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I

인도네시아에서 집 알아보기

명랑쾌활 2016. 6. 20. 09:53

전직장에서는 강제로 공장내 기숙사 생활을 시켰거든요.

내 돈으로 집 얻어서 살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차량이고 뭐고 지원 없다더군요.

원래 입사조건은 사택 제공이었는데 말이죠.


회사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그런 약속을 한 '사람'은 있지만, '회사 사정'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하면 그만입니다.

말은 자신이 하되, 신뢰성에 대한 책임은 '회사'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넘겨버리면 끝입니다.


기숙사 생활을 강제한 이유는, 하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자잘한 일, 기숙사, 가정부 관리 시키고, 필요한 거 지시해야 하니까요.

거기에 단체생활의 예의가 어쩌고, 웃어른에 대한 예의가 저쩌고까지 건드리면, 이건 뭐 퇴근이 퇴근이 아닙니다.

거기다 대고 재워주고 먹여준다는 유세까지 떨면, 정말 치가 떨릴 노릇이죠.


원래 회사란게 그렇습니다.

회사는 절대 합리적이거나 이치에 합당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양심이나 수치심 따위는 회사 사정이라는 핑계를 대면 되기 때문에, 회사의 구성원들은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감정적입니다.


뭐 어쨋든, 새 직장으로 옮기고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단독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사장님 얘기로는, 먹고 사는데 불편없도록 기숙사를 마련해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하는데, 큰일날 소리죠. ㅋㅋ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구한 김에, 집 구하는 방법 조금 적어 봅니다.



인니의 복덕방
보통 Property(부동산)이라고 적혀 있다.

한국도 옛날엔 복덕방이 따로 없었다.

그 동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오지랖 넓은 아줌마에게 소개 받아 구했었다.

그러던 것을 매매거래의 신뢰성 때문에 국가가 공인하는 중개사 인허가를 따로 받게끔 바뀌었다.

(라고 하지만 사실 매매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뜯기 위해서 그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본다)


인니도 도시화가 덜된 곳들은, 옛날 한국처럼 아직 복덕방이 따로 없다.

알음알음 구하는 수 밖에 없다.

대규모 주택단지를 만들어 분양하고, 부동산 시장이 점점 달아오르면서, 인니에도 주택 매매나 임대 중개를 하는 사무실들이 많이 생겼다.
알음알음 찾는게 귀찮다면, 이런 곳에 가서 살고 싶은 지역과 가격 수준을 제시하고 상담하면 된다.

적당한 주택 후보들을 결정하면, 차를 타고 직접 그 집에 가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사진에 보다시피, 집주인이 어떤 중개사무소에 의뢰를 하면, 그 사무소에서 자기 사무소 로고가 있는 안내문을 집에 붙여 둔다.

딱히 독점은 아니고, 두세군데에 동시에 의뢰해도 된다.


각 중개사무소마다 보유하고 있는 소개물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위와 같은 시스템에서 알 수 있다.

간혹 공유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각 중개사무소는 자기들이 확보한 매물을 타업소와 공유하지 않는다.


1년 임대료 200~250만원 수준의 집들 내부


저런 곳에서 바로 사는게 아니라, 다시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

칠을 새로 해달라 거나, 에어컨을 달아 달라거나, 싱크대가 너무 더러우니 리모델링 해달라는 등의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중개업자는 내용을 집주인에게 전달하여 중간에 조율한다.


아예 칠까지 새로 싹 하고 에어컨도 달아 둬서, 계약만 하면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의 경우는 보통 Siap Huni, 혹은 Siap Dihuni 라고 적혀있다. (siap 준비하다, huni 거주하다, 살다)



중개업소를 통해 집을 구하면 당연히 가격이 더 붙는다.

편하고자 하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합당하다.

같은 수준의 집을 보다 저렴하게 구하고 싶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일일이 주택단지를 직접 돌아다니는 거다.


한국 같으면 그게 말이되나 싶겠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집주인이 집을 직접 내놓거나 세놓는 경우도, 잘 보이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붙여 두기 때문에, 차 타고 슬슬 지나가면서도 다 보인다.

주택단지를 지키는 경비원이 들여보내지 않을까도 걱정할 필요 없다.

집 알아보러 다닌다고 하면 통과시켜 준다.


의사소통만 가능하다면 직접 전화해서 얘기해도 된다.

얼마에 세놓을 거냐 물어보면 대답해 준다. (그걸 비밀로 할 리는 없지 않은가? ㅋㅋ)

가격이 적당하다면, 약속을 잡고 집 내부를 보면 된다.

그리고 조건을 정하고, 가격을 다시 흥정한다. (흥정은 너무너무너무 당연한 과정이다.)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똘똘하고 믿을만한' 운전사에게 통화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 경우, 직접 발품을 팔아 연세 280만원 정도에 새로 지은 2층집에 에어컨 2대 조건으로 집을 구했다.

그렇게 원하던, 나 혼자만의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