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니 도미노 피자의 30분 이내 배달 보장

명랑쾌활 2017. 3. 15. 10:52

"그래도 세계적인 피자배달 체인 도미노인데."

"인니에 오면 뭐든 다 인니스럽게 돼."


약 7년간 도미노 피자를 배달 시켰는데, 한번도 배달 사고 난 적 없었기 때문에 난 전자를 믿었다.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은 컨트롤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하지만 결국 당했다.


토요일 저녁 6시37분 피자를 시켰다.

7시30분에 콜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주문 폭주로 시스템에 에러가 있어서 아직 배달이 불가능합니다. 취소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기다리시겠습니까? 기다리신다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너네 30분 이내 배달 보장인데 왜 1시간이 다 돼서 전화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거 콜센터 직원에게 전화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나.

그냥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8시 40분 경에 콜센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오는 순간 '아 엿됐구나' 싶었고, 그 예상은 맞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스템 에러로 해당지역 지점에 아직까지 주문 사항 전달도 못했습니다. 취소하시겠습니까?"

그러려니 각오는 했지만 마지막 말에 빡이 돌았다.

어차피 도미노는 9시까지 영업한다. 9시까지 주문 받는 한국과 달리 9시 영업이라는 말은 8시 30분 쯤이면 이미 주문전화를 안받기 시작한다.

그런데 8시 40분에 전화하면서, 뭘 취소하겠냐고 물어보고 지랄인가. 어차피 배달 못하는 상황 아닌가.

오늘 주문 배달 못한다는 소리는 죽어도 하기 싫어서, 나더러 취소하라고 다른 답변 선택지가 없는 질문을 싸지른 거 아닌가.

그냥 "죄송합니다. 못하겠습니다." 했으면, '그래, 니가 뭔 잘못이 있겠냐'하고 넘어갈 일이었다.


"야! 이 개&^%^^$^*%*&^%*&^&*%^%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취소 못하겠다면 어쩔 건데? 어차피 방법 없잖아? 최소한 30분 후에 연락은 했어야 할 거 아냐. 끝날 시간 다 돼서 뭐 어쩌라고? 너 때문에 2시간 쫄쫄 굶으면서 기다렸다. 미리 알려줬으면 다른 데 시켜서 먹었을 거 아냐. 피자가 너네만 파냐?"

콜센터 직원은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

"됐어. 취소한다. 그리고 니들 서비스 센터에 정식으로 항의할 거야."

그렇게 전화를 끊고 고객 불만 센터를 찾았으나, 없었다.

그딴 게 있을리가 없지.

페이스북을 찾아 글을 올렸다.

하지만 도미노 페이스북은 관리자가 먼저 글을 체크하고 나서 이상없는 글만 - 지들에게 유리한 글만 - 게시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번 일로 새삼 깨달았다.

결국 인간이 실행하는 이상,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세계적인 시스템이라도 인니인이 실행하는 이상, 인니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 터질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그 콜센터 직원은 '또 다시 욕 먹는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거다.

그리고 그런 일은 또 벌어질 거다.


인니 도미노 피자의 30분 이내 배달 보장...

30분 이내는 커녕 배달이 올지 안올지도 보장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