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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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ap Gardoe Teh Wangi 가르두 표 전통 차

인니는 커피 생산지답게 커피도 많이 마시지만, 차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많이 마신다. 절대 다수가 커피를 선호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보통 티백 형태의 차를 마시지만 전통 방식의 찻잎도 명맥이 끊이지 않고 생산되고 있다. 종류가 이렇게 많다. 이것도 극히 일부다. 땅이 넓다 보니 각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유통되는 군소 브랜드 제품들도 많다. 가격은 400~600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 그중 가장 유명한 제품 중 하나인 짭 가르두 떼 왕이 Tjap Gardoe Teh Wangi 를 사봤다. tjap : 상표. cap의 옛날식 표기 gardoe : 원두막. 외딴 곳의 가옥. gardu의 옛날식 표기. (oe를 '우'로 발음한다) teh : 차 wangi : 향. 향기 예를 들어 gardu listrik이라고 하..

[고양이 이야기 VI] 3년간의 근황 짧게

고양이 이야기 5시즌 이후로 만 3년이 지났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고양이 이야기는 그냥 내 만족이더군요. 자기 고양이가 아닌데 뭔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공감할 구석도 거의 없고, 귀여운 거 보는 거야 사진보다는 영상이 낫지요. 유튭에 널리고 널린 게 그런 영상들입니다. 올려둔 포스팅들이 있으니 근황 소개나 가끔 하겠습니다. 뭔 얘길 꺼냈으면 결말이나 후일담, 뒷 얘기 이런 거 맺어야 마음 편해지는 성격이라서요. 5시즌 말미에 새로 합류했던 된장은... 아주 시크한 성묘가 됐습니다. 간식 달라거나 지 아쉬울 적에나 와서 툭툭 건드리고, 보통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더군요. 다른 고양이가 지분 거리는 것도 질색을 하며 화를 냅니다. 냄새도 전혀 안나고, 흔히 '고양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습성 그 자..

etc 2023.09.15

[한국 방문 2023] 4. 이것 저것. 복귀

이번 한국행 저녁 술자리는 거의 대부분 광명사거리에서 가졌다. 철산 상업지구는 맛집들이 거의 사라지고, 몰개성한 프렌차이즈 체인점들이 대부분이라 땡기는 곳이 별로 없다. 배추밭이었던 구역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던 시작부터 함께 해왔던 단골인데 안타깝다. 친구 소개로 알게된 맛집 주인 할머니가 예전에 철산 2동 쪽에서 닭한마리 칼국수 가게하셨던 내공 깊으신 분이다. 닭한마리에 칼국수, 후식으로 남은 국물에 죽 만들어 먹으면 예술이다. 닭갈비는 그냥 흔한 닭갈비. 할머니 거동이 불편하시다. 고생 많이 하셔서 무릎,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는데, 워낙 일상적으로 통증을 달고 사셔서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하시는 게 당연해져버린듯 보인다. 그런 와중에도 활짝 웃으며 맞이하시는데, 정겹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

여행기?/한국 2023.09.13

10여년 통산 인니 라면 Best 13 (~2023 상반기)

이제껏 먹어본 인니 현지 생산 라면 87가지 중 선정함. 먹고서 기록 안남긴 거 누락 몇 개 있을텐데 기억 안나는 건 의미 없으니 카운팅 안함. 어쩌다 보니 Best 13. 추후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음. 이번이 끝일수도. 선정 기준 - 인니 현지 생산 제품 : 인니 생산 태국라면 OK, 중국 생산 신라면 NO - 전적으로 개인 취향 : 마트에 라면 주욱 깔려 있는 중에 이거 살래? OK - 가성비 약간 따짐 : 비싸도 충분히 맛있으면 OK, 맛있긴 한데 너무 비싸면 감점 - 국물 라면은 나름 독특해도 밥 말아 먹는 궁합이 안좋으면 왠만하면 탈락 (이 기준에 10여 개 탈락) - 한국에서도 통할만큼 개성있고 맛있는 라면에 순위 가산점을 줌 1. Mi ABC Rasa Sop Tomat Pedas (국..

지체 높으신 한국인 사모님들

빨간 원피스 입으신 한국인 사모님 뒤에 뻔히 사람들이 줄 서 있는데, 자기 끌고 왔던 카트 저렇게 방치하고 유유히 떠나신다. 뒤에 줄섰던 현지인이 밀어서... 자기 소형 카트와 함께 저렇게 밀어 놔버렸다.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저 꼬라지를 보게 된다. 남편이 얼마나 대단한 회사 대단한 직급이셔야 꼴값도 저렇게 우아하게 떨 수 있을까. 웃기는 게, 현지 대형 마트에서 저 짓거리 하는 한국인 사모님은 본 적 없다. 한국 기업 직원들이 자기한테 조심하는 거 누리다 보니, 한인 마트 종업원들에게도 갑질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예전에 한국문화원에서 했던 출판기념회에 여친과 참석했을 적에, 곱게 차려입은 싸가지 여사님들이 여친 현지인이라 무시하던 거 떠올라서 또 열받는다. 저러니 신분 높은 부인을 뜻하는 뇨..

[한국 방문 2023] 3. 외국인 서울 관광

일요일 낮 한강공원, 아직 쌀쌀한데 사람이 다글다글 하다. 아내는 상당히 좋아했다. 수도를 가로지르는 강이 엄청 넓고, 깨끗하고, 강변도 깔끔하게 정리된 게 특별해 보인다나. 나로선 '아니 여길 왜 굳이 이렇게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 듬뿍 문어 듬뿍 왕타코야키는 맛있었다. 기념품 사러 남대문 시장도 갔는데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인니인들은 어디 여행 가서 기념품을 챙겨오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풍습이 있다. 한류 기념품들을 파는 점포들을 때문에 할 수 없이 가긴 했는데, 확실히 시장은 나랑 정말 상극인가 보다. 5만원 어치를 사고 현찰로 계산하면서 웃으며 "깎아주시고 그러진 않아요?"라고 물었더니, 장사꾼 아주머니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요즘은 그냥 정찰제예요. 다 가격표 붙어 있잖아요..

여행기?/한국 2023.09.06

Burung Layang Terbang Mie Goreng Spesial

Burung Layang Terbang Mie Goreng Spesial 나는 제비표 미 고렝 스페샬 - kenyal dan legit - 쫄깃하고 진한 이쪽 최강자인 인도미 미 고렝과의 차별점은 면에 Telur Asli, 진짜 달걀이 함유됐댄다. (가짜 달걀이 따로 있나?) 계란 넣고 반죽해서 만드는 바미 Bakmi 가 원래 있는데, 이 제품은 바미라고 하지 않았다. 달걀이 들어가서 그런지 면 색깔이 노랗다 못해 갈색에 가깝다. 면 두께가 바미보다 얇은데, 그래서 바미가 아니라고 우기나 보다. 인도미 미 고렝 두 배 가격답게 양념도 듬뿍 특출나게(ekstra) 매운 삼발이라고 쓰여 있는데, 저언혀 맵지 않더라. (진라면 순한맛보다도 안매움) 오홍? 뭐지? 인도미 미 고렝처럼 달달 짭짤한 맛인데... 풍..

예전은 좋은 시대였고, 지금은 불행한 시대일까?

지금의 2030 세대가 윗세대의 청년 시절 때에 비해 더 불행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윗세대 때가 더 힘들었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요즘 2030 세대는 윗세대 때보다 '더 불행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불행은 감정이다. 감정은 정량 비교 할 수 없다. 불행은 결핍감에서 나오고, 대부분의 결핍은 비교로부터 비롯된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비교가 더 분명하고 수월해졌다. 동류들과 분노와 불행의 감정을 나눠 증폭되기 쉬워졌다. 더 불행함을 느끼는 이유는 정보 공유 기술의 발전 탓이다. 요즘에 비해 사회와 기술 발전이 뒤떨어진 시대였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는 말은 틀렸다. '더' 힘들다는 비교는 동일 조건에서 해야 한다. 80, 90년대가 지금보다 뒤떨어진 시대였지만, 그 당시에는 최첨단 시대였다. ..

시사 2023.09.01

[한국 방문 2023] 2. 부산행

어쩌다 보니 부산은 한 번도 가본적 없다. 딱히 가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없다. 아내도 다음엔 모를까 이번 한국 방문에 부산 여행은 시큰둥 했다. 인니에서 인연이 있던 지인들 중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형님이 작년 크리스마스 날 돌아가셨다. 한국에서 치뤄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형님 모셔진 곳에 작별인사 드리러 가는 건 이번 한국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다. 형님은 부산 사람이었고, 부산에 모셔졌다. 부산역 광장 한국 제2의 도시라 해서 상상했던 풍경과 매우 달라서 의외였다. 안양보다도 소박했다. 광장에서 뭔가 찍고 있다. 뮤직비디오 같다. 행인 통제하는 사람들이 야광조끼 입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태도로 유도하는 게 눈에 띈다. 예전엔 방송 찍는 게 뭔 벼슬이라도 되는 양, 후..

여행기?/한국 2023.08.30

Burung Layang Terbang Kwetiau Siram

Burung Layang Terbang Kwetiau Siram 나는 제비표 소스 끼얹어 먹는 꿰띠아우 (볶음이 아니다!) 그냥 제비표가 아니다. '나는(terbang)' 제비표다. 상표 디자인이 토속적이라 정겨운데, 국수로 유명했던 샘표처럼 각종 면 제품으로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다. 1978년부터 시작했고 인스턴트 라면 제품을 런칭한 건 7~8년 전부터다. 꿰띠아우(혹은 꿰띠아우 고렝)는 특유의 납작한 쌀국수면으로 만든 볶음 요리다. 발리의 현지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로, 이름으로 예상했다시피 중국에서 유래됐다. 미고렝이 한 끼 때우는 음식에 가깝다면, 꿰띠아우는 요리로 취급한다. (고급이라서가 아니라 덜 대중적이어서) 조리 중에 물전분을 섞어야 하는 특이한 과정이 있다. 6백원 짜리 라면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