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여행기?/인도네시아

[빵안다란 바뚜까라스 Batukaras Pangandaran] 1/10. 출발-숙소 도착

명랑쾌활 2018. 9. 3. 15:12

빵안다란 Pangandaran 에는 두 차례 가봤죠.

http://choon666.tistory.com/409

http://choon666.tistory.com/495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만, 그다지 볼 건 없습니다.

유명해지기만 해서 숙박비만 더럽게 비싼 지역이 되어 버렸죠.

빵안다란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린 캐년 Green Canyon 이라는 곳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카르타에서 7~8시간 걸리는 곳입니다.

항공편도 있지만, 타봤던 한국분에 의하면 '다시는 타고 싶지 않다'고 하더랩니다. ㅎㅎ


이번에는 빵안다란 Pangandaran 지역 중에서도 찌줄랑 Cijulang 남쪽의 바뚜까라스 Batukaras 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북쪽 읍내와는 강으로 분리되었고, 남쪽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에 가로 막혀, 서쪽에 이어진 길 2개가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인도양에 속하는 바다도 파도가 강하고요.

그 중에서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차든 오토바이든 진입로가 딱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남쪽에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길은 아주 험한 비포장 산길이라 오토바이도 힘듬)

그래서 왠지, 마치 섬과 같은 특유의 폐쇄성이 있는 지역입니다.

5년 전에 이 지역에 갔을 때도 왠지 꺼려져서, 마을 초입까지만 갔다가 방향을 틀어서 대나무 다리를 건너 나갔었지요. (http://choon666.tistory.com/412)

최근 몇 년 전부터 서퍼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고, 몇몇 서양인이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내면서, 이제 막 관광지로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는 곳입니다.

아직까지는 인니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관광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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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출발

고속도로 확장 공사 때문에 새벽에도 중간중간 정체가 있다.

게다가 르바란 연휴 10일 전임에도 벌써 귀향길에 오른 차량까지 있다.


별 볼 일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르바란 즈음 해서 일찌감치 일 때려치고 고향에 가는 경우가 흔하다.

전기나 수도 고치는 일을 하는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아, 이맘 때 쯤 집에 문제가 있으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도 주로 나이가 어려 철이 없는 사람들이 그만 둘 때 쯤 일을 개판으로 하거나,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질 못하고 그 전에 안나와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현지인들도 그런 비슷한 심리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이 삼사십 먹은 가장의 위치에 있는 사람 중에도 드물지 않다는 것. ㅋㅋ


새로 개통한 찌빨리 Cipali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한산하다.

통행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한국보다 약간 더 비싸다) 평소에도 차들이 별로 없는 곳이다.


그 비싼 돈을 받아 쳐드시면서도 보수공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아니 애초에 개통한지 고작 3년 됐는데도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 비정상이긴 하다.

부실공사와 과적이라는 인니의 고질적 병폐 2단 콤보 때문이다.


사람이 서있나 싶었는데...


사람 모형이다.

사진이 좀 흐리게 찍혔는데, 누군가(아마도 경찰)의 전신 사진을 프린트 해서 만든 모형이다.

얼굴 부분도 정말로 모델인 사람의 사진 그대로였다.

그렇게까지 디테일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 정도로 디테일하니 눈코입이 식별이 안될 정도로 먼 거리에서도 '왠지 진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 것 같다.

그런 것도 500m 간격으로 계속 서있으면 소용 없겠지만.


최근 신공항이 들어선 마즐렝까 Majelengka 지역의 어느 로터리

마즐렝까는 내륙 중에서도 산자락에 있는 높은 지역인데, 뜬금없이 물고기들 조형물이 있다.

근처에 유명한 수족관이라도 있겠나 싶겠지만, 사실 마즐렝까 지역은 알아주는 물고기 산지다.

자와 지역 현지인, 특히 그 중에서도 순다족은 민물고기를 좋아하는데, 마즐렝까에서 양식하는 민물고기가 서부 자와 각지로 공급된다.

그래서, 마즐렝까에는 '수산부' 관청도 있다.


예전에 인드라마유 지역이 홍수로 도로가 침수되었을 때 그 곳에 있었는데, 도로 위에 흐르는 물길 목에 양동이를 들고 서서 서서 떠내려 오는 물고기를 잡으려는 마을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http://choon666.tistory.com/465)

그 물고기가 마즐렝까 지역에서 떠내려 오는 양식 물고기다.

마즐렝까에서 물이 흐르면 인드라마유 지역을 거쳐 바다로 간다.


오전 10시 반 경, 찌아미스 Ciamis 의 란짜 Rancah 라는 지역을 지날 즈음 타이어가 빵꾸가 났다.

길이 워낙 안좋아서 알아채지 못하고 가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토바이 타고 지나면서 알려줘서 알았다.

마침 금요일이라 정비소마다 사람이 없다.

원래도 금요일 낮은 이슬람의 큰 예배가 있는데, 금식기간까지 겹쳐서 그런 모양이다.

정비소 앞에 차를 세우고 우물쭈물 서있으려니, 20여 미터 떨어진 가게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와서 이것저것 사정을 물어보고는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 끼우는 걸 도와줬다.

다 끝내고 수고비로 10만 루피아를 건네니, 이렇게 큰 돈은 생각지도 못했다는듯 놀란 눈치로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한다.


11시 반 무렵, 기름을 넣으려는데 모든 주유소마다 사람이 '아예' 없다.
금요일 낮 예배에 가느라 그렇다.
이게 말이 되느냐 싶겠지만, 사실이다.
종교라는 이름 하에 행해지는 일에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오후 1시 좀 안되어 빵안다란 도착, 7시간 걸렸다.

빵안다란의 상징은 청새치인가 보다.

타이어 빵꾸만 아니었어도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겠다.


목적지인 바뚜까라스까지는 다시 40여분 정도더 가야 한다.


바뚜까라스 지역 입구

여기 말고는 뒷길 따위는 없다.


지역 입장료 5만 루피아
차량 주차료 5천 루피아
쓰레기 청소비 5천 루피아
총 입장료 6만 루피아는 그렇다 치는데...

그냥 개인용 소형 SUV인데, 소형 미니버스 입장료를 따로 받는 건 뭐지?

아무래도 바가지 살짜쿵 씌운 게 아닐까 싶다.

단체 투어 관광객을 싣고 오는 미니버스는 따로 있다.

그래도, 이거 한 번 끊으면 주말까지 추가요금 없다는 게 어디냐 싶다.

정말 악랄하면 매일 끊으라고 했을텐데.


최근에 도로를 새로 깔았는지 깔끔하다.

길 주변도 그럭저럭 깨끗하고, 집들도 관리가 잘 되어있다.

서양스럽다는 분위기가 살짝 감돈다.


아고다를 통해 예약했던 사다띠 홈스테이 Sadati Home Stay 는 해변길 안쪽으로 좀 들어온 곳에 있다.


건너편에 짓다 말고 오래 방치된 집이 있지만, 쓰레기나 낙서 따위가 없어서 딱히 음침하진 않았다.


왼쪽 2층 건물은 주인 가족이 쓰는 집

서양인 아주머니와 현지인 아저씨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맨 안쪽 집을 숙소로 내줬다.

오른쪽 집은 선풍기 룸, 가운데 집은 공사중이다.

한꺼번에 다 지은 집이 아니라, 대략 5년 전부터 하나씩 하나씩 추가로 지어왔다.


누구나 한 번쯤 사진 찍게 만드는 예쁜 타일 장식의 계단


센스있게 뒤로 기울여진 의자


이렇게 다리를 올리라고 만든듯.


시골틱하지만 보온력은 전혀 문제 없다.

커피 가루도 꽤 괜찮은 품질이다.


침대 매트리스도 괜찮은 걸 썼다.

지은지 1년 정도 된듯., 에어컨도 깨끗하다.


예술적 센스가 돋보이는 화장실


천정 나무 마감을 야무지고 꼼꼼하게 잘했다. 

램프도 대부분 전기 적게 먹으라고 싸고 어두운 램프를 쓰기 때문에 방이 침침한데, 이 숙소는 5천원 이상 하는 좋을 걸 써서 실내가 밝다.

인니는 공산품 품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데, 전류 품질도 별로 안좋아서 램프 수명이 짧다.

램프 가격도 천차 만별이라 중고 잘 닦아서 새것처럼 보이게 만든 건 4백원 정도 하는 것도 있고, 보통 1천원 정도 가격대의 램프를 쓴다.


전체적으로 천천히 공들여서 꼼꼼하게 지었다는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