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명랑쾌활

근황

봉평 솔섬 펜션 & 캠프장

명랑쾌활 2008. 11. 4. 16:55
요즘 캠핑 재미에 푸욱 빠진 친구 덕에 바람 쌀쌀한 이즈음에 텐트잠을 자게 됐다.
민박이나 콘도, 방갈로 같은 제대로 된 방구석을 좋아하는 도시남자인지라 싫다고 싫다고 버텼으나, 나를 위해 야전침대 새로 구입하고 전기장판에 난로 두 개 틀어준다는 꼬임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가는데 대강 두 시간 정도 걸릴라나 했는데, 무려 세 시간 반이 걸려 버렸다.
역시 강원도는 멀다.

별에 별걸 다 구입했다.
장비에 돈을 아끼지 않았으니 제법 멋진 집이 되었다.
나를 그토록 꼬셨던 내 잠자리.
춥기는 커녕 너무 뜨거워서 덮던 이불을 밑에 깔고 자다가, 결국 일어나서 전기장판을 제일 약하게 줄여야 했다.
목살, 삼겹살은 찍을 생각도 못하고 낼름 다 먹어 버렸다.
소세지는 칼집 내서 약한 숯불에 던져 놓고 술을 마셨다.
뜨거우면 지들이 알아서 돌아 누웠는지 잘들 익었다.

둘러 본 캠프장의 전경.
멀쩡한 집 놔두고 움막 짓고 사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뗄감 남았다고 대낮에 춥지도 않은데 태워주는 센스.
나무들이 양손뽀큐를 날려주고 있다.
낮에 본 텐트.
친구 아들 녀석이 베트남 제기를 차고 놀고 있다.
아빠는 초딩때 축구선수 였는데 이 녀석은 어째...
친구 가족이 씻으러 간 사이에 잠시 여유를 즐겨본다.
제법 한가로울 것 같지만 바람 방향이 바뀌면 성가시다.
보금자리를 치운 후.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이렇게 치워 놓고 보면 신기하긴 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외로 필요없는 물건들이 많다.
다만 편리하고자 있는 물건들일뿐, 사실 익숙해지면 그리 불편할 것도 없는 것들이다.
친구녀석 자가용이 1톤 트럭인지라 물량도 많이 실을 수 있을 뿐더러 싣기도 쉽다.
돌아가는 길.
영동 고속도로 장평 IC로 간다.
의외로 좋은 산세가 보이는 곳들이 있었다.
저 풍경을 보고 어떤 사람은 꼭데기에 서서 내려다 보고 싶다는, 다른 이는 오르고 싶다는, 또 다른 이는 부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보는 것으로 족하다.
길을 내려고 자른듯 보이는 산의 드러난 속살에 왠지 안쓰럽고 미안하다.
이천에 도착해서 간 쌀밥집.
이천에 그리 들락 거렸어도 처음 가본다.
쌀밥집이란게 결국 쌀밥 나오는 집 아닌가?
감상은... 고급 백반집.
밥은 참 맛있긴 하다만, 아쉽다.
이름은 모르겠다.
친구 녀석이 그냥 가까운 데로 간다.
여기 사는데 어디 유명한데 있으면 거기 가지 그러냐고 했더니,
" 이천에서 쌀밥집이 거기서 거기지."
...왠지 설득력 있었다.
춘천에서 닭갈비집도, 신당동에서 떡볶이집도 거기서 거기다. ㅋㅋ