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Indonesia/서식기 II

강에서 씻고 빨래하고 싸는 사람들

명랑쾌활 2013. 10. 18. 08:10

찔라짭 Cilacap에서 찌르본 Cirebon으로 오는 길에 본 풍경입니다.

아마 브레베스 Brebes의 라랑안 Larangan 지역일 겁니다.

 

곧게 뻗은 수로를 따라 보기에 꽤 멀쩡(?)해 보이는 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강변에 조그마한 나눗배 선착장으로 보이는 목재 구조물들이 드문드문 눈에 뜨입니다.

 

쪼그려 앉으면 하체를 가릴만한 높이로 칸막이가 있는 곳도 있습니다.

 

마침 비가 오고 있었는데, 우산 쓴 사람이 가서 쪼그려 앉습니다.

 

네, 무슨 얘긴지 아시겠죠?

화장실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로변에 뜬금 없이 알몸에 수건 한 장 두르고 걷는 사람을 봤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합니다.

어차피 목욕할 거면 우산이 뭔 필요인가 싶은데, 저 우산은 최소한의 가리개로 쓰는 걸까요?

 

다른 날 비 안올 때 지나다 보니 우산 없는 것으로 보아, 비 와서 쓴게 맞나 봅니다. 헐...

저 아줌마는 윗통을 훌떡~ 하고서는 아이를 씻기고 자기도 씻고 그러더군요.

 

사람이 문명 생활 하는데 필요한건 물과 전기 만이 아닙니다.

하수처리 시설도 필요하죠.

물과 전기는 시설이 없어도 어디든 가능합니다만, 하수처리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물은 길어오면 되고, 전기는 발전기를 쓰면 됨)

흐르는 강 옆에 살면서 남의 시선만 감수한다면, 꽤 괜찮은 해결책입니다.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다 싶지만, 멀쩡한 시멘트 벽돌집들 앞 강변에서 씻고 빨래하고 싸는 광경을 볼 수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넓은 땅덩어리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살다보니, 아스팔트 도로가 시원하게 깔려 있는 길 바로 옆으로 저런 신기한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 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