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05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한국-외국 커플 유튜브 채널들을 보다 느낀 묘한 점

최근 한국-외국 커플의 유튜브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워낙 많아 이제 하나의 장르처럼 형성되었을 정도다.한-외 커플 영상은 크게 '이미 결혼한 사이'와 '이제 결혼할 사이'로 나눌 수 있다.이미 결혼한 부부의 영상 컨텐츠들은 대체적으로 소소한 일상 위주의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라 밋밋하지만 안정적이다.당연하다. 부부가 함께 사는 건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다.가끔 여행지에 놀러가기도 하지만, 생활이 주다.이런 컨텐츠들은 정상적이고 평범하다. 반면, '이제 결혼할 사이'라는 한-외 커플 영상 컨텐츠는 좀 다르다.뭐랄까... '여행 + 예쁜 현지인 여성 + 가상 결혼 페이크 다큐'랄까?여행 관련 컨텐츠는 좋지만, 이제 차고 넘쳐 식상하다.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은 늘씬하고 예쁜 현지인 여성이 수시로 나오는 ..

단상 2020.12.02

개떡의 적반하장

"니가 그랬잖아.""내가 언제 그랬어?"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 들어!" 흔히 벌어지는 말다툼이다.발뺌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모호한 표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 사람은 모호한 표현을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 쓴다.가령 '그 사람 깔끔한 편이야'라는 표현을 예로 들자면...말한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깔끔한 정도라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그런데 여기서 '깔끔하다'는 건 모호한 표현이다.1부터 10까지의 레벨로 나눠진 정확한 기준 따위는 없는, 상대적 표현일 뿐이다.내가 봐서 깔끔하면 깔끔한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 기준으로 말해야 한다.말하는 사람이 '그 사람'과 듣는 사람의 양쪽을 알고 있으니, 듣는 사람의 기..

단상 2020.11.18

좋은 사람이 되는 법

좋은 사람이 되는 건 간단합니다.타인이 싫어할 짓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타인이 싫어할 걸 알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그런 사람을 가리켜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닌데...'라고 하는데 사실 별 의미 없는 말장난입니다.누가 머리에 총구 겨누면서 강요하는 거 아니고, 다 자기 이득 때문에 타인이 싫어할 짓을 선택한 겁니다.뭐 그렇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적당하겠네요. 타인이 싫어할 짓을 고의로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입니다.관심 받으려고 그러든 그냥 쾌감 때문에 그러든 뭐 나쁜 사람 맞지요.이런 사람이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이런 사람은 최소한 타인이 싫어할 짓이 뭔지는 스스로 알고 있습니다. 나쁜 ..

단상 2020.11.04

그 사람이 그런 걸 왜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 해야 하지?

모 블로그에서 인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고, 현지인 직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인니 한국 기업에서 일한지 얼마 안되는 한국 청년의 블로그였다.글 내용중 '한국 기업들의 불법적인 처우에 대해 우리 한국인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본인이야 정의감에 불타올라 그랬겠지만 글쎄... 10여년 전 UI의 인니어 어학당 다니던 인니 생활 초창기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20대 초반 한국 여학생들, 한국인 신분을 이용해 현지 여성들을 삼다리 사다리로 후리던 남학생들의 행태를 보며, 한국 망신 시킨다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자신의 행동이 한국인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은 나쁘지 않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

단상 2020.10.28

별 거 아닌 그 일이 어떤 사람에겐 매우 중요할 수도 있다.

싱가폴에서 당일치기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새벽 첫 비행기로 싱가폴에 가서 대행사에 여권과 서류를 맡겨야 한다.취업비자가 처리된 여권을 돌려 받는 건 대략 오후 4~5시 쯤이다.그 때까지는 알아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대부분 대행사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간혹 싱가폴 관광을 하는 사람도 있다.그 중에는 반드시 머리를 깎아야 한다며 몇 번이고 미용실이 어디 있는지 묻던 청년이 기억에 남는다. 20대 후반 정도였던 그 청년은 수마트라 수력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었다.거의 모든 한국 업체들이 그렇듯, 그 청년도 일단 임시 비자로 인니에 입국하여 수습 겸해서 2개월 정도 근무를 하다가, 취업비자 허가가 난 후 싱가폴에 왔을 게다.수마트라 수력 발전소 공사 현장이라면 완전 깡촌 시골이다.바리깡으로 깎는 시골 이발..

단상 2020.10.23

스케줄이 불확실하면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예의

예전에 취업비자 받으러 싱가폴에 당일치기로 갔을 때 만난 분이 있었습니다.비자는 대행사에 맡기고 비는 시간에 식물원에 갈 계획이었는데, 그 분도 따라 붙더군요.식물원 같이 다니면서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나이는 60세가 넘어 보였지만, 시종일관 예의를 지키고 소탈한 느낌이었습니다.비자를 받고 헤어지는데, 그 분이 자카르타 나올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합니다.의례하듯 그러는 게 아니라 몇 차례 강조하며 얘기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한 달 쯤 후 자카르타에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자카르타 가기 사흘 전, 그 분께 연락을 했습니다.그 분은 스케줄이 확실하진 않지만, 오면 연락하라고 하더군요.것참... 당일 되어서 다른 스케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그래서 굳이 무리하지 마시고, ..

단상 2020.10.16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지기

겉모습은 내 자신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마침내 깨달았습니다.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고요.독립적 개체로서의 나도 중요하지만, 집단의 일원으로서의 나를 배제할 순 없습니다. 간혹, 상대방의 내면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내가 그렇다고 착각하는 상대방의 내면일 뿐입니다.자신의 내면조차도 잘 모르는게 인간인데, 타인의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지만, 안보이는 걸 어림짐작 해서 판단하는 게 더 이상합니다.결국 타인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겉으로 보여지는 게 거의 전부입니다. 겉모습으로 평가하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싶다면, 겉모습으로 평가하겠다는 상대방의 선입견에도 신경 끄세요.타인에게 '겉모습으로 판단해라 마라' 하는 것 자체가 모순..

단상 2020.10.09

외계 문명의 존재

통계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외계 문명은 존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우주는 무한할 정도로 넓고, 별 역시 무한할 정도로 많으니까요.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이 존재하려면 동전을 100번 던져서 10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정도의 우연이 겹쳐야 한다고 예를 들어 봅시다.동전을 무한대로 던진다면, 그런 우연이 딱 한 번만 발생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일어난 일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만약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지구와 유사할 필요는 없다면, 그 확률은 더욱 더 커집니다. 외계 문명이 있다면, 왜 지구에 나타나지 않을까요?그 역시 우주가 무한할 정도로 넓고, 별 역시 무한할 ..

단상 2020.10.02

서비스업의 "도와 드립니다"라는 표현에 대한 단상

서비스업은 종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1차 산업과 2차 산업에 속하지 않는 모든 산업이 서비스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니까요.요즘 4차 산업이라고 하는 것들도 사실 대부분 서비스업의 연장입니다.전 그중에서도 대행업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2015년 중순경, 인니 최대 한인 커뮤니티인 인도웹이 달아올랐던 일이 있었습니다.모 비자업무 대행업체와 의뢰인이 진실 공방을 벌이며 크게 한 판 붙었는데, 인도웹 회원들도 대거 양쪽 진영에 참전하면서 사태가 커졌던 사건이었죠.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해서 진흙탕에 신나게 구른 덕에 인도웹에서 알아주는 또라이로 이름을 날리게 됐고요. ㅋㅋ대행업체와 아무 관계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대행업체를 옹호하거나 반대편을 비난하고 조롱한 댓글들 중 일부가 대행업체 ..

단상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