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입니다. 뇌가 썡쌩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집중해서 책을 보면 사진처럼 기억하기도 했었어요. 책의 내용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페이지의 문단 배치나 문장 줄이 바뀌는 것, 삽화 위치 등등을 그야말로 사진처럼 기억하는 거지요. '보이는 것'을 기억할 정도로 능력자는 아니었지만, '본 것'은 거의 대부분 기억했어요. 지금은 뇌가 담배와 술로 절어 버려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종종 어떤 상황에 '어, 이상하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순간, 기억한다는 자각은 없었어도 나중에 그 일들이 꽤 또렷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쉽게도 자의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맘대로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초능력처럼 활용할 수는 없지만요. 차라리 '어,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