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33

흔적 없이 떠나는 삶

내가 기억하는 작은 아버지는 키가 140cm도 채 안되고 머리가 큰 난장이 체형에 다리를 살짝 절었다.이미 심각한 알콜 중독이라 눈이 싯누랬다. 늘 술에 취해있어서 숨 쉴 때마다 술냄새가 났다.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소주만 마셔서 깡말랐다. 엄청 목마른 사람이 시원한 물 마시는 것처럼 병채로 콸콸 마시는 모습도 종종 봤다.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민물고기 찜의 그 끔찍한 비린내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마 내가 생선 비린내에 민감해지게 된 탓에 일정 부분 작용했을 거 같다. 작은 아버지는 자기보다 더 작은 작은 어머니와 결혼했고, 부부싸움이 잦았다.작은 어머니에게 폭력을 썼다. 눈에 멍이 든채 동네가 떠나가라 바락바락 대들던 작은 어머니 모습도 기억난다두분은 결국 이혼하셨다.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다. ..

단상 2024.07.12

깔끔함 = 부지런? 지저분함 = 게으름?

흔히 깔끔한 사람 = 부지런하다, 지저분한 사람 = 게으르다 생각한다.꼭 그렇지만은 않다.밖에서는 엄청 깔끔한데, 집은 돼지 우리인 사람도 있다. 부지런하거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그냥 못참는 거다.타인에게 지저분해 보이는 걸 못참으니까 깔끔떠는 거다.집 더러운 걸 못참으니까 집 청소를 하는 거다. 부지런한 사람이 따로 있긴 하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이는' 걸 못참아서 하는 범주에 속한다.그것 조차도 안하는 사람들 역시 참을 만 하니까 안하는 거고.

단상 2024.06.28

책임질 수 있을 정도까지만 선량하기를

여자 후배가 내게 고민을 털어 놨다.임신을 했댄다.상대는 남자 후배였다.남자 후배가 어떻게 해보려고 꼬신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었다.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고, 하필 임신까지 하게 된 거다. 바로 남자 후배를 불렀다.남자 후배는 당황했다.여자 후배와 따로 이야기를 해도 되겠냐고 한다.그러라고 했다. 둘이 나가자, 같이 내내 지켜봤던 여자친구가 내게 말했다.저 남자 낙태 생각하는 거 같다고.나는 그래 보인다고 했다.여자친구는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난 두 사람이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그러자 여자친구는 분개하며, 나도 그런 사람이냐고 했다. 개좆같은 소리하지말라고 쏴붙이려다, 정의감에 불타오른 여자친구의 얼굴을 보고 참았다.정의감에 도취된 사람은 자신에게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적으..

단상 2024.06.14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근거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근거1. 한 번 벌어진 일은 다시 벌어질 수 있다.2. 우주는 무한하다. 혹은 무한에 가깝다.3. 따라서 지구에 지성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우주에 또 다른 지성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류가 외계인을 접촉한 적이 없는 이유1. 우주는 무한하다. 혹은 무한에 가깝다. 심지어 지금도 팽창 중이다.2. 우주 기준에서 시간은 몇 백 억년 단위다. 인류가 관측 가능한 우주만으로도 그렇다.3. 무한한 공간 안에서 몇 백 억년 단위의 시간 동안 인류와 외계인이 마주치는 게 당연할까, 마주치지 '못하는' 게 당연할까? 우주는 몇 백 억년 단위고, 인류가 문자로 기록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갖게 된지는 고작 5천년이다. 게다가 소행성 충돌 따위 이벤트 없어도 자멸하느냐 마느냐 하고 있다.

단상 2024.05.26

복수심은 자연스런 감정

복수는 자신에게도 손해다, 복수는 자기 자신도 파괴시킨다, 뭐 이런 얘기있다.착한 일 하면 보답을 받는다는 소리와 비슷한 레벨의 개소리다.당했으면 그만큼 돌려주는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런 감정이다. 복수는 자기에게도 손해라는 말은 성급한 단정이다.자신에게 손해되는 복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복수도 있다.복수를 하기 위해 내가 원래 해야 할 것들을 등한시 하면 손해다.하지만 내가 원래 해야 할 것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복수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복수는 쓸데 없는 짓이 맞다. 이성적으로 따진다면 그렇다.하지만 복수심은 애초에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다.애초에 뭐 쓸데 있으라고 그런 감정이 드는 게 아니다.그리고 우리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은, 그저 인간이다.복수심은 자연스런..

단상 2024.05.24

[특이했던 사람] 4.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삼양동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담임은 여선생이었다.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큰 소리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차분하다기 보다는 목소리나 행동에 활기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선생은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나를 포기했다는 티를 냈다.복도에서 뛰다가 걸려도, 한심하고 짜증난다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교실로 들어가라고 했다.전체가 벌 받을 일이 있어도 나는 외면했다. (면제가 아니라 외면)쉬는 시간에 반 친구들 서너명과 종이 비행기를 접어서 창밖으로 날리다가 걸렸을 적이 기억난다.교실 앞에 나란히 세워두고 반 애들 다 들으라는듯 '넌 내가 벌 줄 필요가 없으니 들어가 앉아'라고 했다. 그리고 말썽 피운 다른 친구들은 모두 손바닥을 맞았다.담임이 공개적으로 왕따를 한..

단상 2024.05.17

모성을 핑계로 하는 갑질

Susu premium tersedia di pusat informasi프리미엄 우유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인니 대형 마트에서도 고급 분유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따로 진열해두고 파는 군요.한국도 분유엔 도난 방지 장치를 해두고, 미국이나 호주도 분유 도난이 가장 빈번하다던데요. 분유 가격이 비싼 것도 모성 심리를 이용한 면이 있다고 보는데, 도난 역시 모성 심리가 작용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아이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이 도둑질의 죄책감을 상쇄시킨다던가...걸려도 모성에 호소하며 싹싹 빌면 다른 도난에 비해 처벌이 가볍거나 훈방되기 때문이라는 관점도 있습니다.아, 되팔이를 목적으로 하는 도난은 논외로 치겠습니다. 소위 말하는 부모 갑질(혹은 진상 엄마)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봅니다.공..

단상 2024.05.15

아부 - 아무나 못하는 건 능력

실력도 없는데 아부만 잘해서 승진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우습게 본다. 아부가 실력 범주에 들어가는지까지는 단언하기 애매하지만 능력인 건 확실하다.아부 욕하는 사람들의 저변엔 '자신도 맘만 먹으면' 아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옳지 않아서 부조리를 묵묵히 감수한다고 한다.아니다. 아부도 아무나 못한다 자기 스스로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짓 하는 거 쉬운 일 아니다.더군다나 '진심으로' 아부하는 유형은 재능에 가깝다.주말에 불러서 개인적인 심부름 시키는 거 속으로 엿같다고 하면서도 꾹 참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주말이라도 부르면 달려가서 윗사람 챙기는 게 마땅하다'라고 생각하고 그리 행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직장 상사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이 설마 타인 기분 아예 파악 못할까.자기가 시키는 불합리한 ..

단상 2024.05.10

애 싫어할 수도 있지 뭐

애 싫어한다고 하면, 애에게 짜증내거나 윽박지르거나 한다는 식으로 오해를 한다.세상만사를 뭐 그리 극단적으로 보는지 모르겠다.어떤 사람이 개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게 눈에 띄면 쫓아가서 패고 괴롭힌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싫은 건 그냥 싫은 거다. 싫다고 뭘 어쩐다는 게 아니다 소위 철없는 사람, 자기 절제를 못하는 사람더러 '왜 이리 애같냐', '애처럼 굴지 마라'라는 소리를 한다.애처럼 구는 태도가 부정적인 의미라는 걸 사회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다.애는 사려깊지 않다. 애가 사려깊다면 '애답지 않게 사려깊다'라고 한다.진중한 애는 '애답지 않게 진중하다'라고 한다.애는 원래 질투를 하고, 투정을 부리고, 자기 욕망을 잘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애는 원래 그러는 게 당연한 거고, 어른인데 그러는 사람더..

단상 2024.05.03

상관 없는 일은 모르는 게 보통

캘리포니아와 뉴욕, 워싱턴의 대략적인 위치를 아는 사람이 아주 드물진 않을 거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의 위치를 아는 사람도. 벳남,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폴의 위치를 아는 사람도. (인도네시아는 인도의 영어 이름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꽤 많더라. ㅎㅎ) 난이도를 조금 올려볼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의 위치를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대충 러시아 밑 몽고 서쪽에 있겠거니' 정도는 아는 사람이 적진 않을 거다. 산둥성, 광둥성, 윈난성, 쓰촨성 위치는 삼국지 매니아라면 알 수도 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좀 어렵겠다. 그래도 홍콩이나 상하이, 마카오, 하이난(해남) 정도는 아는 사람이 꽤 될터다. 콩고나 탄자니아, 캐냐는 좀 어렵겠지만, 에티오피..

단상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