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망각 3

기억력이 좋다는 게 꼭 좋은 것만도 아녜요.

기억력이 제법 좋은 편입니다. 뇌가 썡쌩했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집중해서 책을 보면 사진처럼 기억하기도 했었어요. 책의 내용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페이지의 문단 배치나 문장 줄이 바뀌는 것, 삽화 위치 등등을 그야말로 사진처럼 기억하는 거지요. '보이는 것'을 기억할 정도로 능력자는 아니었지만, '본 것'은 거의 대부분 기억했어요. 지금은 뇌가 담배와 술로 절어 버려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아직도 종종 어떤 상황에 '어, 이상하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순간, 기억한다는 자각은 없었어도 나중에 그 일들이 꽤 또렷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쉽게도 자의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맘대로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초능력처럼 활용할 수는 없지만요. 차라리 '어,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을 바로 ..

단상 2021.08.12

그냥 늙어서 귀찮아서 그래.

살다 보면 시답지도 않은 인간 쓰레기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신경 끊는 건,살아오면서 세상 이런 저런 사람 만나다 보니 마음이 넓어져서 그런 게 아니라,그냥 늙어서 귀찮아서 그래.증오에도 에너지가 소모되거든. 젊었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니까 그만큼 감정도 세게 폭발하는 거고, 그래서 참기 힘든 거야.늙어서 둥굴어지고 현명해지니까 잘 참는 게 아냐.애초에 에너지가 많지 않다보니 감정도 그리 강렬하지 않은 거고, 그래서 참기 쉬운 거야.성욕이랑 비슷한 거지. 제대로 인간 쓰레기라면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면 돼.꽤 많이 겪어 봤는데, 격렬한 증오는 부질없더라고.그보다는 그냥 기억에서 지우는 편이 더 쉽고, 효율적이더라고.늙어서 좋은 점이라고나 할까, 나이 먹으면 기억을 잘 못하고 자꾸 까..

단상 2019.06.03

주기로 결정했으면 그냥 주고 잊어 버려요

주기로 결정했으면 그냥 주고 잊어 버려요.조건이니 보답 따위 생각해봐야 스트레스만 받아요.조건이든 보답이든 어차피 남일이예요. 가령, 당신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100만원씩 드리기로 이미 결정했다면, 그냥 드리면 되는 거예요.고령이라 취업을 할 수 없어서 수입이 없으시다던가, 몸이 불편하시다던가 하는 조건들은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들이예요.이미 결정하고 났으면, 그 돈을 어떻게 쪼개서 드려야 하나, 자기 사정만 생각하세요.부모님 형편이 어렵다면 같은 액수라도 더 요긴하시겠지만, 부족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부모님 입장이에요.당신 입장에서 보면, 형편 넉넉한 부모님께 100만원을 드리든, 형편 어려운 부모님께 100만원을 드리든, 당신 돈 100만원이 나간다는 사실은 똑같아요.건강하셨던 부모님이 ..

단상 201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