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08

양심 없는 것도 일종의 능력

흔히 양심이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양심이 작동한 결과가 사회에 긍정적인 것이지, 양심 자체는 사실 족쇄다. 양심이란 건 사실, 무리 생활을 하는 집단 기준에서 유용한 요소다.그 구성원 각자에게는 스스로를 강제하는 스트레스의 원인일 뿐이다.만약 양심적 행동에 따른 사회적 보상이 완벽하다면 괜찮겠지만, 그런 사회집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그래서 양심이 없는 사람은 대개 맘 편하게 산다.소시오패스는 그게 극단적인 케이스인 거고. 양심 없는 사람을 보면서 "난 저렇게는 안산다"라는 건 부정확한 표현이다.양심 없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도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못하는 거다.양심이란 개념은 사회화 과정에서 이미 본능의 영역에 세뇌되었기 때문에 이미 판단의 기준으로 굳어 있다.억지..

단상 2019.12.18

어리석음에 대한 자비심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 어리석음을 측은하게 느끼는 마음이 강해진다. 망각과 기억 왜곡, 자기 합리화가 없다면, 거의 대부분의 인간이 스트레스에 미쳐 버릴 거다.사회 생활을 하는 이상, 자기 뜻과는 다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다.자기 양심을 아예 자신이 속한 조직에 맡기고, 스스로 몽둥이를 들고 나서는 적극적 전향자도 있겠지만, 차마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라도 직접적으로는 폭력에 대한 굴복, 간접적으로는 타인의 횡포에 대해 침묵이라는 소극적 동조 정도는 하게 마련이다.그 때마다 사실은 자신의 비겁함 때문이라는 내면을 직시하고 자책한다면 정신이 남아나기 힘들다.그래서, 회사 방침이 원래 그렇다느니, 처자식을 위해서 그랬다느니 합리화를 하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해서 타인이 받..

단상 2019.12.13

[거짓말] 01. 거짓은 믿어줘야 진실이 되지만, 진실은 믿지 않아도 진실이다

자신은 거짓말을 곧잘 하면서도, 타인이 자기에게 거짓말 하는 건 싫어하는 사람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이 자기에게 거짓말 하는 데 용서없는 사람타인의 거짓말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참말을 믿지 않는 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 그러려니 하자.사람이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이 거짓말을 하니 남 말도 못믿을 수도 있다.거짓말을 하든 참말을 하든 하는 사람 소관이듯, 남 말을 믿든 말든 역시 그 사람 소관이다.믿으라고 호소할 수는 있어도 강제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참말을 했으면 그걸로 된 거다.받아 들이는 건 상대방이 알아서 할 일이다.거짓은 믿어줘야 비로소 진실이 되지만, 진실은 믿지 않아도 진실이다.

단상 2019.12.11

혐한의 근원은 인종 차별적 감정이다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것과 모든 일본인이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전제로 하고 말씀드립니다만...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마치 옛날 백인이 흑인에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생리적' 혐오감이 아닐까 싶습니다.일본 영화 를 보면, 주인공 쿠보츠카 요스케와 시바사키 코우가 첫 레슬링을 하려고 분위기가 후끈후끈 해지는 순간 , 요스케의 한국인이라는 고백에 코우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자리를 뜨는 장면이 있습니다.코우가 요스케를 피한 이유는... "아버지가 한국인은 피가 더럽다고 했어." 솔직히, 한국인들 중에도 아직까지 흑인이나 동남아인에게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연령대가 높을수록 흑인에게, 낮을수록 동남아인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지요. 일본인의 혐한 ..

단상 2019.10.25

배려로서의 무심함

한국 가는 길, 공항까지 배웅 나오지 않는 여자친구가 좋다.예전엔 서너 시간 차 타고 가서 내가 내리고 나면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걸려 돌아가야 했다.오랜만에 집에 가는 나야 상관 없지만, 집에 돌아 가는 길 내내 쓸쓸했을 여자친구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집에 도착했는데, 줄줄이 비엔나 케찹 볶음만 해두고 일 보러 가신 엄마가 좋다.예전엔 내가 좋아했던 음식 이것저것 잔뜩 있었다.인니로 돌아가면서, 한국 있는 동안 다 먹지도 못해 남은 음식 버리면서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했다. 내 맘 편하자고 상대에게 강요하는 건 배려가 아니다.배려는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다.그래서 너무 좋다만나면 헤어질 때가 반드시 오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으니그 적당한 무심함이 편하다.

단상 2019.10.23

다혈질 - 진짜와 가짜 구별법

"네가 좀 이해해. 내가 좀 다혈질이잖아."소위 다혈질이라는 사람이 실컷 버럭버럭 화 내놓고,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변명입니다.'내가 원래 이러니 네가 이해하라'니 이건 사과도 아닙니다. 진짜 다혈질과 가짜 다혈질의 구별법을 얘기하기 전에 둘의 구분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하겠습니다.진짜 다혈질은 자신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가짜는 통제하지 '않는' 사람입니다.구분 기준이 확실하면 구별도 쉽습니다. 화가 나면 상대가 선생님이든 담당 교수든 군대 고참이든 직장 상사나 심지어 사장이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화를 내는 사람이라면 다혈질 맞습니다.그런 사람이 하는 사과 아닌 사과, '내가 원래 이러니 네가 이해하라'는 받아 들일만 합니다.자기 자신이 불이익을 당할 게 뻔한 상황에도 그럴 정도로 통제가 안된..

단상 2019.10.14

충분히 자고 알람 없이 깨어 일어나는 게 적정 수면시간

전 제가 저녁형 인간인줄 알았습니다.자정 전에 자는 일이 드물었지요.나이 들면서 점점 하루 종일 찌부둥 하고 업무가 힘에 부쳐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그러다 어떤 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어떻게 그렇게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졸리면 자고 깨면 일어난다"라는 대답을 하는 걸 듣고 깨달음(?) 같은 게 왔습니다.그 후로 밤 8시든 9시든 10시든, 심지어 저녁 7시라도 졸음이 온다 싶으면 애써 버티려 하지 않고 잤습니다.그리고 4시든 5시든 눈 떠지면 일어나서, 출근 시간까지 남는 시간에 원래는 밤에 잠 안자고 했을 것들을 했지요.정말 좋더만요. 알람에 맞춰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잘만큼 자고 깨면 일어났을 때의 그 개운함이란...수면 시간도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릅니다.10시간 잘..

단상 2019.10.11

타고난 성품과 후천적 가정교육

"나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은 엄마가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 다 했어. 나나 형이나 그런 거 하라는 소리 한 번도 못들었고. 아, 자고 일어나서 이불 안개면 그건 좀 뭐라고 한 소리 들었다. 옷 벗어서 아무데나 두지 말라는 소리도 좀 들었고. 그래서 난 집안일 같은 거 할 줄 몰라. 태어나서 그런 거 해본 적도 없고. 그 건 원래 주부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 대신 나는 밖에 나가서 돈 벌어 오잖아." "나 어렸을 적부터 우리집은 엄마가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 다 했어. 나나 형이나 그런 거 하라는 소리 한 번도 못들었고. 아, 자고 일어나서 이불 안개면 그건 좀 뭐라고 한 소리 들었다. 옷 벗어서 아무데나 두지 말라는 소리도 좀 들었고. 근데 어른 돼서 아직도 그렇게 하고 사시는 엄마 보니까, 와 씨발 이건 ..

단상 2019.09.30

솔직히 편하기로 따지면 인니에서 사는 게 더 편하지 않나요?

한국의 경제수준이 인니보다 발전한 건 사실입니다.많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즐겨 말하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더 향상된 삶을 살고 있는 나라지요.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한국에서의 삶이 인니보다 편하던가요? 절대 다수의 한국 국민들은 스스로 요리하고, 집청소를 합니다.인건비가 비싸니까요.쓰레기도 몸소 알뜰살뜰 분리해서 버립니다.재활용이 안되는 쓰레기는 봉투를 사서 넣어 버려야 하니까요.어지간히 덥지 않으면 에어컨도 안켭니다.전기요금 아껴야죠.어지간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기름값이나 주차비도 비싸서요.개인 운전기사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지요.커피숖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셀프라는 건, 이젠 따로 안내문도 써붙여 놓지 않아요.뭐 하나 만만한 게 없으니, 매사 가성비를 계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머리를 씁니..

단상 2019.09.27

한국 식당이 있다는 사실은 고마운 일 아닐까요?

어차피 돈 벌자고 장사하는 겁니다.'이역만리 타지에 나와 고생하는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자선 사업 하는 거 아닙니다.장사에 마진은 당연한 거고, 마진은 장사하는 사람이 고민할 일입니다.식당 원가 따지는 건 양아치 짓이지요.대기업이 하청 납품 원가 속속들이 알고 단가 후려치는 거나 똑같은 겁니다.차라리 대기업은 어느 정도 선의 매출을 보장하기라도 하지요.수 틀리면 안가고, 기분 나쁘다고 안가고, 다른 가게 생겼다고 안가는 게 식당 손님이잖아요.비싸게 느껴지면 안가면 그만입니다. 그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걸 파는 가게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요.손님이야 자기 일로 바쁘게 살다가, 한 주 만에, 한 달 만에 불현듯 먹고 싶어서 가게 찾아가 한두 시간 먹고 가면 그만입니다.하지만, 그 가게는 손님..

단상 2019.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