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한국

[한국 방문 2022] 1. 도착. 사랑니 발치.

명랑쾌활 2023. 7. 14. 12:42

3년 8개월 만에 한국 방문이다.

매년 한국에 가는데 갈 즈음에 국가 봉쇄가 시작됐고, 이런 저런 일로 미루다 드디어 간다.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공항 출국 대기장

한국 정부가 입국시 PCR 테스트 의무 규정을 해제해서 별다른 과정 없이 출국 대기장까지 갈 수 있었다.

헤프닝이 하나 있었다면, 엑스레이 신체 검사대를 통과할 적에 주머니 속 라이터로 다시 통과, 허리띠로 또 다시 통과하자 공항 시큐리티가 짜증이 났는지, 라이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며 압수했다.

따져 봐야 나만 손해다. "오오~ 라이터 1개는 휴대할 수 있는 걸로 알았는데 법이 바뀌었나 보네요? 코로나 때문인가요?"라며 어벙한 표정으로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경비대원은 날 쳐다도 보지 않고 "안된다"라고만 한다.

 

공항 시큐리티는 완장찼다고 갑질하기 딱 좋은 직업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911 테러 이후로 공항 시큐리티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을 자의적 판단으로 즉각 제압할 권한을 부여 받았다.

인간은 완장 채우고 사람들을 통제할 권한을 주면 점점 감정적이고 포악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하는 일은 접객업 비스무리하다. 승객 중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으니 서비스 업종 특유의 짜증을 받는다.

그런데 또 친절의 의무는 없다. 승객들은 자신의 통제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될까?

자기 기분 엿같을 때면 꼬투리 잡히지 않는 선에서 갑질을 해서 푼다.

예전에 제주도 갈 때, 김포 공항 시큐리티 새끼 무표정에 정중한 말투로 비아냥 비아냥 했던 거 생각하면 아우...

뭐 옛날 일이고, 이젠 그냥 능히 그런 짓 하는 놈들이거니 하고 넘어간다.

사람이 사람을 물면 황당한 일이지만, 개는 사람 물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마음은 내가 아무렇지 않으면 상대가 아무리 상처를 주려해도 소용 없다.

 

흡연실로 갔다. 와~ 여기 이 사람들 다 라이터 있네. 면세점에서 구입이라도 한 걸까? ㅋㅋ

여행 땐 작은 가방에 1개, 백팩에 1개 따로 더 챙기고 다닌다.

규정은 1인당 2개까지 허용인데 3개. 분풀이로 휴대 허용하는 라이터 압수만 할 줄 알았지, 규정 수량 초과분은 찾아내지도 못한 시큐리티를 비웃으며 여분으로 챙겨둔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대략 용인시 근방 상공

천안-안성-용인 지역 상공을 지나 갔다.

뭔 놈의 골프장이 이리 많은지. 만만한 야산이다 싶으면 죄다 골프장이다.

저 많은 골프장들이 부킹하기 힘들 정도면 경제 어렵다는 거 거짓말 아닌가 싶다.

 

아마도 오산...?

이제 보니 공장도 여기 저기 참 많다. 한국에 이렇게 공장이 많았던가.

예전엔 평범한 한국의 농촌이겠거니 했을 거다.

요즘 공장 알아보느라 신경썼더니, 공장들이 먼저 눈에 뜨인다.

같은 걸 봐도 입장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다.

 

아마도 화성시...?

새로운 땅이 만들어졌다.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갯벌이 사라지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땅이 생겼다.

돈은 많은데 살 땅이 없는 부자들도, 세금 확실히 매길 수 있는 정부도 해피해피.

돈으로 가치 환산이 안되는 건 쓸모 없다. 자본주의 만세다.

 

철산로 왕복 8차선 도로를 막고 무대를 세우고 있다.

차량 전면 통제를 하고 보행자만 건널 수 있는데, 그 와중에도 횡단보도 표시 안으로만 걷게 유도한다.

차량이 다니지 않는 도로는 횡단보도도 딱히 효용이 없는 거 아닌가?

한국에 쭈욱 살던 사람들은 별 느낌 없겠지만, 인니에서 살아서 그런지 융통성이 없게 느껴진다. ㅋㅋ

 

인니 오기 전 행사 이벤트 업체에서 간간히 알바를 뛰었었다.

아시바 올리고, 무대 설치 작업 하는 거 보면 그 때가 떠오른다.

 

한국 갈 때마다 한 번 이상은 들르는 한가네 닭갈비.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

숯불에 거의 익혀서 가져다 주던 예전과 달리 손님이 직접 구워 먹어야 한다.

귀찮은 게 아니라, 예전의 맛과 느낌이 아니라서 감흥이 떨어졌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코로나에서 살아 남기 위한 사장님의 고심이라는 건 백 번 이해하지만, 손님은 그 사정을 굳이 감수할 당위성이 약하다.

손님은 정없고, 별 거 아닌 걸로도 쉽게 돌변한다. 그래서 요식업이 참 어려운 사업이다.

 

 

꼬꼬방도 살아남아서 반가웠다.

한 잔 할까 했는데, 자리가 영 나지 않았다.

뭐 대단한 맛집 아니고, 그냥 옛날 동네 호프집 딱 그 맛. 그래서 오히려 대단하다.

대박 나는 건 눈에 잘 띄지만, 오래 살아남는 가게는 티가 나기 어렵다. 입증에 시간이 필요하다.

인니 한국 교민도 한 때 잘나가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버틴 사람은 확 줄어든다.

단발적인 퍼포먼스 보다 꾸준함이 훨씬 어렵다.

 

보기 불편할까봐 가렸음. 이런 거 맨날 수도 없이 봐야하는 의사도 참 힘든 직종임.

인니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의료 환경이다.

인니에서 좀 살아보면, 누구나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찬양하고 애국자가 될 거다.

인니 병원들은 보험 적용 환자와 미적용 환자를 '확연하게 차별'한다.

미적용이라고 해봐야 비싸기만 하고 의료 기술 수준이 심하게 낮다.

돈 받아 쳐먹으려고 치료에 별 필요도 없는 피로회복 비타민 주사 하나라도 더 짜넣으려 발광한다.

한국은 정서 상 숨기려고라도 하지, 인니는 그런 게 '원래 당연한' 나라라 딱히 숨기지도 않는다.

'아파서 온 내 몸뚱아리가 얘네들 눈에는 돈으로 보이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면, 환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빨리 치료하지 않을 수 없는 병이 아니면, 참고 한국에 가서 치료한다.

 

오랫동안 잘 써왔던 사랑니를 보내야 할 때가 왔지만, 하필 코로나 기간에 걸려 버렸다.

하나는 참다 참다 너무 아파서 자카르타의 한인 치과에서 발치했다. 뿌리가 여러 갈래로 깊어서 어려웠을텐데, 의사 선생님 실력이 좋아서 1분도 안걸려 뽑는지도 모르고 뽑았다. 5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에 올 때까지 잘 버텨줬다.

 

철산상업지구 아름다운이 치과에 10여 년 다녔다. 그 기간 동안 다 해서 천만원 정도 갖다 바쳤을 거다. ㅋ

상담 간호사가 비싼 재료 쓰게끔 유도하는 스킬이 별로인지 기분 은근 나빴고, 의사들도 영 불친절하고 치료 기술도 개판이라 바꿔야지 바꿔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자카르타 한인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 사진 보더니, 어지간하면 아무 말 안하는데 치료한 게 너무 심하게 개판이라 참을 수가 없다며, 한국 가서 치료하더라도 어지간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다른 치과를 찾다가 철산역 삼거리 임플란티아 치과를 갔는데... 아, 시부엉... 최악의 결정이었다.

 

의사 4명이 같이 하고, 간호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치료 의자에 앉으면 간호사가 모든 치료 준비를 마치고 대기 -> 의사가 와서 후다다닥 치료하고 다른 환자에게 감 -> 간호사가 다시 다음 치료 준비 마치고 대기 -> 의사가 다시 와서 후다다닥 치료하고 다른 곳으로 -> 간호사가 마무리.
환자가 컨베이어 벨트 타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의사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서 그렇지, 영락없는 공장형 시스템이다.

번화가 빌딩 임대료 감당하면서 수익 창출하려면 어쩔 수 없을 거다. 숨 쉴 시간은 있나 싶을 정도로 의사들 업무 강도가 엄청 빡세 보인다.
대표 원장(의사 4명 다 원장이랜다. ㅋㅋ) 실력은 좋았다. 예전에 씌운 크라운 교체하는 치료 받았는데, 손놀림에 군더더기 가 없다. 통증 거의 없이 뚝딱뚝딱 순식간에 끝났다.

 

문제는 사랑니 발치였다. 과장 하나도 안보태고 1시간 하고도 몇 분 걸렸다.

4명 중 사진 상 가장 젊어 보이는 의사 새끼가 했다.

손놀림이 어설프다. 핀셋 같은 도구를 입에 들이대다 놓치는 바람에 인중에 찍힌 게 두 차례다.

힘 줄 때 빡 힘 주는 과감성과 요령 없이, 쫄아서 깨작깨작 끙끙거리는 기색이 느껴진다.

힘줘 뽑는답시고 메주먹(주먹 아랫부분)으로 내 입술을 지랫대 받침 삼아 짓누르는 바람에 입술이 퉁퉁 불었다. 입술 피부도 벗겨졌는지 며칠 동안 입술이 갈라지고 피가 났다.

입안 가장 안쪽 사랑니라 입술을 옆으로 찢어야 하는데, 보조하는 간호사가 갈고리로 한 시간 내내 잡아 당기는 바람에 피부가 찢어져서 피가 살짝 났다. 말그대로 입찢어졌다.

치료 시작한지 거의 1시간, 의사 새끼도 지쳤는지 이판사판이다. (미친놈아, 왜 남의 입안에 이판사판을... ㅠoㅠ)

사랑니 한복판에 뭔가 쑤셔넣고 좌우로 흔덕거리는데, 마취가 안들어서 끔찍하게 고통스러웠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추가 마취 해달라고 했다.

이제껏 치과 치료 꽤 많이 받아봤어도 치료 도중 아파도 어지간하면 참고 말았다. 추가 마취해달라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 마취도 소용 없다. 너무 고통스러워 전신에서 식은 땀이 나는 거 뻔히 보이지만 의사 새끼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치료를 강행했다.

두 주먹 있는 힘껏 꽉 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억지로 참는데, 그야말로 지옥을 봤다.

벌떡 일어나서 의사 새끼 죽탱이를 날리고 싶었다. 심한 고통이 지속적으로 겪게 되면 비논리적인 순수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나 보다.

애 낳다가 남편 머리 끄덩이를 잡는 게 드라마나 영화의 과장인 줄 알았는데, 심정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치료 끝내고 난 뒤, 탈진 상태로 치료대에 널부러져 3분 정도 넋이 나갔다. 간호사도 내 꼴을 보고는 치료 의자에서 나오라는 소리를 차마 못하고 그냥 두더라. ㅋㅋ

 

혀로 더듬어 보니 잇몸 살이 완전 걸레가 됐다. 사랑니 주변 살도 여기저기 찍힌 게 느껴진다.

저녁에 약속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취소하고 집에 가서 쉬었다. 자카르타 한인 의사 선생님이 발치했을 적엔 그날 저녁에 술도 마셨는데.

그 후로 한국 체류 기간 보름 내내 뭐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 때마다 시발롬의 의사 새끼를 저주했다.)

의사 되려 너도 노력 많았겠다만, 손재주도 없는 놈이 뭐하러 치과를 선택했니. 너한테 걸리는 환자들은 뭔 죄라고.

너 어느 정도 손재주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환자가 갈려 나가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