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31

착하면 사랑 받을 거라는 착각

개와 고양이를 보세요. 개가 수준 높은 훈련이 가능한 건 스스로의 욕망을 참는 성향이기 때문입니다. 개라고 하고 싶은대로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며 살고 싶지 않을까요? 그래도 하는 겁니다. 반면에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 동물하면 바로 고양이입니다. 손 올리면 간식 주는 정도의 아주 기본적인 훈련 이상은 안됩니다. 그마저도 보상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따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양이가 개보다 사랑을 덜 받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놀아달라면 놀아주고, 똥 치워주고, 음식 잘 안먹으면 노심초사 신경 써줍니다. 개도 물론 사랑을 받습니다. 다만, 개는 통제를 받습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냥 자기 취향일 뿐입니다. 참을성이 있어서 좋아하고, 배려심이 없어서 싫어하는 ..

단상 2023.09.22

라면은 화력? 물은 100도 이상 안올라가는데?

자칭 라면 전문가라는 사람들 사이에 라면 끓일 적에 면발을 들었다 놨다 바람을 쐬줘야 면이 쫄깃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백종원씨도 방송 초기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들었다 놨다 자꾸 괴롭혀야 면발이 맛있다. 그러다 각 라면회사 대표로 연구원들(진짜 라면 전문가)이 출연한 방송에서 어느 연구원이 정말 심플하게 딱 한 마디로 논란을 종식시킨 일이 있었다. "그건 덜익어서 그래요." ㅋㅋㅋㅋ 그 방송 이후로도 얼마간 백종원씨는 면발 들었다 놨다를 계속했지만, 어느 때부턴가 가만히 끓이다 70%만 익히고 건져내서 따로 그릇에 담아두는 조리법을 알리기 시작했다. (우기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 좋다.) 그 훌륭한 라면 전문가 연구원은 분식집 라면이 맛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런 말을 했다. "라면 제품을 테스트..

단상 2023.08.26

한국어 만랩 외국인은 구분이 가능할까?

한국어는 가히 조사의 언어다. 괜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을까. 밥을 먹고 싶다 / 밥은 먹고 싶다 지워지지 않은 상처 / 지워지지 않는 상처 너가 내 사랑이야 / 너는 내 사랑이야 꽃이 갖고 싶은 너 / 꽃을 갖고 싶은 너 원빈이 갖고 싶은 너 / 원빈을 갖고 싶은 너 집에 가야지 / 집으로 가야지 소위 한국어 만랩이라는 외국인은 차이 구분이 가능할까?

단상 2023.07.25

방역 최우수 국가의 역설

코로나 치사율이 2%라 치자. 누가 죽는지는 모르지만, 100명 중 2명이 죽는 건 거의 확실하다는 뜻이다. 프랑스 1일 확진자 수가 20만을 넘어갔다느니, 미국은 50만명이라느니 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다. 감염 경로 추적이 불가능하고, 무증상자, 경증자 파악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믿을 수 있나. 한국과 몇몇 방역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이미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이 전국민을 휩쓸고 지나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래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묻을 묘지가 부족할 정도로 사망자도 많이 나왔던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100명 중 2명이 죽었으니까. 바꿔 말해, 누가 죽을지 모른다는 100명 중 2명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는 뜻이다. 그들이 이미 죽었으므로. 한국은 '정말로' 코로나에 한 ..

단상 2022.02.17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는 멍청한 질문들

인도웹이라는 인니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주 간다. 사이트 자유게시판이나 Q&A 게시판엔 멍청한 질문들이 종종 올라온다. 1. 인니 생활비는 얼마나 들까요? -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데? 2. 인니에 어학 배우러 가는데, 집세는 어느 정도 할까요? - 어디 살고 싶은데? 니 아부지가 이재용이면 월 천만원 짜리가 별 거겠냐. 3. 인니에서 취업하려면 뭘 준비해야 할까요? - 어디 취직할 건데? 4. 취업할 수 있을 정도로 인니어 배우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배울 건데? 5. 인니 여자친구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한국 여자친구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해보렴. 일전에 업무상 의사소통 할 때 마주치는 멍청한 질문에 관해 끄적였었다. https://choon666.tistor..

단상 2021.09.20

역지사지의 폭력

당신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그렇게 하라 강요하는 건 폭력입니다. 당신이 괜찮은 것이 남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축구를 보며 느끼는 재미를 상대는 절대 이해할 수 없고, 상대가 피규어를 보며 느끼는 즐거움 역시 당신은 역시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세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은 존중하든 말든 당신 자유지만,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그냥 존중하세요. 역지사지는 그 다음입니다.

단상 2021.08.23

기억력이 좋다는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녜요.

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입니다. 뇌가 썡쌩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집중해서 책을 보면 사진처럼 기억하기도 했었어요. 책의 내용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페이지의 문단 배치나 문장 줄이 바뀌는 것, 삽화 위치 등등을 그야말로 사진처럼 기억하는 거지요. '보이는 것'을 기억할 정도로 능력자는 아니었지만, '본 것'은 거의 대부분 기억했어요. 지금은 뇌가 담배와 술로 절어 버려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종종 어떤 상황에 '어, 이상하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순간, 기억한다는 자각은 없었어도 나중에 그 일들이 꽤 또렷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쉽게도 자의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맘대로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초능력처럼 활용할 수는 없지만요. 차라리 '어,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바로 ..

단상 2021.08.12

비즈니스 의사소통 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멍청이들

1. Q. 구매 대행 의뢰합니다. ABC-123이라는 부품을 그동안 싱가폴에서 받았는데, 이번에 인도네시아 업체와 거래하려고 합니다. 보통 한 번 주문에 1백개, 1년에 최소 1천개는 주문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운송 비용 견적이 얼마나 되나요? A. 1백개 기준으로 부피와 무게가 대략 어떻게 되는지요? Q. 부품 하나 크기가 2cm X 3cm X 6cm 고요, 무게는 100g 입니다. A. 1백개 포장 박스 부피랑 무게가 어떻게 되냐고, 멍충아. 한국말 몰라? 낱개로 살겨? 싱가폴에서 물건 받아 봤으면 포장 박스 크기 대략 알 거 아녀. 2. Q. 현재 인니에 설비 기술자 입국 비자 발급이 가능한지요? A. 인니 이민국의 비자 발급 업무가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국과 인니 정부의 협약을 통해..

단상 2021.08.09

미담은 미담일 뿐,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하진 말자

아이를 감싸고 대신 차에 치인 엄마, 모성에 대한 미담이 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한 자식, 효심에 대한 미담이 있다. 60여 년 간 같이 살아온 부부, 애정에 대한 미담이 있다. 친구를 위해 십년을 모은 돈을 망설임 없이 주는 친구, 우정에 대한 미담이 있다. 미담은 드물어서 미담이다. 아무나 그런다면 굳이 미담이었겠나. 소문 팔아 먹는 언론 장사치들이 미담을 물어다 파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담을 접하고는 자기 주변 사람도 응당 그리할 거라고 기대한다. 지랄, 그럴리가 있나. 상대에게 기대 좀 하지 마라. 상대가 주는 기대도 함부로 받지 마라.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 기대받지 않으면 낙담도 없다. 그러다 간혹 기대치 않은 미담이 당신을 향한다면..

단상 2021.07.22

사랑은 사랑이고, 폭력은 폭력일뿐

사랑의 매, 가르침의 체벌이라는 거, 뜨거운 거 배우라고 아이 손을 불에 갖다 대는 것보다도 안좋은 행위입니다. 차라리 아이 손 불에 갖다 대는 건 직접적인 인과관계라도 있어요. 불은 뜨겁구나 -> 손대면 아프구나 -> 조심해야겠다 사랑의 매, 훈육의 체벌을 가한다고고 해서, 물건 훔치는 게 나쁜 짓이라는 건 배울 수 없습니다. 훔치다 걸리면 맞는구나 -> 맞기 싫으면 훔지지 말던가 걸리지 말던가 해야지 더 나아가 나쁜 짓 한 놈은 때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폭력 행위가 옳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문제 해결의 방편 중 하나로서 폭력 역시 선택지에 넣게 되고요. 자신이 맞아 봤기 때문에 타인을 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드뭅니다. 자신도 당해봤으니 타인에게 행..

단상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