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직급 2

떠난지 오래 되어 잊고 있었던 한국의 계급주의 문화

새 회사로 옮기면서, 이전 회사보다 두 직급 낮춰 들어가게 됐다.내 입사 조건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팀장은 내게 직급을 낮추게 된 걸 양해해달라고 했다.나는 괜찮다고 했다.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다.오히려 그게 양해해달라고 할 일인가 의아했다.월급 액수가 중요하지 직급 따위 뭐가 중요한가?업무에 있어서도 중요한 건 직무와 권한이지 직급이 아니다.하지만, 내가 뭔가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원청 고객사의 부장은 차장인 나를 대할 때와 상무인 지부장을 대할 때의 태도가 달랐다.나를 대할 적에 보이는 불손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원청 갑질이려니 했었는데, 내가 속한 회사의 지부장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보니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상무의 나이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나이 대접..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10. 직급이 높을수록 말에 무게가 있을까?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어떻게 부장씩이나 돼서 말을 바꿀 수가 있어!" "사장님이 다들 듣는데서 한 말씀이라 믿었는데... 헐..." 이런 불만, 회사 생활 하다 보면 드물지 않다. 지위가 높을 수록 말에 무게가 있다는걸 너무 일반화 해서 벌어지는 착각이다. 자신의 말을 부정하거나, 신용받지 못함으로써 느끼는 수치심은 개인적인 양심의 범주다. 하지만 그 양심을 조직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어떨까? '회사를 위해 회사 조직의 일원으로서 한 발언이고, 철회하는 것도 회사를 위한 일이었다'라고 합리화 한다면, 개인적인 양심이 자극 받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즉, 자신을 인간 개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일원으로..

단상 201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