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삶의 의미고 나발이고

명랑쾌활 2024. 1. 19. 07:56

당신이 어떤 목적에 의해 태어났다면,

기쁜 감정이 들까, 불쾌한 감정이 들까.

 

당신이 의도에 의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의 대부분의 인간은 별다른 목적 없이 태어났다.

어디 써먹으려고 나온 게 아니다.

 

거대한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인생을 허무하게 느낀다고 한다.

희생자 중엔 평소 늘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던 사람도 있었을 거다.

생존자 중에 나쁜 사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을테고.

생사를 가른 이유가 체력이나 기민한 판단력이 아닌, 그저 운이다.

내가 살아 남은 건 착한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침 이 곳에 있어서다.

의도가 없는 죽음이란 건 그래서 무자비하다.

'무슨 짓을 했기 때문에' 당하는 죽음이 차라리 인간적이다.

 

인간이 목적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은 순순히 수긍하지만,

자신의 불행이나 죽음에 아무런 의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 거 꼭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다.

물론 의미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고 큰 문제 없다.

의미가 없다고 해서 잘못된 인생은 아니다.

뭔가 의미를 남기겠다고 아등바등 하는 게 더 안좋을 수도 있다.

 

목적 없이 태어났으니, 의미 없이 살다 가도 되는 거 아닌가?

괜찮다.

뭐 대단한 거 남기려 강박 갖지 말고, 그냥 사는대로 살다 가도 된다.

어차피 죽고 나면 의미고 나발이고 중요하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