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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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VI] 3년간의 근황 짧게

명랑쾌활 2023. 9. 15. 12:18

고양이 이야기 5시즌 이후로 만 3년이 지났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고양이 이야기는 그냥 내 만족이더군요.

자기 고양이가 아닌데 뭔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공감할 구석도 거의 없고, 귀여운 거 보는 거야 사진보다는 영상이 낫지요.

유튭에 널리고 널린 게 그런 영상들입니다.

올려둔 포스팅들이 있으니 근황 소개나 가끔 하겠습니다.

뭔 얘길 꺼냈으면 결말이나 후일담, 뒷 얘기 이런 거 맺어야 마음 편해지는 성격이라서요.

 

5시즌 말미에 새로 합류했던 된장은...

 

아주 시크한 성묘가 됐습니다.

간식 달라거나 지 아쉬울 적에나 와서 툭툭 건드리고, 보통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더군요.

다른 고양이가 지분 거리는 것도 질색을 하며 화를 냅니다.

냄새도 전혀 안나고, 흔히 '고양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습성 그 자체입니다.

 

 

나이가 6년 8개월인 첫째 깜이는 이제 슬슬 노령으로 접어드는지 활동량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잠은 늘 상남자 자세로 잡니다. 비록 고자지만...

 

응?

 

 

둘째 양이는 아픕니다.

5시즌 말미에 신경질적이 되고 아무데나 똥오줌 싼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자주 시름시름 앓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급히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 말로는 고양이 백혈병이라고 하네요.

입원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긴 했지만 신장은 이미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고, 언제든 다른 병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삶에 대한 의지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투약하고 특수식 먹이면서 연명치료 중입니다만, 오래 살진 못할 거예요.

돈이 지속적으로 아주 많이 깨지고 있습니다. 지금 형편에 상당히 미련한 짓 하고 있는 거긴 한데...

스스로 이런 쪽에 꽤 냉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드니까 어쩔 수 없더군요.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어요.

금전적인 부분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볼테니, 사는데까지는 살아 보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라고 마음 정리 중입니다.

 

 

작년 초 어미를 잃어버린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집앞에 와서 구조했습니다.

검은 얼룩이 오빠인 뚠뚠, 노랑 얼룩이 동생인 띤띤입니다.

구조 당시 뚠뚠은 못먹었지만 건강하고 똘똘했고, 띤띤은 피부병으로 눈도 못뜨고 오빠 뒤만 졸졸 쫓아 다녔습니다.

오빠 아니었으면 집앞까지 오지도 못했고 얼마 못버티고 죽었겠죠.

 

길고양이라 그런가 유전자 때문인가 엄청 빨리 크더군요.

특히 뚠뚠이는 8개월 만에 7살 성묘인 깜이보다 커졌습니다. 띤띤이는 좀 더디게 자라서 아직 깜이 크기 비슷합니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란 뚠뚠이는 스팽킹을 하면 그릉그릉 좋아하는 고자 변태 고양이가 됐고,

 

띤띤이는 생긴 게 왠지 변태 같은 싸이코 고양이가 됐습니다.

쓰다듬어 주면 기분 좋아서 그릉그릉 거리다가 너무 좋으면 피날 정도로 꽉 깨물지를 않나,

매일 밤 자려고 침대 가면 냉큼 쫓아와서 누워있는 제 겨드랑이에 파고들어 코를 쳐박고 꾹꾹이를 하질 않나.

 

두 녀석은 청경채와 상추를 좋아합니다. 이상한 놈들이예요.

 

 

작년 말 한 마리가 더 늘어버렸습니다. 이미 빡새서 더 늘리고 싶지 않았는데...

지붕과 벽까지 싹 뜯는 대공사를 하고 있던 옆집 공사판에서 발견했어요.

1개월 갖넘겼을까 한 녀석이 필사적으로 우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이고 안된다 싶더군요.

그래도 차마 외면하기 힘들어서 10m 가량 떨어진 곳에 아무 소리 안하고 쭈그려 앉아서, 여기까지 오면 구해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눈병 진물로 눈꺼풀이 붙어서 눈을 거의 못뜨는 놈이 몸도 잘 못가눠서 삐질삐질한 걸음으로 용케 발치까지 오더군요.

와 이런 젠장...

아내와 동물 병원에 가면서도 둘이서 계속 "이거 어쩌냐..." 이런 말만 서로 반복했습니다. 이미 감당하기 힘든데 한 마리 더라니.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1개월 된 녀석과 11개월 된 녀석

 

인위적으로 포즈 조작한 거 아니예요. 그런 거 가만히 받아들이는 녀석들도 아니고요.

 

별탈 없이 잘 자랐습니다.

저 통통한 아랫배가 말랑말랑 촉감이 너무 좋아서, 꽉 깨물리는데도 주물거리기를 참을 수 없습니다.

 

요 세 녀석은 이 마을 길고양이 출신들이니 혈통이 연관있을 겁니다.

같은 혈족이라서 그런지 셋이서 친하더군요.

 

여섯 마리... 네, 그렇게 됐네요.

일반 가정집에서 고양이 세 마리 이상 키우는 건 평범한 범주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이제 이해합니다.

그나마 인니는 부동산 시세가 한국에 비해 많이 저렴해서, 집이 넓은 편이라 다행입니다.

그래도 치닥거리가 장난 아니네요.

더 넓은 집에 가정부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무리 없이 키우는 건 세 마리까지일 거 같습니다.

 

이후로도 길에서 새끼 고양이 어택을 두 번 더 당할 뻔 했는데 다행히 잘 피했습니다.

새끼 고양이는 정말 위험한 생물입니다.

길 가다 눈에 뜨이면 즉시 도망가야 합니다.

쓰다듬고 그러면 안됩니다. 도망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