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2025/06 5

봉제업이 만만할까?

국가 산업 발전은 경공업 -> 중공업 -> 첨단 산업 순서로 간다고 배웠다.그리고 경공업의 대표적인 예로 봉제업을 든다.한국도 가난했던 시절에 봉제업으로 시작했고, 이제는 인건비가 싼 동남아 저개발 국가로 이전했다.그래서 봉제업을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만만하지 않다. 그저 저임금 노동력만 풍부하다고 봉제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기본적인 인프라와 치안이 갖춰져야 한다.국가 산업이 발전하려면 자재를 수입하고 제품을 수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로 항만 인프라가 필수다.옷은 어느 상황이든 누구에게든 유용한 물건이라 현금화가 쉽다.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재와 도구 역시 마찬가지다.그래서 도난과 강탈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치안 역시 중요하다.한국이 못살긴 했지만 '경제 수준에 비해' 치안이 놀라울..

단상 2025.06.29

연근 특근은 회사의 배려?

"연근, 특근 시켜주면 수당 나오지, 그 시간에 헛짓거리 안해서 돈 아끼지, 지들(직원들)도 고마워 할 일이지."인니살이 초기, 어느 사장이 한 말이다.당시엔 뭔 개소린가, 합리화 쩐다고 속으로 욕했다.근데... 그 사장 말이 맞았다.대부분의 현지인 직원들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더라. 전적으로 내 입장에서 섣불리 짐작했을 뿐이다.애초에 먹고 살기 빠듯할 정도의 급여를 받는 처지라면 연근, 특근해서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걸 좋다고 여긴다.그럭저럭 먹고 살만 해져야 삶의 질 따지고 연근, 특근 안하려고 하게 마련이다. 그 사장 말이 맞았다는 건 제대로 봤다는 거지, 옳다는 게 아니다.그 처지를 이용해서 노동력 착취를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그저 내 기준으로 배려나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게 어줍잖았던 거다.나..

단상 2025.06.22

오랜만에 Bebek Bali Cikarang 라이브 클럽

엄청 부자가 취미로 운영한다는 찌까랑의 베벡 발리 Bebek Bali.자카르타에도 이름이 꽤 알려진 유명한 라이브 클럽이다.한동안 이쪽(?) 방면은 소홀했는데, 찌까랑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와봤다. 제작비 겁나 많이 들인 티가 팍팍 나는 인테리어 질밥 Jilbab (인니 무슬림 여성 머리쓰개 중 한 종류) + 호피 무늬 의상 + 중년매우 유니크한 조합의 여성 보컬의 실력이 매우 대단했다.경력이 오래 됐을 거라는 내공이 느껴졌다.남성 보컬도 실력이 심상치 않았다.보통 여성 보컬의 실력이 두드러지면 남성 보컬은 묻히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왠 취객인가 했는데 She' Gone을 끝까지 올려서 놀라게 한 아자씨.밴드 스탭인 거 같았다. I Will Survive가 목소리나 스타일과 어울릴 거 ..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6. 밥풀과 잔반을 남기는 문화

한국에는 밥을 먹고 나서 밥그릇에 밥풀이 덕지덕지 묻은 채로 식사를 끝내면,나중에 지옥 가서 평생 그렇게 버린 밥풀들 매끼니 마다 먹게 될 거라는 말이 있'었'다. 인니는 그런 거 '전혀' 없다.밥풀이나 잔반이 남아 있는 게 당연하고, 심지어 식사 후 입닦은 휴지도 그릇에 넣는다.지저분하게 밥톨 남기는 게 오히려 예의인가 싶을 정도다.처음엔 3모작 가능한 풍요로운 땅이라서 그런줄 알았다.좁은 땅에 1년에 한 번 농사 망치면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먹을 게 부족해서 별별 것들을 삶고 데쳐서 식재료로 활용했던 한국과 달리.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인니도 네덜란드 식민 통치 당시 수탈이 심했고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농지가 부족했던 역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풍요로와 봤자 어차피 하층민의 삶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

[인니가 한국과 다른 점] 5. '찬밥'이라는 개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찬밥 신세가 됐다.식기 전에 드세요.따듯한 밥 한 끼 대접도 못하고... 한국에서 찬밥은 부정적 의미로 쓰이지만, 인니는 그런 개념이 없다.밥을 원래 식혀서 먹기 때문이다.전기 밥솥을 쓰는 이유도 위생 문제와 밥이 말라 붙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인니 뿐만 아니라, 손으로 밥을 먹는 식문화가 있는 지역은 모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논리가 아니라 감성의 문제라 알려줘도 이해를 잘 하지 못한다.한국의 혹독한 겨울 날씨에 몸이 잔뜩 얼었다가 뜨끈한 밥과 국을 먹는 체험을 하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여름에도 더운밥을 대접해야 예의인, 그야말로 '찬밥'과 '더운밥'의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