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Sulawesi 5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5.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제법 편리한 물건이긴 하다.

비교체험 극과 극 그나마 경치는 Novotel보다 부나켄의 코티지가 나았다. (그거 마저 나쁘면 도대체 존재 이유가 뭔가.) 점심도 굶어가며 그야말로 미친듯이 뒹굴거리고 나니 저녁 때가 되었다. 어슬렁어슬렁 호텔 레스토랑에 갔는데 스탭들이 테이블을 이리저리 옮기고 뭔가 분위기가 부산하다. 오늘 저녁은 음력 신년을 기념해서 부페로 진행한댄다. (아, 맞다. 난 구정 연휴를 이용해서 마나도에 여행 온 것이었다는게 이제 떠올랐다.) 메뉴 따위는 없고 무조건 부페, 가격은 25만 루피아. 지불 못할 것도 없지만, 난 부페를 즐길 마음도, 혼자 한 끼 때우는데 3만원 가까이 낼 담량도 준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신년 파티라고 떠들썩한데 달랑 혼자서 부페 음식 왔다갔다 꾸역꾸역... 아 씨바 최강의 초라함이다...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4. 탈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뭍으로 나가는 배는 7시 반까지 밑의 해변으로 가면 된단다. 뭍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어지간히도 설레였는지(?) 6시에 발딱 일어났다. 그 동안 끼니를 떼웠던(!) 식당 광각을 올려서 찍은 사진이라 그나마 이렇게 밝게 나온 것이고... 실제로는 딱 이런 분위기였다. 부나켄을 떠나는 나를 하늘도 축복해 주는지, 마지막까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아직 밥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비내리는 풍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고양이 가족이 내 숙소 건물 건너편의 안쓰는 건물에 워글워글 비를 피하며 잠을 청하고 있다. 잘 보면 사진 한가운데 의자 위에 몽글몽글 모여있다. 어미 고양이 한 마리에 새끼들 5~6마리, 간혹 한 마리씩 밀려 떨어지곤 한다. 7시 반이다. 아직도 아침은 나오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보이지..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3. 섬 안의 섬에 고립, 탈출, 실패, 타협

내가 묵었던 파노라마 코티지의 위치. 도대체 왜 난... 아직까지도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몰랐던 나는 이 해먹을 보는 순간 입이 찢어져라 기뻤다. 해변에서 유유자적할 땐 역시 해먹이다. +_+ 그것도 밑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는 곳이라면 더욱 환상적이다. 모기장이 쳐져 있는 침대와 그 옆의 보조침대 침대 인심이 후하긴 한데... 어라, 마루의 틈이 제법 넓다. 샤워하고 난 다음의 땟물...이 아니라 그냥 저런 물이 나온다. 그리고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짠 물이다. 그나마 타일이라도 깔려있고, 비록 바가지로 퍼부어 물을 내려야 하지만 그래도 좌식 형상의 변기라도 있다면 양호한 거다. 자정에 출발해서 비행기 타고 차 타고 배 타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피곤할 만도 하다. 정수나 체로 ..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2. 상술? 사기!

지옥(?)의 부나켄 섬을 탈출하여 마나도 부두에 내렸을 당시 찍은 사진. 사진 한가운데의 작은 건물이 일종의 부두 관리 사무실이다. 부나켄으로 들어가는 외국인들은 저곳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그 부두 관리 사무실 처마에서 바라본 부두 전경 오전 8시 씩씩한 발걸음으로 부두에 들어서니 삐끼들이 바글바글 달라 붙는다. 다 스피드 보트 호객이다. " 부나켄 40만 루피아." " 헐, 뭘 그리 비싸냐? 나 공항에서 여기까지 앙꼿으로 6천 루피아에 왔다." " 에이, 배는 기름이 많이 든다. 40만 루피아에 오늘 하루 종일 원하는데 다 데려다 주고 나중에 여기로 오는 것까지다." " 난 걍 부나켄 들어가 거기 묵을 거다." " 그럼 20만 루피아." " 야이 John만아, 농담하냐? 하루 종일 여기저..

[Manado는 섬 이름이 아니다] 1. 초반은 꽤 좋았다. 초반은...

이번에 갔던 마나도 Manado는... 저어기 오른쪽 상단의 노란 화살표 근처다. (왼쪽 하단 화살표가 자카르타) 자카르타에서 무려 3시간 반 걸리는 곳으로 필리핀 남쪽에 위치한다.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 검색해 보면 알테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가장 유명한 것은 스쿠버 다이빙 세계 3대 포인트라고 한다. (나머지 두 군데가 어디인지도 모를 뿐더러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중 시야가 평균 20m, 좋을 때는 최대 40m이고, 열대의 형형색색 수중생물들이 아주 다채로운 곳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기의 썰렁한 제목을 보다시피, 마나도는 어감이 섬 같지만 섬이 아니라 도시 이름이다. (므나도 Menado라고도 하는데, 마든 므든 상관 없다. 둘 중 하나는 사투리라고 한다.) 하지만 섬이 유명한 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