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모국어 2

모국어로 대화하는 즐거움

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았고 그 나라 언어가 유창해져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머릿속으로 사고하는 언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모국어로 하기 때문에, 들을 때나 말할 때나 번역의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유창하다고 해도 결국 번역의 과정이 습관화 되어 빨라진 것 뿐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만나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건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다.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 구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생각하는 데만 온전히 뇌를 쓴다는 건, 정체를 벗어나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기분 같다. 어깨까지 잠긴 물 속을 걷다가 나와서 뭍의 편안한 길을 걷는 기분 같다. 마스크를 쓰고 오르막을 오르다, 마스크를 벗고 평지를 걸으며 마음껏 숨을 쉬는 후련함이다. 혹시나 정말 마음에 맞는 사람, 혹은 친구를 만..

당신의 국가 정체성은 당신의 모어(모국어)다

"사람은 국가에 사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 속에서 살아 간다. 모국어야말로 우리의 조국임이 확실하다." - 에밀 시오랑 Emil M. Cioran 영아일 때 외국으로 입양 되었거나, 아주 어렸을 적 부모님을 따라 외국에 갔거나, 외국에서 태어나고 살아왔거나...자연스럽게 주어지는 시민권을 갖고 있거나, 능동적으로 귀화했거나 등등혈통적 모국이 아닌 외국에서 사는 사람의 국가 정체성을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가 있다.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투르지만, 지속적인 가정 교욱으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인식하는 미국 시민권자 한인이 그렇다. 문화는 개념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긴 부적절하다.한국의 미풍양속이나 서열 문화, 관행과 터부를 잘 아느냐 모르느냐를 테스트해서 분류할 수 있는 문제가 ..

단상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