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233

미담은 미담일 뿐,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하진 말자

아이를 감싸고 대신 차에 치인 엄마, 모성에 대한 미담이 있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한 자식, 효심에 대한 미담이 있다. 60여 년 간 같이 살아온 부부, 애정에 대한 미담이 있다. 친구를 위해 십년을 모은 돈을 망설임 없이 주는 친구, 우정에 대한 미담이 있다. 미담은 드물어서 미담이다. 아무나 그런다면 굳이 미담이었겠나. 소문 팔아 먹는 언론 장사치들이 미담을 물어다 파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담을 접하고는 자기 주변 사람도 응당 그리할 거라고 기대한다. 지랄, 그럴리가 있나. 상대에게 기대 좀 하지 마라. 상대가 주는 기대도 함부로 받지 마라.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 기대받지 않으면 낙담도 없다. 그러다 간혹 기대치 않은 미담이 당신을 향한다면..

단상 2021.07.22

사랑은 사랑이고, 폭력은 폭력일뿐

사랑의 매, 가르침의 체벌이라는 거, 뜨거운 거 배우라고 아이 손을 불에 갖다 대는 것보다도 안좋은 행위입니다. 차라리 아이 손 불에 갖다 대는 건 직접적인 인과관계라도 있어요. 불은 뜨겁구나 -> 손대면 아프구나 -> 조심해야겠다 사랑의 매, 훈육의 체벌을 가한다고고 해서, 물건 훔치는 게 나쁜 짓이라는 건 배울 수 없습니다. 훔치다 걸리면 맞는구나 -> 맞기 싫으면 훔지지 말던가 걸리지 말던가 해야지 더 나아가 나쁜 짓 한 놈은 때려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폭력 행위가 옳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문제 해결의 방편 중 하나로서 폭력 역시 선택지에 넣게 되고요. 자신이 맞아 봤기 때문에 타인을 때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드뭅니다. 자신도 당해봤으니 타인에게 행..

단상 2021.07.08

나이 서열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결혼만 해도 위아래 3~4살 정도 여유는 줍니다. 안그러면 매칭율이 너무 낮아지니까요. 그런데 친구는 동갑만 먹어요. 심지어 동갑인데 기수로 나누기도 하고. 거기에 '빠른'까지 들어가면 개족보 꼬이고 난리도 아닙니다. 지랄도 참 개지랄이죠. 그깟 나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1월1일생이 12월 31일생에게 형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건 지랄의 극치입니다. 그게 다 나이로 서열 가르는 군대식 문화의 대가입니다. 가장 가까운 인간 관계를 가족, 연인, 친구라고 하잖아요. 근데 나이 먹고 친구 먹을 사람 만나기 힘들죠? 동갑이라는 조건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친구가 될 사람 후보군이 확장되는 겁니다. 위아래 1살 터울만 허용해도 친구 후보군이 세 배로 늘어납니다. 쓰잘데기 없는 서열 문화만 버리면, 당신의 친구가..

단상 2021.06.17

그래도 되니까

인니 살면서 이런 인간 흔히 본다. 특히 20대 후반 ~ 30대 초반, 소위 사회 초년생이라는 청년들의 변화는 드라마틱 하다. 갑질의 천국인 한국의 사회 구조 상, 청년들 대부분은 갑질의 피해자 입장이다. 하지만 인니의 한국 기업에 취직하면 신입이라도 현지인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선다. 그리고 어느새 자기 직장 상사, 사장의 사상에 경도되어 현지인들을 하등한 인간 보듯 한다. 개설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 어느 청년의 블로그에 그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초기 포스팅에는 임금 착취하는 한국인이 '같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는 논조였으나, 언젠가부터 답답하고 근시안적인 현지인 근로자를 비난하는 시각이 글에 드러난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단상 2021.05.13

삶에 꼭 의미가 필요할까?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양 굳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누군가의 반려자,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친구... 스스로 찾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억지로 갖다 붙여서라도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우주가 보기에 인간과 들꽃이 뭐 그리 대단한 차이가 있을까 사는데 의미가 반드시 있어야 할까 없어도 지장 없다면 없으면 큰일 나는 양 결핍의 강박을 느끼는 건 자해일 뿐이다 산골짜기 외진 곳 이름 모를 들꽃은 굳이 의미가 없어도 별탈 없이 피고 진다 있어도 괜찮고 그딴 거 없어도 괜찮다

단상 2021.03.22

왜 난 그런 사람들하고만 엮일까?

"난 왜 맨날 주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할까? 다들 안좋게 끝났어." 흰 것이 있었어. 어느 날 흰 것 옆에 빨간 것이 가까이 왔어. 얼마 후 빨간 것이 검게 변하더니 흰 것으로부터 멀어졌어. 아마 빨간 것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나봐. 그리고 또 어느 날 흰 것 옆으로 노란 것이 가까이 왔어. 역시나 얼마 후 노란 것도 검게 변하더니 흰 것으로부터 멀어졌어. 아마 노란 것에게도 빨간 것과 같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 후로도 분홍 것, 초록 것, 파란 것, 주황 것 등등이 때론 혼자, 때론 짝을 지어 흰 것에 가까이 왔어. 그리고 그들도 결국은 검게 변하면서 흰 것으로부터 멀어졌어. 흰 것과 나머지 다른 색의 것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몰라. 내가 확실히 아는 건, 한 번 벌어진 일은 우연일..

단상 2021.03.15

악의 평범성 - 조직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명령에 복종한다'는 군인의 여러 덕목 중 하나다. 대부분의 군 훈련은 병사를 명령에 복종하도록 만들 목적으로 한다. 상관의 명령에 묻지도 따지지 않고 따르도록 반복을 거듭해서 신체와 정신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야 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돌격 앞으로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서 일부는 죽더라도 부대의 목표를 달성한다. 심지어 부대 전체를 희생하여 다른 부대들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도 한다. 명령을 하는 부대장도, 따르는 부대원도 누군가는 죽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지시하고 따르는 것이다. 서로를 독립적 개체로 여긴다면 해서는 안되는 명령이고, 따르길 거부해야 할 명령이다. 집단이 목표를 달성해봐야 개인 입장에서는 죽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령에 복종한다는 것은 부대원 개개인이 자신을 부..

단상 2021.01.11

죽을듯이 징징거려야 챙겨준다

아기가 배고프다 젖을 달라고 방글방글 웃으며 귀염 떠는 걸 상상해 보자. 비현실적이다. 애가 배가 고프면 때와 상황 가리지 않고 빽빽 지랄지랄 우는 게 정상이다. 좋게 좋게 웃는 낯으로 월급 올려달라고 해봐야 소용 업는 게 바로 그런 거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질질 짜든, 아니면 관두겠다고 협박을 하든, 욕망을 곧이 곧대로 드러내라. 그 좆도 아닌 이미지 관리 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어필해라. 그러면 반응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별 미친놈 다 보겠다고 잘라 버리든, 진지하게 반영을 하든. 울지 않으면 젖 안준다. 그 대단하고 찬란하신 모성애로 무장한 엄마도 애가 배고픈 거 같이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애새끼는 체면 차리지 않고 울어 재낀다. 생존이 걸린 일이니까. 좋게 좋게 웃으며 달라고 하면 엄마가 ..

단상 2021.01.06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한국-외국 커플 유튜브 채널들을 보다 느낀 묘한 점

최근 한국-외국 커플의 유튜브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워낙 많아 이제 하나의 장르처럼 형성되었을 정도다.한-외 커플 영상은 크게 '이미 결혼한 사이'와 '이제 결혼할 사이'로 나눌 수 있다.이미 결혼한 부부의 영상 컨텐츠들은 대체적으로 소소한 일상 위주의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라 밋밋하지만 안정적이다.당연하다. 부부가 함께 사는 건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다.가끔 여행지에 놀러가기도 하지만, 생활이 주다.이런 컨텐츠들은 정상적이고 평범하다. 반면, '이제 결혼할 사이'라는 한-외 커플 영상 컨텐츠는 좀 다르다.뭐랄까... '여행 + 예쁜 현지인 여성 + 가상 결혼 페이크 다큐'랄까?여행 관련 컨텐츠는 좋지만, 이제 차고 넘쳐 식상하다.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은 늘씬하고 예쁜 현지인 여성이 수시로 나오는 ..

단상 2020.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