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자존 2

길을 잃는 건 길을 몰라서가 아니다.

길을 잃는 건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건 다른 사람에 대한 상대적인 위치로 자신을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자신의 위치는 자신을 돌아봐야 알 수 있다.다른 사람은 보려하지 않아도 보이지만, 자신은 보려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가야할 길을 찾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자신의 위치를 알면 길은 몰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당장 해야 할 일은 안다.

단상 2017.11.20

자신이 별 거 아닌 사람임을 인정한다고 해서

어디서 일을 하든 일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다음에 다시 오라는 소리 듣는 게 '제대로 일한 것'이라는 자부심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그 소리 듣고자 좀더 열심히 했다.그런 소리 못들으면 부끄러움을 느꼈었다.일을 잘한다는 평판이 곧 바람직한 인간이고, 열심히 일하는 게 삶의 의의라고, 국가와 사회가 내게 주입시킨 노동윤리 때문이었을까?아니면 내 빈약한 자존감 때문이었을까?그들에게 내 존재를 인식시킴으로서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못한다는소리도, 잘한다는 소리도 듣지 않고, '딱히 별 문제 없는' 정도만 한다.오늘부터 내가 직장에 보이지 않아도 별 감흥 없고, 나에 대해 별 기억도 없는 정도가 딱 좋다.그런 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그들의..

단상 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