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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akarta] 스카이 루프탑 앤 레스토랑 Skye Rooftop & Restaurant

명랑쾌활 2018. 5. 21. 11:13

그 유명한 루프탑 라운지 스카이 Skye 에 갔습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가봤다고 하는, 자카르타에 잠시 관광 온 사람도 가봤다는 유명한 곳입니다.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타워나 63빌딩 안가보듯, 저도 가깝다 보니 외려 알게 된지 몇 년만에 가보네요.


스카이가 있는 BCA 빌딩은 지리적으로 보면 모나스 MONAS 와 붕카르노 Bung Karno 경기장 중간 쯤에 위치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랜드 인도네시아 쇼핑몰 Mall Grand Indonesia 옆이라고 하는 편이 더 찾아가기 쉽습니다.

그랜드 인도네시아 쇼핑몰과 BCA 빌딩은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 빌딩 꼭대기층입니다.

빌딩 앞 동상은 어서오세요 동상 Selamat Datang Monument 인데, 포즈가 왠지 북한삘이네요.


56층까지 쭉쭉 올라갑니다.

기압차로 귀에 답답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전용 통로를 지나면, Skye의 입구가 있습니다.

좌측은 탁 트인 루프탑 라운지고, 우측은 정통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입니다.


자리를 예약한 레스토랑 쪽으로 갔습니다.


예약을 안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고 하더니, 헛소리더군요.

토요일 5시 30분 쯤 도착했는데, 손님 딱 한 테이블 있었습니다.

그 후로 7시까지 있었는데, 창가 테이블 반 정도 찼습니다.

어쩌다 손님 몰려도 위치 좋은 자리는 만석일 수도 있겠지만, 테이블이 꽉 차서 앉을 곳이 없을 리는 없어 보입니다.


가격은 그럭저럭입니다.

절대값으로 보자면 비싼 편이고, 수도 중심가의 핫한 곳이라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입니다.

고급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가 350g이 3만원이라는데, 인니 한식당 쇠고기 1인분 가격이 2~3만원 정도 하거든요.

물론 1인분 양은 많아봐야 200g이고, 보통 그보다 적지요.


대신 음료가 비싼 편입니다.

맥주 작은 놈 하나가 5천원 씩이나 하네요.

아, 물론 한국의 클럽에 비하면 이 것도 싼 편이겠네요. ㅎ


제 생각입니다만, 인니의 도심 전경이 한국보다 더 볼 만합니다.

재래식 주택촌 사이로 뜬금없이 고급 빌딩들이 삐쭉 올라간 모양새 거든요.

한국 같았으면 필요하다면 어떤 악랄한 수단을 써서라도 주민들 다 내쫓아 버리고, 그 자리에 삐까뻔쩍한 건물들을 올렸겠지요.

한국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당연하다는, '민주주의=다수결'이라는 무지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나라니까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건 독재의 논리고 다수결 역시 독재의 도구라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겠지요.

부모 세대는 배워서 알고 있는 것도 스스로 의심해야 하는 사고방식을 가지면 잡아다 고문하고 죽이는 일본 강점기 시대를 살아 남았고, 본인들 역시 의심하면 잡아다 고문하고 죽이는 군부 독재 시대를 살아 남은 사람들이니까요.


한국이 인니를 깔봅니다만,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차라리 인니가 더 수준이 높다고 봅니다.

적어도 인니는 소수 의견까지도 존중해서, 만장일치가 되기까지 협상과 조율, 설득을 하는 게 당연한 나라니까요.

저 사진에 보이는 단독주택 바글바글한 지역을 개발하려고 손 댄 부자가 한둘이었겠어요.

아마도 반대하는 몇몇 때문에 성사가 되지 않았겠죠.

한국인 정서에서는 그렇게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 반감부터 갖을 겁니다.

돈독이 올라서 그렇다고 욕을 하겠죠.

하지만, 그게 나쁜 걸까요?

내 재산 비싸게 팔아서 한 몫 잡겠다는 게 뭐가 나쁘지요?

철저히 비즈니스의 문제라면, 팔고 싶어하는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되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자기 희생은 칭찬 받을 수도 있는 행위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욕 먹을 일은 아니지요.

그 건 그냥 당연한 겁니다.

그 당연한 태도를, 한국인들은 자기 일도 아닌데 자기 일인 것처럼 조리돌림을 하고 욕을 퍼붓지요.

그게 한국의 끈끈한 정, 공동체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듬성듬성 빌딩과 주택단지가 공존하는 자카르타의 풍경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주문을 마치고, 담배 피우러 나서 봅니다.

루프탑 쪽에 가서 시원하게 한 대 빨아재낄까 했는데, 입구에서 막습니다.

담배 한 대 피우려고 한다고 했는데, 여기 통과하려면 무조건 1인당 25만 루피아를 내야 한다네요.

인니인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규칙을 잘 지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칙을 준수하도록 철저히 교육 받은 직원들은 융통성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그런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자신들이 서비스 업종이라는 사실보다 통제 권한을 가진 관리자라는 마인드가 더 심해져서 그러는지, 묘하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인니에 살면서 종종 느꼈는데, 이 곳 Skye 에서 또 보네요.


레스토랑쪽 직원이 다가와서, 레스토랑 안에도 흡연구역이 있다고 알려줍니다.

운영 체계를 완전히 분리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레스토랑의 한 쪽편 전체가 흡연석입니다.
훌륭합니다.
뭐 비흡연을 넘어 혐연까지 하시는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질색을 할 일이겠네요.
원래 혐오나 배척은 자신이 직접적 피해를 보는 경우에 정당성이 있지만, 사람 감정이라는 게 논리와는 전혀 별개지요.
한국에서 7천 km 떨어진 다른 나라의 어느 레스토랑 흡연석도 얼마든지 미워할 수 있는 일입니다. ㅎㅎ


흡연구역에서 내려다 본 시내 전경
바로 밑에 어서오세요 동상 로터리가 보입니다.
도로 따라 저편에 모나스 MONAS 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네요.


야경도 좋지만, 제 생각에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은 역시 석양이 질 무렵입니다.

불과 30분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리지요.


돼지 등갈비 Grilled Pork Ribs 입니다.

돼지냄새 1도 나지 않고 정말 맛있습니다. +_+b

이 콩알만한 양이 2만원 정도 하는데, 적절한 가격이라고 납득하게 만드는 맛입니다.

연근 얇게 썰어서 튀건 것도 맛있습니다.

감자와는 다른 묘한 식감과 담백한 맛입니다.

5점 만점에 5점


점점 야경으로 바뀌어 갑니다.


오랜만에 호연지기를 느끼게 하는 화장실이었습니다.

역시 남자는 가끔 이런 곳에서 호쾌하게 일을 봐줘야 합니다.


담쟁이풀로 안가렸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거 뭐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흡연구역 쪽에는 젊은 현지인 커플이 앉아 있습니다.

남자가 큰 맘 먹고 제대로 분위기 있는 데이트 만들어 본 걸까요?

이 때가 6시였는데 자리는 텅텅합니다.


6시 10분 쯤 풍경입니다.

적도 지방은 해넘이 시간이 짧습니다.


캔들웨어 표면의 그림이 Skye 의 심볼입니다.

인테리어에 돈을 공을 들였네요.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라도 먹을 겸 루프탑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든 말든, 짤없이 1인당 25만 루피아를 받습니다.

물론 25만 루피아는 입장료라기 보다는 티켓값입니다.

주문 시 티켓을 내고, 나중에 계산할 때 25만 루피아를 초과한 만큼만 더 계산하면 됩니다.

물론, 25만 루피아 이하로 주문한 경우엔 거스름돈 따위는 없지요.


양키들이 앉아 있네요.

나중에 여기 자리가 비어서 앉으려고 했더니, 직원이 와서 제지하더군요.

여기는 250만 루피아 이상 주문하는 사람만 앉을 수 있는 곳이라나요?

자본주의 만세입니다. ㅋㅋ


아이폰 기본앱으로 찍은 야경


아이폰 유료앱 Cortex Cam으로 찍은 야경


캐논 IXUS 300 으로 찍은 야경


명색이 카메라인데, 그것도 7년 전엔 제법 하이엔드급 똑딱이라는 평을 받던 카메라인데, 스마트폰보다 결과물이 안좋네요.

이제 똑딱이 카메라의 시대는 정말로 간 모양입니다.


외부의 좋은 자리가 다 차서 잠시 내부에 앉았습니다.


메뉴가 좀 웃긴게, 옆의 레스토랑 메뉴에서 가지수를 줄인 거네요.

루프탑 만의 메뉴는 없습니다.

수제 감자튀김 하나에 맥주 세 병이면 25만 루피아는 훌쩍 넘겠습니다.


어디 가든 메뉴에 있으면 꼭 시켜 먹어보는 티라미수

제가 먹어본 티라미수 중 제일 맛있네요.

5점 만점에 5점


블루베리 소스를 곁들인 코코넛 푸딩

어어어어어어엄청나게 맛있었습니다.

먹는 순간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네요.

5점 만점에 5점

확실히 비싼 식당이라 그런지 디저트들이 심하게 달지 않고, 고급스러운 단맛입니다.


총 15만원 정도 썼습니다. (비싸 보이지만, 한국 식당에서 세 명이 식사 겸 술 한 잔 하면 저 정도는 너끈히 나옵니다.)

감상은... 흠... 그냥 생각했던 딱 그 정도?

생각했던 만큼 경치 좋고, 생각했던 만큼 맛있고, 생각했던 만큼 비싸고, 생각했던 그런 분위기입니다.

근처에 일 있어서 왔다가 들를 정도는 되지만, 여기 오겠다고 먼 데서 일부러 찾아 올 정도는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