신다.

난 뻔히 알면서도 어차피 4인분 이상 시킬거라 그냥 내비뒀는데 (재미있었다), 친구는 영 마음이 쓰였는지 양념 닭갈비 1인분도 아예 미리 시켰다.

닭목살 1인분, 양념 닭갈비 1인분을 가져다 주는 사장님의 표정이 너무나 극적으로 화아아아알짝 밝아졌다. ㅋㅋㅋㅋㅋㅋ

속 생각이 이렇게 얼굴에 표시가 확나는 사람 정말 오랜만에 봤다.

나중에 치즈 퐁듀도 추가로 시키니까 기분 아주 좋으신지 먼저 말도 살갑게 붙이고 그러신다.

원래도 좋았지만 때묻지 않아 보이는 사장님 덕분에 더 좋아졌다.

 

3차 술자리에 완전히 지친 아내. 인니는 보통 1차로 끝이고, 아주 드물게 2차를 간다.

철판에 약밥 누룽지 깔고, 그 위에 장작구이 통닭을 얹은 요리를 파는 가게.

아직 출출한데 자극적이지 않은 안주로 막차하고 싶을 때 가는 집이다.

아내는 인니에서 팔아도 상당히 인기가 있을 거라고 했다.

밥이 있으니 식사도 되고, 건강식이라고 생각할 거랜다.

문제는 가격이지 뭐.

식자재 구하기 쉬운 한구에서 기본 누룽지통닭이 16,000원이니 인니에서는 20,000원에는 팔아야 할텐데, 닭 한 마리 2만원은 인니 중상류층에게도 거부감이 들거다.

 

아내가 한국식 돈까스를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간 곳.

딱 옛날 돈가스다. 돈가스 정식 12,00원으로 싸진 않다.

 

아내랑 나, 친구 셋이서 갔다.
평일 오후, 한명 앉은 테이블 하나, 두명 앉은 테이블 하나, 자리 널널하게 비어서 한산했다.
나랑 친구는 배도 아직 안꺼졌고 좀 있다가 술마시기로 해서 별로였지만 눈치 보여서 1인분 홀 식사, 1인분 포장시켰다.
주인 할머니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하는 노골적인 표정으로 "셋이 왔는데 2인분 시켜요?" 이런다.
"저랑 친구는 배부르고, 아내가 먹고 싶어서 그래요."라고 했는데도 못마땅한 얼굴로 계속 쳐다보길레 걍 더러워서 1인분 추가했다.

아내 없었으면 그냥 나갔을 거다. 아니, 애초에 들어가질 않았겠지.
아내는 1인분 맛있게 잘 먹었고, 친구와 나는 아내 무안하지 않게 몇 점 주워먹는 시늉하고 절반 이상 남겼다. 맛은 괜찮더라.
다 먹고 계산하면서, "맛없어서 남긴 거 아니예요. 맛은 있는데 배가 불러서 남겼어요."라고 좋게 말했더니, "남자 둘이서 그거 1인분을 못먹어요?"라는데, 닳고 닳아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장사꾼 얼굴이 거슬렸다.
'응, 니가 음식 버리든 말든 관심없고 팔기만 하면 그만이야.' 하는 느낌이었다.

장사 규칙은 장사꾼 마음이고, 가고 안가고는 손님 마음이다.

다시는 안간다. 누가 가자고 싹싹 빌어도 여긴 안간다.

 

철산 상업지구도 가긴 갔다.

육회, 시카고 피자, 치킨...

아내에게 최대한 여러가지 먹여주고 싶어서 1차, 2차 주욱 도는데 맛있다면서도 당최 깨작깨작, 리액션에 영혼이 없다.

알고보니 오후 3시에 백짬뽕을 드셔서 배가 안꺼졌댄다.

아버지가 아주 맛있다며 자꾸 권하시는 거 나중에 먹겠다고 사양했는데, 물 올려서 끓이기까지 하시는 바람에 결국 먹을 수 밖에 없었다나. 맛은 있었댄다. ㅋㅋ

입맛 까다로운 아버지께서 드물게 본인이 맛있게 드셨던 거 귀여운 며느리 먹어보게 하고 싶으셔서 그러셨을 거다.

이후로 백짬뽕은 아내와 내게 기피 음식이 됐다. ㅎㅎ

 

<코리안 숯불 등갈비>

밖에서 보기에 후줄근해서 잘 모르는 사람 많은데, 여기 숨은 맛집이다.

아내는 이 곳 매운 등갈비를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 중 단연 최고로 꼽았다.

출국 전날, 지금껏 먹었던 음식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먹고 싶은 게 뭐냐 물으니, 1초도 고민없이 이 곳을 택했다.

인니에 돌아온 이후로도 먹고 싶어서 문득문득 생각난다고 한다.

 

인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아내는 기내식으로 치킨 버터 라이스를 선택했다.

 

난 비빔밥.

비빔밥 재료가 대한항공에 비해 부실했다.

 

돌아가는 항공편 기내식은 다행히 양호했다.

햇반이 아니라 대량 조리해서 호일 용기에 담은 밥, 튜브가 아니라 스틱 포장된 고추장, 맛없는 즉석 된장 미역국, 품질 떨어지는 과일과 샐러드 등등 단가를 낮춘 흔적은 여전했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행 항공편의 끔직했던 기내식과 인니행 항공편의 그럭저럭 괜찮은 기내식의 차이는 출발 국가 캐터링 업체의 차이였을 거다.

단가를 낮추면 퀄리티 역시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어디까지 떨어지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럭저럭 먹을 만한 음식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있어서 한국인과 인니인의 허용선이 다르다.

인니인이 보기에 '그럭저럭 먹을만 한 음식'이 한국인이 보기엔 '아무리 저가라지만 차마 납품할 수 없는 음식'인 거다.

국가별 '생활 수준'이란 게 바로 이런 차이라고 생각한다.

 

도착 전에 나온 간식 피자

뜨끈뜨끈 맛있었다.

피자는 아주 맛있기는 어렵지만, 적당히 맛내기는 참 쉬운 요리같다.

 

 

무사히 착륙하고, 입국 심사도 별 탈 없이 통과했다.

다른 승객들에 보다 한참 뒤쳐져서 나왔는데 왠일로 컨베이어 밸트에서 나와 아내 트렁크가 제일 먼저 나왔다.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본다. ㅋㅋ

 

세관 검사장도 그냥 통과했다. 아주 좋다.

인니도 한국처럼 세관 검사장 지날 적에 랜덤으로 집어서 엑스레이 검사대에 올린다.

한국은 검사 걸리면 하면 되지만, 인니는 좀 다르다.

검사대에 올린다는 건 아주 높은 확률로 짐을 홀랑 까뒤집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까뒤집고 난 짐의 뒷정리는 '당연히' 승객 몫이다. 짐 다시 싸는 거 도와주는 시늉도 안한다.

까짓것 까뒤집으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인니는 검사 기준이 검사원 맘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반건조 음식은 검역 제한 물품이고 스팸처럼 완전 살균 통조림은 괜찮지만, 검사원이 스팸도 축산물이라서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거다. 따져봐야 소용없다.

예전엔 그렇게 트집 잡아서 뒷돈 요구했지만,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지나가면서 본 바로는 승객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넣던데, 뒷돈에 워낙 창의적인 나라라서 다른 방법을 찾았을 수도 있다.

하여튼 인니 공항에서 엑스레이 검사대 안찍히고 통과하는 건 상당한 행운이다.

 

세관 검사장 통과하면 있는 애증의 IMEI 등록 창구.

저번 입국할 적엔 사람 바글바글 했는데 어째 한산하다.

그땐 이거 하겠다고 두 시간 넘게 기다렸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이때만 우연히 한적했던 건지, 줄 서는 거 학을 떼서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많아진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