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봉제업계 2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 외전 4. 그 때 그 사람

강찬승 부장은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전형적인 한국식 공장 관리자였다.베트남 근무 당시, 다른 직원들을 규합해 반항하던 깡패 출신의 직원을 공장 외부로 불러 맞짱 떠서 굴복 시켜 자신의 심복으로 삼았다는 일화를 자랑스레 얘기하곤 했다. 실제로 그랬는지 아니면 그런 사람으로 보여지길 바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성격의 사람이 새로 부임한 공장에서 적당한 대상 하나 잡아 본보기로 박살을 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 기강을 잡으려고 했을 건 뻔하다. 일반 직원 잡아 봐야 웃음거리만 된다. 짱을 먹으려면 그 지역 짱이나 최소한 그에 버금가는 애를 박살내야 한다... 뭐 그런 생각이었을 거다.그는 공장 내 배후 권력자들 중 생산 총괄을 타겟으로 잡았다. 생산 총괄은 오랜 한국 봉제 업체 경력을 인정 ..

[회사의 부득이한 사정] 3/5

- 최센터장님, 국순이 수방 공장 창고를 자체 관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올해 말까지 철수할 예정이오니 국순 측과 인수인계 일정을 잡아 보고하시기 바랍니다. - 회사 사정상, 부득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점 양해 바랍니다. - 향후 근무처 관련하여 추후 통보 드리겠습니다. 최준영은 이메일을 읽고, 태연하려고 노력했다. 집이었다면 기쁨의 떰부링을 스물 세 바퀴 정도 돌았을 거 같은 기분이다. 파견 근무처가 사라져 일자리가 붕 뜨게 된 상황이지만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국순 수방 공장의 창고 외주 관리를 했던 지난 5개월은 그정도로 끔찍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회사에서 멀쩡하게 일하던 직원이 그만 두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새로 오픈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 한창 운영 중인 회사가 후임을 급구하..

소오~설 202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