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한국의 겨울, 인니의 겨울

명랑쾌활 2016. 3. 1. 09:41

겨울이 없던 나라에 한동안 살다 귀국해서, 오랜만에 제대로 추운 겨울을 겪다 보니 든 생각을 끄적여 봅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열대 지방에 사는 해외 교민들이라면 다들 생각해 본 얘기입니다.

그걸 그냥 정리해 봤습니다.

 

 

겨울을 좋아한다.

무슨 변태도 아니고 추위가 좋다는 건 아니다.

찬바람 쌩쌩 불어 덜덜 떨다 실내에 들어갔을 때의 그 안온함에서 치밀어 오르는 행복감이 좋다.

평소에는 희미했던, 누리는 것들의 존재감이 뚜렷해지며, 누릴 수 있는 내 처지에 대한 감사함이 좋다.

 

한겨울 칼바람이 쌩쌩 부는 밤에 츄리닝 바람으로 담배 피우러 나가면 4~5분 만에 몸이 달달 떨린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괜찮다. 언제든 집에 다시 들어가면 따듯할테니까.

새삼 집이 있음이 고맙다.

이 집을 끝내 성취하고, 유지하고 계신 부모님이 고맙다.

 

이 추운 겨울에 이 집이 없으면 죽는다.

이 집은 생명이다.

집을 유지하는 건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거다.

이 집은 세상이라는 바다에 비하면 티끌만 한 쪽배지만, 이 쪽배가 없으면 죽는다.

 

따듯하게 하는데도 돈이 든다.

사계절 각각에 맞는 옷도 돈이 든다.

계절 따라 안입는 옷을 보관해야 할 공간도 돈이 든다.

겨울에 죽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일해야 돈을 번다.

추운 나라의 사람들은 일이 곧 목숨이다.

그래서 추운 나라의 가장은 살고 죽는 문제에 항상 맞서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고, 강압적이고, 공격적이다.

 

겨울이 없는 나라도 과연 그럴까?

대비 없이 딱 1시간이면 '정말로 죽는' 환경이 매년 돌아오는 것에 대한 중압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열등하다는 소리도 아니다.

그런 환경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대비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그럴 필요가 있는 자의 마음가짐을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한 무지는 어리석음이 아니다.

그저 다르다는 얘기다.

그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이곳에 있다면 그들이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이고, 우리가 그들의 곳에 있다면 우리가 그럴 필요가 없는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 기질은 기본적으로 독하고 극단적이다.

그런 특질은 남을 죽이고 나만 살겠다는 경쟁 환경에서 우월한 특질이다.

다른 환경에 가면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다.

틀린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우리 나라고, 한국에는 한국 정서와 법이 있듯, 인니는 한국이 아니다.

 

<사진 출처 : e수원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