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재래시장에서 흥정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까지는 뭐 괜찮다.하지만, 많이 깎아서 싸게 샀다고 좋아하는 건 호구질 당하면서 좋아하는 거나 다름 없다. 흥정은 기본적으로, '부르는 게 값'이던 옛시절의 잔재다.지역마다 물품의 값어치가 다르던 시절엔 가격이란 형성되는 것이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늘 꾸준히 사주는 단골에게는 싸게 팔았고, 단골이 아닌 사람에겐 좀더 비싸게 팔았다.제 값이란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됐다.뜨내기 외지인에게는 사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바가지를 씌워도 괜찮았다.그 시절엔 지역마다 '폐쇄적 공동체 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대상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공동체에 도움이 되었다. 정찰제가 아닌 흥정에서는, 구조적으로 사는 사람이 절대로 파는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