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예의 5

[특이했던 사람] 2. 어느 신입 사원

나이는 서른 셋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력서도 그 나잇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대단하지만 대단하기만 한 스펙인, 그저 그런 내용이었다. 면접을 봤지만 영업 업무에 전혀 맞지 않았다. 취업률 100%를 달성하고자 했던 인력업체 대표 새끼가 사장에게 청탁해서 억지로 밀어넣지만 않았다면, 평범하게 서로 지나쳐 기억에도 남지 않았을 인연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같이 일하게 됐으니, 어떻게든 잘 해봐야 하지 않겠나...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외국인 고용 정원 추가와 취업 허가를 내려면 두어 달 걸리기 때문에, 보통 입사 예정자는 귀국해서 대기한다. 입사가 결정된 신입도 일단 한국으로 복귀하도록 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인력업체에서 연수 받는 동안 있었던 짐을 맡겨도 되겠냐 물었다. 무슨 짐인지도 모르..

문화의 차이 - 누구 책임일까?

회사 담장 바깥쪽에 자란 대나무들이 옆으로 늘어지면서, 담장이 파손되었습니다.담장 바깥쪽은 사유지인 논입니다. 인니는 이런 경우, 논 주인에게 담장 수리비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법률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정서법일 뿐이지만, 만약 재판을 건다 해도 그렇게 판결이 나올 겁니다.)그리고, 회사 맘대로 대나무의 넘어온 부분을 자를 수도 없습니다.맘대로 자르면 논 주인의 재산을 파손한 셈이 됩니다.반드시 논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서 잘라야 합니다. 그것도 피해자인 회사가요.개인 대 개인이라면 쌍방이 좋게 좋게 서로 도우며 자를 수도 있지만, 회사 대 개인은 무조건 회사가 양보해야 합니다. '양해'를 구하는데, 상대방이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예전 회사에서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회사 담장 ..

5분이라도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하는 편이 나은 이유

약속시간 전에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약속시간 이전이라면, 만날 사람이 아직 오지 않아도 괜찮다.약속한 시간까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기약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약속시간을 넘기는 순간 그 기약은 사라진다.5분을 늦을지, 10분을 늦을지, 30분을 늦을지 모른다.어떤 일이든 유쾌하지 못한 일은 언제 끝난다는 기약이 없으면 더 힘들다.힘들게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이제 30분 만 더 올라가면 된다"는 희망은 힘이 된다. 5분이라도 늦을 거 같으면 늦는다고 연락하는 편이 낫다.소중한 시간, 돌이킬 수 없는 인생... 뭐 이런 거창한 의미를 갖다 붙일 필요도 없다.기약없는 기다림으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걸 연락 한 번으로 막아주는 거다.고작 5분, 10분 늦는 것 갖고 유난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

단상 2018.04.06

차라리 돈 때문에 그러라고.

직원 관리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참 괜찮은데 조직 전체 관점에서는 문제가 되는 면면들을 볼 때가 있다. "전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저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는 겁니다."당연한 말이다. 인신공격이나 도에 지나친 무례는 어떠한 경우에도 옳지 않다.하지만, 개인에 대한 예의와 직급에 따른 예의를 혼동하는 경우엔 오히려 가소롭다.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 건 좋은 덕목이지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에 대한 예의를 요구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사장이나 상급자, 하급자, 경비나 운전기사, 청소부 등 위치에 따라 대하는 바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다.어느 회사 부장이 사장에게 90도로 인사하듯 경비에게도 90도로 인사한다면 어색한 일이다.운전기사에게 '기사 아저씨'라고 부른..

단상 2017.09.26

출발

여행 중에 가장 유용했던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빨랫줄이다. 물론 배낭여행자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다. 요런 식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충전기 셋트는 여러모로 귀찮은 물건이었지만, 여행비용을 제법 줄여준 아이템이다. 우리나라만큼 건전지가 성능 좋고 싼 나라도 드물다. 혹시나 태국은 어떤가 했는데 성능 그닥,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비쌌다. 라이터는 1인 1개만 휴대 가능하단다. 허리쌕에 있던 라이터 두 개를 미련 없이 검색대 앞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그러나 나중에 숙소 도착해서 짐 풀어보니, 아무 생각 없이 큰 배낭, 작은 배낭 여기저기에 찔러 두었던 라이터가 4개나 나왔다. 물론 방콕에서 호치민 넘어 갈 때도, 호치민에서 다시 방콕, 인천 들어 올 때도, 라이터는 3~4개 씩 있었지만 전혀 문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