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가정부 3

쁨반뚜 Pembantu - 인니의 가정부에 대한 이해

pem : ~하는 사람, ~하는 도구 bantu : 돕다 pembantu : 가정부, 가사도우미 인니 처음 온 한국인들 대부분은 가정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하다. 한국의 가정부처럼 대해야 하나 싶지만, 한국에서 가정부를 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책으로 배운 연애에 개망신을 당하고, 군 경험 없는 놈이 군기 잡겠다고 하다 생사람 잡기 쉽다. 개념 잘 잘 모르는데 어떻게든 하려 하다보니, 가정부를 개념없게 대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식모'가 드물지 않았다가 88년 경부터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사라졌다. 그 급격한 인건비 상승 때문에 한국의 신발과 봉제업이 대거 인니로 진출했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은 사고 방식과 상식 기준이 모국을 떠난 시점에 멈춰있다. 그..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진 이해심

일주일에 두 번, 청소만 하는 것으로 계약한 가정부가 있었습니다. (인니니까요. 월 4만원 정도 했습니다.)전 혼자 살았고, 회사 출근한 사이 가정부가 와서 집청소를 하고 갔습니다. 가정부가 왔다 가면 세면대 선반에 놓인 칫솔, 비누, 헤어 왁스 등의 위치가 매번 바뀌었습니다.물건들을 순서대로 칼같이 정리를 해야 하는 강박 같은 건 없습니다만, 물건을 쓰면 있던 자리에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그래서, 물건을 놓다보면 자연스레 제자리가 정해집니다. 물건의 위치 역시 자연스럽게 머리에 입력되고요.근데, 그 위치가 계속 바뀌니 은근 스트레스더군요.매번 원래 위치로 돌려 놓았지만, 가정부는 계속 물건의 위치를 바꿔 놓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사소한 일에는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익숙..

단상 2020.12.09

떡칼국수

회사 음식하시는 현지인 가정부가 멋진 작품을 만드셨습니다.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점심시간 딱 맞춰서 오는 것도 아니고, 각자 근무지에서 근무 마무리 되는대로 제각각 오기 때문에, 금방 불어터지는 칼국수 같은 건 무리입니다.가정부 아주머니는 칼국수면을 삶아 따로 담아 놓고, 사람이 오면 뜨끈한 국물과 함께 고명을 얹어 내놓는 해결책을 생각했습니다.제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이 참상 광경을 보게 됐지요.면이 완전히 뭉쳐서 떡이 됐더군요.국물 부어가며 살살 달래어 떼어보려 했지만, 면발들의 단단한 결속력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김치도 척척 잘 만들고,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불고기 등등 대체적으로 음식을 잘하시는 분이 이런 기초적인 부분도 모르시는 걸 보면, 좀 신기하긴 합니다.그래도 뭐라 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