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뚜까라스 언덕은 동네 뒷산 정자 수준이었다. 나무들이 울창해서 뷰가 별로 좋지 않았다. 언덕 한 귀퉁이에 현지인 아저씨들이 한량짓을 하고 있다. 나무 그늘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부는 건 좋았다.돗자리 깔고 삼겹살 궈먹으면 딱 좋을, 어른 취향의 장소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니 전역의 관광지마다 저렇게 지명을 간판처럼 세우는 게 유행이 됐다. 좋은 풍경보다 '자기 자신이 어디에 갔었다'는 증거사진을 찍는 걸 더욱 중시하는 인니인들의 성향 때문이지 않나 싶다. 인니에서는 분리대가 있어도 딱히 출입금지 표시가 없다면 넘어가도 된다는 뜻이다.언덕 밑 바다에 서핑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침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이 내가 사진 찍으려는 앵글에 들어와서다. 비키니 입은 금발 서양인도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