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리문자와 가는 페리는 스마랑과 즈빠라에서 출발합니다.
매일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요일마다 배편도 다르고 출발 시간도 다릅니다.
위치로는 스마랑에 낫겠지만, 1주일에 2편인가 밖에 없고, 어차피 즈빠라를 경유해서 갑니다.
그래서 즈빠라에서 고속 페리로 2시간에서 2시간 반 걸리는데 반해, 스마랑 출발은 즈빠라까지 오는 시간인 2시간이 더 추가됩니다.
배를 4시간 이상 탄다는 건 꽤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즈빠라에서 출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원하게 까리문자와 배편 시간표를 올려 드리고 싶습니다만, 그럴 수 없습니다.
밑에도 다시 적겠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시간표는 실제 운행 스케줄과 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는 없는 편이 낫겠지요. :)
6시 전에 일어나 아침 산책 전에 숙소 옥상에 올랐다.
자기 안전은 자기가 알아서~
안전장치 따위는 없다. ㅋㅋ
벌써 해수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조용한 시골 마을 같은 풍경이다.
해가 점점 떠오르면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호텔 양옆으로 소박한 현지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즈빠라 해변도 물이 제법 맑았다.
럭셔리 방갈로 호텔도 있다.
더 럭셔리한 렌트 빌라도 있다.
20분 정도 걸으니 해변 끝에 다다랐다.
조용하고 잔잔한 해변이다.
아침밥은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나시 고렝이다.
인니인도, 한국인도 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거다.
밥 먹고 느긋하게 쉬고 있자니 관리인 아줌마가 와서 항구로 갈 준비 안하냐고 묻는다.
10시까지니까 아직 시간 있잖냐고 했더니, 아니랜다. 자기가 알기론 9시랜다.
어라...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로는 10시였는데... =_=
하지만 이럴 때는 고집 피우거나 따질 필요 없다.
현지인의 정보가 가장 정확하다.
오늘 마침 까리문자와 가는 투숙객이 또 있어서 좀 있다 출발할테니, 빨리 챙겨 내려오랜다.
부랴부랴 씻고 짐을 챙겨 나섰다.
고맙게도 무료로! 항구까지 데려다 줬다.
항구 매표소에 붙어 있는 시간표
변경 없다면 이게 가장 정확한 시간표일듯 하다. (단, 장담 못한다!)
오늘은 월요일, 9시 출발이 맞다. =_=
고마운 관리인 아줌마가 신경 써 주지 않았다면 계획에도 없던 즈빠라 관광을 하루 추가할 뻔 했다.
대합실 한 구석에 여행사 사무실이 있다.
나중에 까리문자와에서 나오면 바로 스마랑으로 갈 예정인데 잘 됐다.
여행사 직원에게 확인했는데 문제 없단다.
대합실 풍경
외국인 여행객들도 많다.
대합실 바깥 풍경
화살표 표시한 건물이 식당인데, 나중에 까리문자와에서 나와 저 곳에서 밥 먹었다.
8시 40분, 탑승 시작
아주 잘 삭은 폐선
까리문자와까지 2시간여 만에 데려다 줄 고속 페리 까르띠까 Kartika 호
우등석 자리
돈이 썩어 넘쳐서가 아니라, 일반석이 너무 열악할까봐 우등석을 끊었다.
그런데 에어컨이 너무 빵빵해서 추워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갔다.
우등석의 넘치는 써비스! =_=
까리문자와까지 가는 내내 배 후미에 있는 바깥 공간에 있었다.
음료수를 파는데 파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은 굳이 열어보지 않았다.
예전에 어떤 배 화장실에서 무시무시한 광경을 본 이후로, 배 화장실을 존중하기로 했다.
저엉말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임신부나 노약자, 심신이 약한 사람이 봤다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승천하는 용 다섯 마리가...
항구 끄트머리에 저런 초대형 거북이 괴수가 있을 줄이야.
2시간 10분 만에 까리문자와 도착
부두 근처 바다도 정말 맑다. +_+
까리문자와 항구 대합실
다들 어디서 미리 예약들을 했는지 각종 픽업 차량에 슥슥 타고 슥슥 출발한다.
오젝이 따로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 안내부스 같은 곳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어디 숙소 갈건데?"
"아직 숙소는 안잡았고, 오젝 타고 몇 군데 돌아보고 정하려고 했는데."
"오젝은 없는데? 흠..."
그렇게 말하고 아저씨는 대합실 바깥 그늘에 앉아 잡담하고 있던 청년 세 명 중 하나에게 종족어로 뭐라뭐라 한다.
그러자 그 청년은 주섬주섬 일어나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 마을로 출발했다.
"어떤 숙소를 원하는데?"
"엉, 그냥 싼 곳. 20만 루피아 이하면 좋겠는데."
블루 라구나 인 Blue Laguna Inn
항구에서 가까운 숙소
청년은 나를 제일 먼저 이곳에 데려갔다.
"흠, 그럼 여긴 비싸서 좀 그렇겠네. 여기 깔끔하고 괜찮은데."
"얼만데?"
"글쎄, 그건 직접 물어 봐. 좀 비쌀겨."
깔끔하고 좋은데, 30만 루피아다.
역시 여행 중에 가격에 따라 시설 차이가 가장 심하게 나는게 숙소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나섰다.
"다른 데 좀 더 보면 안될까?"
"엉, 그렇게 해."
15만 루피아인데 침침한 곳, 20만 루피아인데 좀 지저분한 곳 등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까 좋은 곳을 봐버려서 그렇다.
처음 갔던 곳 가자니까,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선선히 데려다 준다.
블루 라구나 인에 도착해서 사례라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손 흔들고 쿨하게 가버린다.
허, 뭐지? 이 적응 안되는 친절은?
인니는 워낙 공짜라는 게 없는 나라라 당황스럽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개하면 당연히 커미션을 받는데 숙박비가 후불이니 커미션도 당연히 후불인 거고, 투어 같은 거 연결 해주는데도 우선권이 있다고 한다. ㅎㅎ
25만 루피아로 깎아서 2일 묵기로 했다.
까리문자와는 전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점심도 먹을 겸, 냉큼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레스토랑 아모르 Amore 에 갔다.
인터넷에서 까리문자와 관련 정보 알아보는데 가장 평이 좋은 곳이었다.
어차피 근처에서 외국인이 술도 마시고 할 적당한 레스토랑은 이곳 뿐이다.
보기엔 재치있어 보이지만, 차양 넓이가 요상하다.
햇빛을 막아 줄 것도 아니고, 비 오면 음식만 비 안맞는 거 아닌가.
선탠하거나 샤워하면서 식사할 사람들을 위한 자리인가 보다.
그늘이 알맞게 늘어섰다.
저 멀리 항구도 보인다.
레스토랑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서 낮에도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어딜 가나 꼭 시켜 먹어보는 나시 고렝과 시원한 빈땅~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