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단상

[회사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04. 회사를 위한 제안

명랑쾌활 2014. 8. 15. 08:14

아직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푸르른 새싹들의 아름다운 인식을 깨부수고자 몇자 적어 보는 연재입니다.

 

 

3편의 '회사돈과 사장돈'에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다.

애사심 강하고 의욕 넘치는 직원이 '이 프로젝트로 매출이 얼마가 오르고 회사 이익이 어쩌고 저쩌고...' 이런 목표로 열심히 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회사도 성공하고, 자기도 사장의 맘에 들어 성공하고... 뭐 이런 아름다운 시나리오를 짜는데, 실상은 반 만 맞는 얘기다.

회사 이익 올라가는건 사실 사장한테는 간접적인 부분이다.

'회사돈=사장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만약 추가 지출이나 투자금이 드는 일이면 일단 감정 사항이다.

지출은 직접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의 애사심 강하고 의욕 넘치는 직원은, 사장이 보기에 그저 부지런하고 애사심 강해서 '기특해 보이는게' 전부다.

 

차장급 이상 간부들의 대부분이, 부하직원의 제안을 퇴짜 놓고 무기력하게 예전의 구습을 고수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거다.

우리 순수한 신입사원들, 아직 열혈인 대리들은 그런 간부들을 썩었다, 실패할까 겁먹었다 욕하지만 순진한 생각이다.

그들이라고 당신 때가 없었을까.

무기력한 인간을 차장급 이상으로 올려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 (사장 친인척 낙하산 빼고. ㅋㅋ)

그들은 새로운 일은 돈이 들고, 돈이 드는걸 사장이 싫어한다는걸 아는 것이다.

처음엔 싫어할 수도 있지만 성공하고 나면 더욱 신임을 받는다?

기업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그 새로운 일의 성공 확률 90% 이상이지만, 하려면 돈이 든다는건 100%다.

물론 나중에 성공하면 높이 평가하겠지만, 그렇다고 사장이 싫어할 일을 했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배를 째고 수술을 해서 암을 제거했다고 해서, 배를 쨌다는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새로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직원에 대해 사장은, '능력있다'와 '내가 싫어하는 일을 했다'라는 두 가지 기억을 갖게 된다.

그리고 후자는 언젠가 표출이 될 수도 있다.

회사는 사장 것이고, 사람 감정이라는건 원래 비논리적이다.

 

차장급 이상 부서장이 뭔가 새로운 걸 하겠다고 나서는건 거의 대부분 사장이 원하는 일이다.

부하직원이 건의 했을 때 묵살했던 일을, 나중에 새삼스럽게 나서서 처리하고 자기가 했다는 공치사 하는 간부의 경우도 흔한데, 이런 경우도 거의 사장이 지시했기 때문이다.

차장급 이상 간부가 되는 구분점은 바로 '사장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한다'에 있다.

 

회사를 위하는게 곧 사장을 위하는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사장도 사장 생각이 있다. 그리고 회사는 사장 것이다.

달걀 주인이 당장 요리해 먹겠다는데, 부화시켜서 잘 키우면 더 좋다는 소리는 쓸데 없는 참견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보상을 바란다면, 자신에게 옳은 일이 아니라 보상을 줄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하는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