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무책임한 믿음

명랑쾌활 2024. 2. 23. 07:53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이상하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건 나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변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비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훌륭한 사람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 수술비 안내면 죽는데, 수술비로 충분할 만큼의 남의 돈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

절대로 남의 돈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자기 자식 죽게 두는 사람이 여전히 훌륭한 사람일까?

소위 '좋은 사람'이나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은 모호하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상한 거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에 대한 불신은 그럴 당위성이 있다.

나를 속일 거라는,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불신이 아니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수도 있다는 걸 받아 들이는, 인간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불신이다.

자신이 믿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도 변함없을 것'을 요구하는 건 독선이고 폭력이다.

자기 자식의 죽음을 외면할 수 있을 수준의 신뢰를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건 비인간적이다.

 

믿을 만큼은 믿되, 믿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어야 한다. 그게 인간적이다.

전적으로 믿는다는 말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배신 당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아야 한다.

믿음은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는 것이다.

자신이 그리 선택했다면 그 책임도 자신이 져야한다.

언제든 뜻밖의 상황이 닥쳐, 상대방이 믿음을 저버릴 수 밖에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

 

각오가 결여된 믿음은 무책임이다.

 

<4분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